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월, 다시금 도시가 디자인으로 물들었다. 기대와 우려를 동반한 채 9월 4일, 1년 반이라는 공백을 깨고 개최된 밀라노 디자인 위크는 그간 팬데믹의 여파로 고립되었던 시간을 만회하듯 ‘슈퍼살로네 Supersalone’라는 슬로건으로 대규모 디자인 페스티벌의 포부를 내비쳤다. 환희의 장이 된 페스티벌의 열기를 마주하고 싶다면 주목하길. 우리의 첫 번째 착륙지는 명실상부한 디자인의 도시, 밀라노다.
18 ARTISTIC TELLING
난다 비고의 선라 Sun-ra 컬렉션 ©Mattialotti
니나 아샤르가 이끄는 닐루파 데포 Nilufar Depot는 밀라노 디자인 위크를 방문한다면 빼놓을 수 없는 키 플레이스다. 작가들이 전개하는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 올해도 7팀의 작가들이 이곳에서 작품을 선보였는데, 그중에서도 맨 처음 시선을 사로잡은 건 피에트로 콘사그라 Pietro Consagra의 오브제 전시다. 둥글고 관능적인 형태로 짜인 이 오브제는 가구와 조형의 경계를 넘나드는 추상적인 면모가 돋보였다. 페데리카 페라촐리 Federica Perazzoli의 전시 <JUNGLE> 또한 흥미로웠다. 코끼리, 뱀, 산, 정글이라는 요소를 공간과 가구를 통해 관념적으로 풀어낸 전시를 보면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이하리만치 웅장하고 신비로운 대자연의 존재감을 인식할 수 있다. 안드레스 레이징거 Andrés Reisinger의 디지털 오브제, 마치 그림을 그리는 듯 선형적인 빛을 구현해낸 난다 비고 Nanda Vigo의 선-라 Sun-Ra 컬렉션 등 자유롭게 디자인 영역을 구축해낸 작가들의 행보는 절로 내년의 닐루파 데포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web nilufar.com
페데라코 페리의 할로 라이트 전시 ©Mattialotti
페데리카 페라촐리의 전시 ©Mattialotti
피에트로 콘사그라의 오브제 전시 ©Mattialotti
19 비토시의 100년
©Delfino Sistol Legnai
비토시 Bitossi가 100번째 해를 맞이했다. 그간 소재나 방식에 구애받지 않고 꾸준히 독자적인 도자 세계를 펼쳐온 만큼 올해를 보다 기념비적인 순간으로 만드는 데 주력했는데, 그 결과가 비토시 아카이브 박물관으로 나타났다. 건축가 루카 치펠레티 Luca Cipelletti가 구현한 1500㎡ 규모의 공간에는 1921년 비토시의 설립 이후 생산된 7000여 점의 도자가 전시되어 있다. 1946년부터 1990년대까지 비토시의 아트 디렉터이자 작가였던 알도 론디 Aldo Londi의 작품부터 에토레 소트사스 Ettore Sottsass, 나탈리 뒤 파스퀴에 Nathalie du Pasquier, 베단 로라 우드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피에르 마리 아징 Pierre Maire Agin과의 프로젝트에 이르기까지 많은 디자이너와의 협업 역사까지 한눈에 담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 세기 동안 고집해온 장인 정신과 도자 예술의 집약체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듯.
web www.bitossiceramiche.i
© Delfino Sistol Legnaui
©Delfino Sistol Legnaui
20 GO OUT!
©Poltrona Frau
야외에 자리한 폴트로나 프라우의 가구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새롭게 선보인 아웃도어 가구 컬렉션인 바운드리스 리빙 Boundless Living 컬렉션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경계를 허문다를 의미하는 바운드리스에서도 쉽게 유추해볼 수 있듯, 테라스에 자리한 가구를 보면 실내와 실외를 구태여 구분하지 않고 두 공간을 모두 아우르는 다기능적 가구를 선보이겠다는 목표를 읽을 수 있다. 야외에서도 끄떡없을 만큼 탄탄한 내구성과 멋스러운 색감, 패턴을 자랑하는 패브릭을 입은 시크릿 가든, 솔라리아 컬렉션 등을 구경하면 더욱 멋스러운 아웃도어 라이프를 그려볼 수 있을 듯.
web www.poltronafrau.com
©Poltrona Frau
©Poltrona Frau
21 WITH NATURE
©Silvia Riroltella
아웃도어 가구 브랜드 에띠모 Ethimo가 새로운 쇼룸을 공개했다.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 맞춰 오픈한 이번 쇼룸은 내로라하는 브랜드 쇼룸이 대거 즐비한 비아 듀리니에 자리했다. 지중해의 따뜻하고 매력적인 색상과 장소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된 야외 가구와 소품을 선보이는 브랜드인 만큼 이런 컨셉트를 십분 반영해 실내를 꾸몄다. 인테리어는 앞서 실링 체어 등의 가구를 통해 합을 맞춘 바 있던 스튜디오 페페가 맡았다. 녹색 음영의 마졸리카 타일, 식물과 함께 벽과 바닥은 흙과 모래의 색감을 살린 뉴트럴한 톤으로 마감해 녹지 같은 인상을 구현한 점이 눈에 띈다. 이국적인 식물로 장식한 야외 파티오는 에띠모의 아웃도어 퍼니처 스타일링을 보다 확연히 체험할 수 있는 구역이니 참고하자.
web ethimo.com
22 PLAYFUL MARBLE
건축적인 요소와 위트를 가미한 아키텍스처 컬력션
파트리시아 우르키올라가 다자인한 벽면 장식과도 잘 어울러진다.
대리석을 다루는 브랜드 부드리 Budri와 파트리시아 우르키올라가 다시 한번 만났다. 2년 전 쇼룸 디자인을 맡았던 우르키올라와 함께 새로운 테이블 컬렉션 아키텍스처 Architexture를 선보였기 때문. 이번 컬렉션은 르네상스에 근간을 둔 이탈리아식 전통 건축양식에 영감을 받았다. 출시된 제품은 모두 8가지로, 2개의 원형 테이블과 하나의 직사각형 테이블, 3개의 원형 커피 테이블 그리고 사이드 테이블 등 크기와 높이가 각기 다른 볼륨을 자랑한다. 하지만 8가지 제품 모두 기둥을 연상시킬 만큼 굵직한 다리가 인상적인데, 마치 하나의 건축물을 축소시킨 듯한 인상을 준다. 여기에 다채로운 컬러와 고리 패턴을 접목시켜 역동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특히 여러 입체 도형과 르네상스식 파사드에서 착안한 쇼룸 벽면 장식과도 탁월한 조화를 자랑해 쇼룸에서 두 가지 요소가 한데 어우러진 모습을 감상하는 재미도 있었다.
web www.budr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