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부터 범상치 않다. 아이디어, 시각 환경, 건축, 사운드, 사회 공공 기반 시설, 도시 복합체를 뜻하는 각 영어 단어의 첫자를 차용해 지은 아이브이에이에이아이유 시티 IVAAIU CITY다. 그룹명을 하나하나 해체해 곱씹어보면 구성원 각자가 다른 영역에서 몸담아왔음을 유추해내는 게 그닥 어려운 일은 아니다. 분야가 다양한 만큼 각각의 작품은 마치 하나의 도시를 기획, 구축하듯 제각기 모습과 메시지를 달리한다. 때로는 소리를 활용한 오디오 비주얼 퍼포먼스로, 때로는 거대한 건축물을 보는 듯한 인스톨레이션을 떡하니 선보이는 등 그들만의 목소리를 내는 방법이 쉽사리 예측되지 않기 때문. 다만 새로운 영역으로의 도전을 추구하는 모습에서 다음의 행보를 조심스레 기대해볼 뿐이다. 성수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마주한 아이브이에이에이아이유 시티와의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던건 이같은 기대가 결코 무용하지 않았던 데에 있었다.
분야가 다른 이들이 기어코 하나의 팀을 만들어냈다. 원래는 총 다섯 명이지만, 사운드 디자인을 담당하는 히로토 타키요치가 현재 일본에 체류 중이라 합류하지 못했다. 건축, 화학, 영상과 모션그래픽, 사운드 아트, 도시 계획 등 각자의 영역이 분명한 사람들이다. 물론 합류한 시점은 각기 다르나, 10년 전부터 시작해 5년 전쯤부터 지금의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처음 아이브이에이에이아이유 시티라는 이름을 접한 건 플로리스트와 함께 알베르에서 선보인 인스톨레이션 전시 때문이었다. 이전에 진행했던 프로젝트를 보니 그저 인스톨레이션 아트라 부르기에도, 시노그래피라 명명하기에도 명쾌히 설명되지 않는 아쉬움이 남는 작업이 있더라. 아이브이에이에이아이유 시티라는 그룹과 우리의 프로젝트에 대해 구태여 정의 내리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의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 해체주의적인 시도를 계속해서 도전하는 편이다. 하나의 영역이나 장르로 그룹과 작업을 규정하기보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보여주며 재정립해나가는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는 의미다. 물론 각각의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오디오 비주얼 퍼포먼스나 시노그래피, 미디어아트, 무대 디자인이라 부를 수 있지만 그것으로 우리를 총칭하지 않으려 한다.
규정하지 않는다는 말은 도전의 영역이 더욱 폭넓어진다는 것과도 같다고 보인다. 그로 인해 인상 깊었던 작업도 각자 달랐을 것 같다. 꽤 여러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도시 재생 사업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거제에서 진행했던 전시가 먼저 기억에 남는다. 버려진 조선소였지만 지금은 문화 공간으로 변한 곳에서 파도의 형상을 한 설치물을 전시했는데, 거제라는 지역의 역사라든지 문화적인 맥락을 리서치하는 과정 자체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진행했던 무대 디자인 작업도 빼놓을 수 없을것 같다. 한 건물에서 층별로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새롭게 해석해 다섯 개의 시점을 하나의 건물에서 볼 수 있는 전시였다. 하나의 타임라인 속에서 재구성된 시간과 공간을 볼 수 있도록 말이다.
작업에 있어 시간과 공간이 중요한 키워드로 작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지금까지의 작업에서 그 두 가지 요소가 중요한 역할을 차지했다. 공간에 대한 우리 나름의 해석과 현실이나 가상에 구애받지 않는 모든 공간적인 요소가 작업의 시초가 되는 셈이다. 구조적인 미학이나 건축, 시각, 사운드, 도시 등의 요소가 공간이라는 키워드에 녹아들 수 있는 것이니 말이다.
공간과 매개되는 사람도 고려해야 하는 요소일 듯하다. 그렇다. 관객이 공간을 경험하고 이를 어떻게 재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지 등 두 요소 간의 상호작용에 대한 고민은 언제나 필수적이다. 공간이라는 매개체이자 형태를 구축할 때면, 우리는 그 속에 관객으로 하여금 때로는 마치 미래에 온 듯 다양한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시간적인 설정을 부여하거나 다양한 감각적 요소를 재결합하며 사람과 공간 사이를 매개하려 노력한다.
많은 인원으로 구성된 그룹이니만큼 프로젝트를 진행함에 있어 소통과 협업이 우선시되어야 할 것 같다. 그렇다. 가장 경계하는 부분이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리더가 생기기 마련이다. 어떤 작업이냐에 따라 중심이 되는 분야가 있을 테고, 그에 따라 자연스레 리더가 결정되는 편이다. 어느 하나가 계속해서 리드하는 포지션을 고집하게 되면 소통에 필히 문제가 생길 거라는 생각에서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프로젝트의 성향에 따라 리더가 달라지다 보니, 우리 모두 각자가 더 잘하고 싶어 열의를 불태우기도 한다(웃음). 물론 오랜 기간 시행착오를 겪어왔기에 지금의 모습이 가능했다.
지금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있나? 우주에서 보일 수 있는 라이트 시그널 시스템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파라다이스 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아트 프로그램에 선정된 것인데, 구체적인 방향이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거대한 규모로 설치해 비행기에서 내려다봤을 때도 포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육안으로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는 설치물을 계획하고 있다.
새롭게 관심이 생긴 분야도 궁금하다. 요즘 친환경 에너지에 관심이 있다. 새로운 기술이나 에너지 같은 분야가 예술적인 영역과 만났을 때 분명 생성되는 시너지가 있다고 본다. 그 시너지가 대중으로 하여금 더욱 해당 분야를 친숙하게 느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오늘 촬영장으로 들고 온 이 설치작품도 그런 맥락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내년 즈음 본격화를 계획 중인데, 건물 옥상에 다양한 형태로 설치해서 일명 솔라 팜을 만들어볼 계획이다.
최종적인 목표점이 있나? 명확한 목표점 대신 미지의 영역을 탐구하고 질문하며 새로운 작업을 해나가는 것 자체를 고집한다. 동시에 각 분야별로 보다 깊숙이 파고드는 프로젝트도 수행하고자 한다. 한 예로, 현재 AAA 건축사 사무소를 설립해서 보다 심도 있는 건축 작업을 전개하거나, 자연과 공학을 결부 짓는 베이스 앤 파워 씨티라는 회사를 설립해 연구 개발 또한 고려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