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라노에서 개최한 개인전의 풍경.
마르텐 바스.
마르텐 바스 MaartenBaas를 설명하라 묻는다면 열에 아홉은 ‘실험적’이라는 말로 그를 묘사할 것이다. 나아가 과감히 가구를 불에 태워버리는 그의 모습을 ‘기행’이라는 단어로 표현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디자인과 예술에서만큼은 정석적인 것이 진부함이 되는 만큼, 그의 행보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시작부터가 남달랐다. 에인트호벤 아카데미 출신의 그는 디자이너로서의 첫 발돋움이 되어줄 졸업 전시회에서 ‘스모크 Smoke’라 명명한 의자를 선보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의자 표면에 불을 붙여 태운 다음 이를 에폭시 레진으로 코팅한 것이다. 색은 물론이고 실루엣까지 온통 규칙적이지 못한 것투성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본래 의자던 것이 의자가 아닌 것은 아니다. 미학적인 것에 쫓겨 의자라는 가구의 본질을 잊지 말 것을 표현한 셈이다. 해당 작품은 그 다음 해 모오이의 새로운 컬렉션으로 론칭되며, 마르텐 바스는 그해 가장 주목받는 디자이너로 거듭났다. 그러나 일찍 세간의 관심을 받게 된 탓일까. 그는 몇 년간 방황의 길에 들어섰다. 슬럼프에 빠진 마르텐 바스를 다시금 세계 무대로 등장시킨 것이 바로 그의 시그니처 컬렉션, 클레이 퍼니처다.
리얼 타임 시리즈.
클레이 퍼니처 시리즈 중에는 조형이나 오브제가 포함되어 있다.
금속으로 뼈대를 잡고 점토를 계속 덧입히는 작업의 가구다. 8가지 색의 합성점토로만 제작됐는데, 정형화된 틀이 없을뿐더러 손으로 점토를 덧입히는 작업을 거치는지라, 모양과 크기가 제각기인 것이 특징이다. 그가 다시 작업에 임하게 된 것은 2005년 방황하던 시절 자신의 든든한 파트너 바스 덴 하르데 Bas den Herder의 덕이 컸다. 급작스럽게 얻은 유명세로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그저 자기 자신을 인정하며 하고픈 이야기와 디자인을 담은 작업을 지속하고자 한 그의 뜻에 동참한 이가 바로 하르데이기 때문. 그는 작은 규모의 작업실을 차린 다음, 대중적이고 대량생산을 위한 가구 디자인 대신,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아이디어로 새로움을 좇는 데 일관한다. 여타 디자이너들과의 독립된 행보는 결국 2014년 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첫 개인 전시 <Baasisin Town>을 개최할 만큼 빛을 발했다. 물론 마음가짐에는 변화가 없었다. 여전히 작업실에서 동료들과 새로운 디자인에 골몰했을 뿐이다. 이후 그는 뉴욕 카펜터스 워크숍 갤러리와 함께한 카라 페이스 체어, 초침이나 시침 대신 시계추 뒤에 몸을 넣은 남자가 현재 시간을 그리는 모습을 담은 리얼 타임 시리즈 등 매번 상상이 거듭되다 비로소 실현된 독창적인 작업물을 선보이며 초심을 지켰다. 작년 8월 마르텐 바스는 그의 신작을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그의 작품 스위퍼즈 클락을 전시하며 연을 맺었던 갤러리아 광교와 다시 한번 합을 맞춰 신작 컨페티 클락을 선보인 것이다. 그렇다면 마르텐 바스의 다음은 어떤 모습일까. 예상은 섣부른 것일 테지만, 다시 한번 세간을 놀라게 할 것이다. 자신이 원했고 세상도 반응하게 할 새로운 디자인을 들고서.
카라 페이스 체어.
1 클레이 퍼니처 체어. 2 스모크 시리즈로 제작된 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