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치와 한식의 만남, 단상
늦은 저녁, 북촌에 위치한 단상을 찾았다. 한옥의 외관과 어슴푸레한 불빛이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곳은 프렌치 퀴진과 한식을 접목한 메뉴를 선보인다. 자리에 앉은 다음 동행인과 함께 내추럴 와인 두 잔을 시키고 메뉴판을 찬찬히 훑어봤다. 메인으로는 카펠리니에 다시마 장아찌, 성게알을 올려 만든 냉파스타인 성게알 냉카펠리니와 능이버섯 소스로 만든 보리 리조또에 닭다리살을 올린 토종 닭구이를, 스몰 디시로는 대삼치 카르파치오를 주문했다. 가장 기대됐던 메뉴는 성게알 냉카펠리니. 매일 한정된 수량만 판매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 더욱 궁금했다. 성게알을 장아찌 소스에 푼 다음 카펠리니와 섞어 먹었는데, 과연 기대감을 충족시키는 맛을 자랑했다. 편집부에서도 입이 짧다고 소문난지라 선뜻 먹지 못하는 식재료가 많은데 내게는 성게알도 그중 하나였다. 비리고 흐물거리는 식감 때문인데, 얇은 카펠리니와 아삭하고 시큼한 장아찌와 함께 버무려 먹으니 오히려 독특한 풍미를 자아내 만족스러웠다. 다만 또 다른 메인 요리인 토종닭구이에 대해서는 아쉬운 마음이 더러 들었다. 물론 팬 프라잉한 닭다리살은 촉촉하고 부드러워 좋은 합을 자랑했지만, 리조또만 맛봤을 때는 보리를 사용해 고소한 맛을 기대했건만, 능이버섯 소스 특유의 버터리한 맛에 살짝 묻힌 감이 있었기 때문. 하지만 프렌치와 한식이라는 독특한 조합 덕분에 흥미로운 경험이 가능했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방문해 미처 맛보지 못한 메뉴에 도전해보고 싶다. 다음에 이곳을 향할 때는 푸아그라와 전복을 올린 솥밥 요리를 꼭 맛볼 예정.
instagram @dansangkr
editor 이호준
입맛을 돋우는 요리와 전통주, 도슬박
가오픈임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주목을 받았던 한식 퓨전 바 도슬박에 다녀왔다. 정식 오픈 전부터 위시리스트 레스토랑으로 꼽아두었던 곳인지라 기대가 컸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대 그 이상이었다. 도슬박은 각지에서 최고로 인정받은 쌀을 매일 직접 매장에서 도정해 30분마다 정성스레 밥을 짓는다고 한다. 좋은 쌀로 갓 지은 밥상 차림을 선보이고 싶었다는 도슬박 셰프의 의도가 모든 메뉴에서 느껴졌다. 도슬박의 시그니처 메뉴인 이꾸라, 관자, 전복, 참치뱃살, 단새우, 우니, 아보카도가 올라간 바다담다와 장어와 계란 메뉴를 주문했다. 특히 바다담다는 재료와 밥을 함께 싸먹을 수 있는 감태가 제공되는데, 입안 가득 퍼지는 바다 향을 물씬 느낄 수 있었다. 특제 양념으로 구운 민물장어와 도톰한 계란말이가 올라간 장어와 계란 역시 점점 바닥을 드러내는 그릇이 아쉬울 만큼 훌륭한 맛을 자랑했다. 또한 도슬박은 누룩의 향과 적당한 단맛이 일품인 다양한 전통주를 보유하고 있어 늦은 저녁 맛있는 음식과 함께 술 한잔 기울이기에 더없이 좋았다. 단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모든 메뉴가 식사보다는 안주로 먹기 좋을 만큼 양이 너무 적다는 것. 생각했던 것보다 두 가지 메뉴를 추가로 주문해야 했지만 밥은 무제한으로 제공된다고 하니 알고 가면 좋을 듯싶다. 간만에 정말 만족스러운 저녁 식사 시간을 보낸 도슬박은 앞으로도 꾸준히 방문할 것 같다. 저녁에는 술 주문이 필수이니 방문 시 참고할 것!
instagram @doseulbak
editor 원지은
11월의 맛, 십이율
열두 달의 맛을 연주한다는 십이율은 캐주얼 한식 다이닝 공간이다. 최상의 제철 식재료로 매달 새로운 메뉴를 선보인다. 코스 요리로 진행이 되는데 3만9천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이 매력적이다. 그러나 런치 기본 코스가 후식을 포함한 총 6가지인데 꼭 먹어야 한다는 성게알 어간장 국수를 추가하고, 새우 알레르기로 새우전 대신 항정조림으로 메뉴를 변경했더니 일인당 5만원이 훌쩍 넘더라. 코스 요리 중 간장 기름 떡볶이가 특별히 기억에 남는데, 떡볶이에 올려진 사워크림과 대파튀김이 오묘하게 어우러지며 맛있었다. 추가로 먹은 성게알 어간장 국수는 개인적으로 비린 것을 잘 못 먹어 아쉬웠다. 마지막 반상 선택 중 추가 금액 없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직화 오겹살과 흑후추 오리 두 가지로 한식 돈부리를 먹는 느낌이었다. 직화 오겹살과 미나리, 양념을 비벼 먹는데 느끼한 오겹살을 상큼한 미나리가 잡아주며 훌륭한 궁합을 보여주었다. 캐주얼하게 잘 차려진 한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instagram @12yool_official
editor 권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