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영화에서만 보던 미래의 도시가 실제 중국 상하이에 펼쳐졌다. 상하이 남서쪽 링강에 거대한 우주선이 도심 한곳에 착륙한 마냥 퓨처리스틱한 건축물이 세어졌다. 고요하면서도 위풍당당한 아우라를 내뿜고 있는 이 건축물은 상하이 과학기술박물관의 분관인 천문학 전문 박물관을 위해 설계되었다. 특유의 나선형 디자인이 빠져들어가듯 휘감겨 있고 행성 같은 구 형태가 솟아 신비로운 우주를 연상시키며 건축물의 사용 목적과 완벽하게 부합하고 있다. 무려 39,000㎡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 하는 이곳은 뉴욕 건축사 엔니드 Ennead에서 설계를 맡았다. 엔니드는 뉴욕과 상하이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세계적인 건축 회사로 형태와 기능에 집중해 기술적이면서도 예술적인 건축물을 선보인다. 1963년부터 스탠포드 대학과 예일 대학, 미국 자연사박물관, 카네기홀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공공부터 상업 프로젝트 까지 폭넓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엔니드는 이번 천문학 전문 박물관을 위해 건물 자체가 우주의 본질을 반영하며 관람객들이 실제 천문 현상을 몰입감 있게 경험할 수 있도록 건축물을 디자인했다.
기본 디자인 컨셉트는 천체물리학의 기본 법칙의 일부를 추상적으로 건축물에 구현했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우주에서 우리가 간과하기 쉽지만 중요하고 필수적인 궤도 운동 개념과 시간과의 관계가 건축의 주요 영감의 원천이다. 건축물은 직선과 직각 대신 모두 둥근 곡선으로 이뤄져 우주 내부의 모양과 기하학적인 천체의 궤도를 나타냈다. 둥근 창과 구형 그리고 반전된 원형 지붕 또한 이 건축물에 있어 주목할 만한 요소다. 이 세 가지는 건물에서 관람객들이 각각 지구에서 작용하는 핵심적인 천문학적 원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장치이기도 하다. 박물관의 메인 입구 위로 열리는 둥근 창은 하루 종일 바닥을 가로지르는 햇빛이 원을 만들면서 시간과 계절을 나타내는 타임피스 역할을 한다. 그 옆 구형으로 에워싸인 이곳은 천문학 극장인데, 마치 건물의 지붕 위로 달이 뜨는 것 같다. 이 큰 구조물 아래는 최소한의 가시적인 지지대로 무중력 상태로 떠 있는 듯 보여 관람객들한테 우주를 걷는 듯한 순간을 선사한다.
마지막으로 지붕 위 반전된 원형 돔은 탁 트인 밤하늘의 아름다운 별 천지를 감상할 수 있게 한다. 이 건물 자체가 하루와 계절을 넘나들며 태양의 행로와 우주를 경험할 수 있는 천문학적 기구로 착안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규모와 형태, 빛의 조작을 통해 건축물 그 자체로 태양과 지구의 궤도 운동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높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엔니드 건축사의 디자이너 토마스 제이 웡은 이렇게 말한다. “우린 사람들이 우주의 다른 그 어떤 곳과 달리 지구의 특수한 속성, 즉 생명체를 유지한다는 게 얼마나 예외적이고 아름다운 곳인지를 이해하고 행운이라는 것을 깨닫길 원한다.” 사실 우리 인간은 살아가는 배경에 불과한 낮과 밤, 계절, 아름다운 햇빛과 별, 달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지만, 이는 우리가 존재하게 만들어주는 근본적인 것이다. 상하이 천문박물관은 점점 더 작은 화면의 앱을 통해 필터링되는 현실만 보고 있는 우리에게 존재를 가능하게 하는 천문학적 진리를 분명히 하며 은하계의 다른 행성과 비교했을 때 지구에서의 삶이 얼마나 예외적인지 깨닫게 한다. 박물관의 제도적 사명을 고스란히 건축물의 설계와 컨셉트에 반영해 방문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탐험에 영감을 주는 경험을 제공하는 이곳은 분명 세계적인 문화 명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