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자연물과 이에 상반되는 질감과 모양새를 갖춘 오브제가 한데 어우러져 독특한 시너지를 발휘한다. 플로럴 아트 디렉터 김태희는 BTS, 샤이니, 엑소,옥상달빛 등 유명 뮤지션의 앨범 재킷 및 뮤직비디오 세트 제작을 비롯해 다양한 브랜드의 광고 촬영과 복합 문화 공간 작업을 주로 담당하며 굵직한 포트폴리오를 쌓아가고 있다. 꽃이란 공간에 호흡할 수 있는 힘을 실어주는 존재라고 말하는 김태희 디렉터는 무한한 스케일과 자신만의 독창적인 시각으로 풀어낸 꽃 작업을 선보인다.
꽃을 활용한 예술 활동을 하는 아티스트라는 타이틀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언제부터 꽃 작업을 시작했나? 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갤러리스트로 활동했다. 작가들을 서포트하고 예술 작품을 가까이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의 작품 활동’에 대한 열망이 생긴 것 같다. 인테리어 업계에서 활동하셨던 어머니의 영향과 런던 유학 생활을 통해 자연물을 소재로 작업하는 것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고, 과감히 이 일에 뛰어들게 되었다.
플라워 어레인지먼트를 넘어 다양한 오브제를 활용한 작품을 선보인다. 자신이 추구하는 작업 스타일은 무엇인가? 다양한 스타일의 작업을 하지만 결국 ‘계속 들여다볼 수 있는 작업’을 하고자 한다. 끊임없이 들여다보려면 작업 혹은 작품을 감상하는 이가 간직하고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자연스레 떠올리게 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꽃 작업에 오브제를 활용하면 조금 더 다채로운 이야기를 담거나 떠올리게 할수있다.
오브제를 선정하는 데 자신만의 기준이 있나? 슬릭하고 모던한 디자인의 오브제를 무척 좋아하는데, 첫 작업실이 을지로 3가에 위치했던 영향으로 가끔 철물점 구석구석을 탐방하며 취향이 더욱 확고해진 것 같다. 모노톤의 오브제를 주로 모으는 편이고, 나무보다는 철제 오브제를 선호한다. 온전한 자연과 다른 질감과 모양새를 갖추고 있어 오히려 작업의 주인공이 되는 꽃과 식물과 잘 어우러지는 것 같다.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얻나? 갤러리와 미술관, 디자인 서적 그리고 국내외 아트 비디오를 많이 찾아보지만 역시나 지인들과 오가는 일상의 대화에서 가장 많은 영감을 얻는다. 평소에도 좋아하는 작품이 있으면 공유하고, 서로의 결과물에 대해 모니터링을 해주기도 하는데 이러한 것이 쌓이다 보면 또 다른 작품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복합 공간, 아티스트 뮤직비디오, 광고 촬영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대표적인 작품을 설명해달라. 시간의 무한함을 이야기한 첫 번째 개인전 <Endlessly>와 샤이니의 아틀란티스 리패키지 앨범 플로럴 세트, BTS의 빌보드 무대 플로럴 세트다. 2018년에 진행한 개인전은 꽃을 아트피스로 전시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당시 새로운 형식의 미술 전시이고 나의 작업을 작품으로 평가했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의미 있는 프로젝트였다. 샤이니의 세트 작업은 워낙 스케일이 큰 작업이기도 했고 미술감독님과 수많은 커뮤니케이션 끝에 탄생한 소중한 작업이다. 평소 좋아하는 자연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세팅을 기반으로 그 위에 많은 디렉터의 의견이 더해져 환상적인 분위기가 돋보이는 숲속을 그릴 수 있었다. 세트에 쓰고 싶었던 꽃과 식물을 마음껏 사용해볼 수 있는 작업이었기에 더욱 애착이 간다.
개인적으로 가장 애정하는 꽃이 있나? 매번 바뀌기 때문에 딱 하나를 정하기는 어렵지만 요즘은 휴케라종에 눈길이 많이 간다. 색상도 워낙 다양한 데다 올라오는 꽃대가 이파리와 대조되는 모양새라 보는 재미가 있다.
꽃이 공간에 주는 힘은 무엇인가? 공간이 ‘호흡’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뿌리가 있는 꽃은 더욱 그렇다. 무언가에 의해 정제되지 않은, 존재 자체로 생명력을 느끼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계획 중인 프로젝트나 전시가 있나? 두 번째 개인전을 준비 중이다. 음악과 함께하는 전시가 될 예정이며 개인 작업으로 해왔던 작품 사진도 선보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