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월, 다시금 도시가 디자인으로 물들었다. 기대와 우려를 동반한 채 9월 4일, 1년 반이라는 공백을 깨고 개최된 밀라노 디자인 위크는 그간 팬데믹의 여파로 고립되었던 시간을 만회하듯 ‘슈퍼살로네 Supersalone’라는 슬로건으로 대규모 디자인 페스티벌의 포부를 내비쳤다. 환희의 장이 된 페스티벌의 열기를 마주하고 싶다면 주목하길. 우리의 첫 번째 착륙지는 명실상부한 디자인의 도시, 밀라노다.
10 까시나의 관점
뉴 컬렉션으로 3가지 컨셉트의 공간을 구현한 까시나 쇼룸
집은 외부로부터 나를 보호할 수 있는 피난처이자, 새로운 여흥을 부여하는 공간이라는 사회적 흐름에 예의주시한 까시나는 매년 새로운 관점을 통해 집의 다양한 변주를 꾀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올해도 까시나의 관점은 어김없이 빛났다. 총괄 아트 디렉터 디자이너 파트리시아 우르키올라 Patricia Urquiola를 필두로 듀리니 스트리트에 위치한 쇼룸을 프리 플로우, 메트로폴리탄 펜트하우스, 내추럴 리트리트라는 3가지 컨셉트로 구획해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였다. 특히 과거의 명작을 현재에 맞춰 새롭게 재해석해 친환경적인 소재를 입힌 소리아나 Soriana 소파, 파트리시아 우르키올라의 감각이 반영된 신작 두뎃 체어, 센구 테이블 등 집 안에 까시나 가구로 펼쳐진 아트 신을 감상하는 것은 매년 푸오리살로네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하이라이트 중 하나다.
web www.cassina.com
11 조형이 된 직물
테크니컬러 컬렉션은 러그나 커튼 등의 제품 버전으로도 출시됐다. ©Matteo Girola
테크니컬러 원단으로 제작한 조형물테크니컬러. ©Matteo Girola
밀라노 디자인 위크의 개막에 앞서 빈센트 반 듀이센 Vincent van Duysen이 디자인한 새 레지던스 쇼룸을 선보인 크바드랏이 그래픽디자이너 피터 사빌 Peter Savile과의 협업을 통해 다시 한번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쇼룸에 들어서면 여러 색을 덕지덕지 입은 원단 조형물을 마주하게 되는데, 그의 첫 번째의 텍스타일 컬렉션 테크니컬러 Technicolour를 상징하기 위해 제작된 것. 영국 출신인 사빌은 어린 시절 시골에서 목동들이 자신의 양을 구분하기 위해 제 각기 다른 색으로 양털에 컬러 스프레이를 칠하던 이색적인 모습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는 당시 마주했던 풍경을 원단에 고스란히 옮겨와 양모 특유의 포근한 촉감과 다양한 색상의 스펙트럼이 물든 듯한 시각적 효과가 합쳐진 독특한 직물을 탄생시켰다. 쇼룸 입구에 놓인 원단 조형물을 시작으로, 조금 더 크바드랏의 기술력이 더해져 한층 정제된 색감과 질감을 자랑하는 러그와 커튼 라인도 출시됐다.
web www.kvadrat.dk
12 유리로 만든 주방
발쿠치네 Valcucine는 돌처럼 보이지만 유리로 마감한 비트럼 미메시스 Vitrum Mimesis 주방을 선보였다. 최첨단 기술로 유리 마감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자연석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이 주방은 환경적인 면에서도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 자연석을 채취하지 않아도 정교한 유리 마감을 통해 석재의 느낌을 즐길 수 있다. 컬러 또한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커럴의 오닉스를 비롯해 대리석 색감, 어두운 색상의 옵션이 돋보였다.
web www.valcucine.com
13 멤피스의 밤 이야기
©Roberto Gennari Feslikenian
멤피스 그룹 Memphis Group은 타와라야 복싱 링 Tawaraya Boxing Ring으로 유명한 일본 디자이너 마사노리 우메다 Masanori Umeda의 1980년대 초기 작품을 소개했다. 에도 시대의 에로틱한 느낌을 담고 있는 우타마로 Utamaro 시리즈는 침대와 소파, 안락의자로 구성되며 체스판 같은 테두리와 다다미 매트, 옻칠한 작은 트레이, 화려한 색상의 비단 쿠션 등을 통해 일본의 미학과 멤피스의 디자인을 결합했다. 우타마로 시리즈 외에도 메두사 테이블 Medusa Table과 애니멀 체어 Animal Chair, 젤라토 램프와 스타 트레이 Star Tray에서 그의 경쾌한 디자인 세계를 엿볼 수 있다. 멤피스 그룹은 이외에도 마르틴 베딘 Martine Bedin의 네그레스코 Negresco 벽 조명과 아라타 이소자키 Arata Isozaki의 작은 캐비닛 가구인 후지 Fuji 그리고 알도 시빅 Aldo Cibic의 커피 테이블인 아틀라스 Atlas를 재출시했다. 3점의 가구는 모두 1980년대 초반에 디자인됐다.
web www.memphis-milano.com
©Roberto Gennari Feslikenian
우타마로 암체어, 애니멀 체어 ©Delfino Sisto Legna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