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의 나무가 아름다운 곡선으로 탄생한다. 작업 과정이 꽤 세밀할 것 같다. 디자인 시간을 제외하고 의자 하나 만들 때 걸리는 시간이 보통 열흘에서 2주 정도 걸린다. 형태 자체를 만드는 것은 단순하다. 목체를 여러 레이어로 붙여 통으로 깎아낸다. 목재는 결이 있고 항상 변형하기 마련이다. 특히 통나무는 뒤틀림과 같은 변형을 막을 수없기 때문에 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목공예 기술을 응용해 지금의 작업 방식으로 작품을 만들어낸다. 사실 이런 형태는 재료의 손실과 신체적으로 무리가 많이 가는 작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집스럽게 하는 이유는 내가 생각한 조형을 표현해내는 것이 목표고, 그로부터 오는 만족감 때문이다.
작품은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받나? 자연물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다. 내 외모와 달리 여린 선에 대해 관심이 많다(웃음). 예전에는 깃털이나 꽃잎 같은 구체적인 모티프를 찾아 재해석하는 작업을 했다. 그러나 형태만 보고 디자인하던 프로세스가 어느 순간 막히게 되더라.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첫 과제로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는데 그때부터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의미인지 깊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시서의 일체라고 옛 선비들은 붓으로 그리며 난도 치고 시도 썼는데, 단순히 획 안에서 그림, 형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담는 도구로 사용했다. 이처럼 나의 내면에 있는 여린 그 어떤 것, 유기적인 형태에 집중하고 있다.
가구이자 작품이기도 하다. 관람객 또는 사용자에게 어떤 가치와 의미가 전달되기를 바라나? 세포는 물을 많이 받아들여야 해서 동글동글한 형태를 띤다고 한다. 그래서 세포들의 합인 유기물이 유선형을 띤다 (유선형의 형태를 띤다는 의미로 유기적 형태라고 한다고). 즉 무리가 모여 전체를 이루는 구조적인 측면에서 유기적인 형태가 있다고 하는데 그때부터 내 작업 자체가 주변과 잘 어울리고 이것을 사용하는 사람들과 교감할 수 있기를 원했다. 그래서 최근에는 안쪽으로 말려들어가는 형태의 패턴이 반복되며 전체를 이루도록 했다. ‘오가닉 릴레이션 Organic Relation’이라는 작품이 그 결과물인데 이는 유기적인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느 공간에 두어도 다른 가구들과 잘 어우러지는 동시에 힘이 있는 작업물이 되길 바랐다.
작품의 주 소재인 나무가 주는 매력이 무엇인가? 나무는 그 자체로도 아름답다. 자연스러운 결과 색상은 인공적으로 만들 수 없다. 다른 재료가 가지지 못하는 목재가 주는 감성이 있지 않나. 무엇보다 내가 잘 다룰 수 있는 재료이기도 하다.
앞으로 계획과 행보가 궁금하다. 시인이나 소설가가 글을 통해 생각과 이야기를 전달하듯 작업을 통해 나의 이야기를 표현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고민하며 살아왔던 방식으로 작품이 표현되고 나의 정체성과 내면이 표현되는 것 같다. 나는 어떤 사람이라고 정확히 표현할 수는 없지만, 그 뉘앙스는 풍길 수 있으며 이는 중요하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작업을 유지할 계획이다. 개인전과 전시를 통해 작품을 소개하고 나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