듀오로 활동하는 포르마판타즈마.
이름부터 심상치 않다. ‘실체 없는 유령의 형태’를 의미하는 포르마판타즈마 Formafantasma는 디자인 아카데미 에인트호벤에서 IM(IM Conceptional Design in Context)을 전공한 안드레아 트리마르키 Andrea Trimarchi와 시모네 파레신 Simone Farresin이 함께 설립한 디자인 스튜디오다. 둘은 아카데미에서 단지 디자인에 필요한 스킬이 아닌, 하나의 작품이 만들어지기까지 사회, 경제 등 배경이 되는 맥락적 요소를 건축처럼 디자인에 쌓아 올리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그들의 행보가 단순 디자이너가 아닌 하나의 설계자처럼 보이는 듯한 착각은 이러한 기반을 수년간 꾸준히 쌓아왔기 때문이었으리라. 이미 MoMA나 여타 디자인 업계에서 그들을 라이징 스타로 꼽아왔는데, 대부분 대표적인 특징으로 꼽는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다년간의 경험을 통해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을 묵직한 메시지가 담긴 가시적인 작업물과 프로젝트로 선보이는 것. 물론 이를 위해 틀에 박힌 고정관념을 멀리하고 자연스레 새로운 소재나 기술, 아이디어를 탐구해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에서 선보인 캄비오 전시장 내부.
밀라노 핍홀 아트 센터에서 선보인 ‘파운데이션’ 프로젝트만 보더라도 이를 단박에 이해할 수 있다. 조명 브랜드 플로스와 함께 협업한 전시는 둘의 합작품 조명을 선보이는 자리였지만, 동시에 조명의 빛과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드라마틱한 형태에도 목적을 뒀다. 때로는 벽에 굴절되거나 짙은 음영을 만들어내며 구현된 장면은 조명을 논할 때 디자인뿐 아니라 발산되는 빛과 그림자, 조도 등도 고려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안겨주었다. 물론 이를 위해 조도를 자동으로 조절할 수 있는 사물인터넷 시스템과 LED 광학 기기 등 그에 따른 기술과 소재를 탐색하고 연구해야 했다. 포르마판타즈마의 세계관은 작년에 선보인 캄비오 프로젝트에서 더욱 구체화된다.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에서 선보인 캄비오 Cambio는 나무 제품의 추출이나 생산 및 유통에 대한 지속적인 조사 과정을 보여주는 프로젝트다. 특히 목재 산업이 여전히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산업 장르라는 점에 주목하면서도, 무분별한 벌목과 그로 인한 생태계 파괴, 이상기후 등의 환경문제를 야기하는 주요 원인이 되었다는 것까지 동시에 보여준다. 목재 산업의 전반적인 과정을 미디어아트, 서적, 나무 오브제 등 다양한 요소로 개괄해 디자인이라는 방식으로 개인 그리고 그 너머의 사회에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같은 해 건축 디자인 매거진 <디즌 Dezeen>에서 선정한 올해의 디자이너로 선정되는 영예와 에인트호벤의 지오 디자인 학장으로 추대되는 등의 성과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온점 대신 쉼표를 사용하는 그들의 행보에 귀기울이게 되는 것 또한 말이다.
플로스와 함께 만든 조명 컬러 Colore.
스틸 컬렉션.
펜디와 협업한 크래프티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