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공간

살아있는 물성을 예술작품으로 만드는 사일로랩

살아있는 물성을 예술작품으로 만드는 사일로랩
흐르는 빛과 물, 청각을 조용히 자극하는 곳곳의 소리. 평면에 갇힌 그래픽 대신 살아 있는 물성이 메운 사일로랩의 공간은 단숨에 일상에서 무뎌진 신체의 모든 감각과 공명한다.
미디어 공학을 전공한 박근호 대표(왼쪽)과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이영호 대표(오른쪽). 왼쪽 파사드에는 <풍화> 전시, 오른쪽 파사드에는 드림하우스 갤러리에서 진행한 전시의 모습이 담겨 있다.
저마다의 소망을 담은 풍등이 전시장을 뒤덮었다. 실제 바람에 일렁이는 듯한 풍등과 아래로는 수면에 일렁이듯 번진 풍등의 빛이 단숨에 이곳이 오로지 관객들을 위한 공간임을 상기시킨다. 사일로랩이 지난 서울 리빙 디자인 페어에서 작품 ‘풍화’와 ‘묘화’를 결합한 키네틱 미디어 아트 전시를 감상하며 느꼈던 기묘한 감각을 좀체 잊을 수가 없었다. 기계와 장비로 가득한 창고 작업실에서 일한다는 의미의 사일로랩 Silo Lab은 덕수궁,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선보이며 이미 수많은 관객을 홀린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 듀오다. 동시에 나이키, 넷플릭스, 현대백화점, 현대자동차 등 수많은 브랜드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지금, 사일로랩은 가장 주목해야 할 아티스트다.

사일로랩의 시작이 궁금하다. 처음에는 다섯 명이 시작했다. 함께 망원동에 작업실을 구해 아트 작업을 하다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박근호 대표는 미디어 공학을, 이영호 대표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는데 둘이 합을 낼 수 있는 최적의 분야가 미디어아트임을 느꼈다. LED와 사운드를 활용한 작업을 웹에 업로드했는데, 운 좋게 갤러리아백화점의 크리스마스트리를 우리 방식대로 만들어볼 수 있냐는 제안을 받았다. 그때 인터랙티브 라이팅 작품을 선보였는데, 우리의 첫 프로젝트로 기억한다. 이렇게 2013년부터 작업해 8년째인 지금에 이르렀다.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빛과 사운드의 매력적인 합이 인상적인데, 작업 시 주로 활용하는 요소가 있나? 보통 디지털 미디어아트를 한다고 하면 평면적인 사각 디스플레이에서 여러 그래픽 작업을 선보이는 것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보다는 공간을 실제로 가득 채울 수 있는 개체를 활용하려 한다. 그러다 보니 스크린 베이스의 디지털 연출이 아니라 빛, 조명 등 물성을 느낄 수 있는 것을 조금 더 많이 활용하게 됐다. 물을 그래픽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물을 공간 속으로 들여오거나 빛을 내기 위해 실제 조명을 수십개 들여오거나 하는 방식이다. 공간에서 실제로 만지고 보고 들으며 느낄 수 있는 것을 선보이는거다. VMD나 커머셜적인 작업도 종종 진행했는데, 관객과 공명하는 인터랙션을 기반으로 한 미디어아트에 공감해준 결과라 생각한다.

 
<Dreamer, 3:45am> 전시에서 선보인 윤슬 시리즈
 
서울 리빙 디자인 페어에서 ‘풍화’와 ‘묘화’를 결합한 키네틱 미디어아트를 선보였다.

몰입형 공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하더라. 관객의 참여가 작품의 중요한 일부라고 여기는 듯했다. 어떤 점이 관객들로 하여금 사일로랩의 공간에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같은가? 사람들이 어떤 부분을 좋아했던 것을 역으로 생각해봤다. 아주 작은 몸짓이나 행위가 커다란 리액션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관객을 끌어들일 수 있을거라 봤다. 복잡한 로직 대신 단순한 행동이 즉각적인 임팩트로 다가올 수 있도록 해 분위기를 고조시킬 수 있게끔. 가령 단순히 두드리는 행위로 높아지는 스코어를 시각적인 방법으로 극대화하는 식으로 말이다. 예상치 못한 강렬한 감각적인 임팩트가 관객 자신한테 몰아치는 순간, 그들은 오롯이 공간에 집중할 수 있을거라 믿고 있다.

여러 감각을 자극하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술이나 트렌드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 트렌드나 다양한 기술에 대한 연구도 신경 쓰지 않는 건 아니다. 다만 중요한 건 메시지다. 프로젝트와 결부될 수 있는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미 대중화된 기술도 작업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라면 언제든지 활용한다. 최신 기술보다는 작품을 통해 우리가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는 이야기와 의도에 더 초점을 맞춘다. 반드시 최신 기술이나 유행이 관객의 감명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공간에서 실제 물성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고 노력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나이키와 협업해 진행한 #JUST DO IT 이벤트 모습.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다면? 최근 서울 리빙 디자인 페어에서 선보인 <풍화, 아세안의 빛> 전시가 가장 먼저 생각난다. ‘풍화’와 ‘묘화’라 이름 붙인 두 작품을 합친 전시다. 키네틱 미디어아트 작업인데, 우선 천장에 드럼을 설치해 풍등을 위아래로 움직일 수 있게 했다. 전시장 한 면을 장식한 조명 작품은 ‘묘화’인데 그리드 속에 백열전구를 설치한 작품이다. 두 작품 모두 미디어 모듈을 도입해 움직임이나 빛의 세기, 밝기를 제어할 수 있게 제작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전시장에 실제 물을 들여와 두 작품이 발산하는 빛이 촘촘히 번지도록 했다. 또 하나 떠오르는 작품이 있는데,  ‘윤슬’이라는 작업이다. ‘윤슬’은 해와 달의 빛이 수면에 비치어 만들어지는 잔물결을 뜻하는 순수 우리말이다. 라이팅 인스톨레이션으로 선보인 작품인데, 단어의 뜻처럼 물결 위에 별처럼 수놓인 빛이 서서히 그 색을 변화하는 모습까지 보여주며 여러 빛의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다.

요즘 진행중인 작업이 있나? 단독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하나의 미디어 갤러리 같은 형태의 공간을 구성하고자 한다. 우리만의 방식으로 표현한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로 가득 채운 전시를 구현하고 싶다. 우리의 프로젝트를 관객이 온몸으로 체험하고 공명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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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그래퍼 임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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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YEAR WISH, ①NEW FEMININE

메종 편집팀 에디터들의 차곡차곡 모아온 위시리스트 아이템.

메종 편집팀 에디터들의 차곡차곡 모아온 위시리스트 아이템.
물 흐르듯 유려하게 흐르는 곡선, 클래식한 플라워 패턴. 여성스러우면서도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페미닌 무드는 유지하되 중성적인 매력을 더한 새로운 패미닌 무드를 연출해 봤다. 집에서만큼은 우아하고 싶은 에디터의 바람을 담아서. 
 

덴마크 홈웨어 브랜드 테클라 Tekla로 수건 한 장마저도 감각적으로 꾸미고 싶지만 지금 당장은 소파를 덮을 수 있는 블랭킷만이라도. 순모로 두꺼운 위빙이 따뜻함과 편안함을 선사한다. 다양한 컬러와 패턴으로 고르기 꽤 어려웠다. 테클라.

시대를 초월한 아름다움의 대명사 조지 젠슨의 HK피처. 어느 공간에 두어도 감각적인 곡선의 힘이 우아하고 고급스럽게 만들어줄 것만 같다. 2008년 디자이너 헤닝 코펠을 기리며 가장 큰 사이즈까지 새롭게 제작했다고. 조지 젠슨.  

아트북은 손쉽게 예술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데커레이션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이미지 메이킹의 제왕 존 데리안의 픽처북은 눈을 즐겁게 하며 영감을 주는 이미지가 담겨 있다. 거실 테이블에 두고 우울할 때마다 보고 싶다. 분더샵.

동서양의 미학이 교차되며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셀레티의 하이브리드 라인. AT 하이브리드 베이스 멜라니는 원하는 패턴으로 화병을 돌려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어 일석삼조. 굳이 꽃을 꽂지 않아도 그 자체로도 훌륭한 오브제다. 라이프앤스타일.

음식을 담는 용도 외에도 장식용 테이블웨어로 손색없는 지노리 1735의 오리엔테 플랫 디저트 플레이트. 동아시아의 전통적인 패턴과 이탈리아의 우아함이 조화를 이뤄 컬러별로 모으고 싶다. 크리에이티브랩.    

아트 컬렉팅에 관심이 있는 요즘, 민병헌 작가의 작품에 매료되었다. 그는 한국 사진 매체를 대표하는 작가로 40년간 흑백 스트레이트 포토그래피 작업만 해왔다. ‘Deep Fog‘ 작품을 보고 있자면 사색에 빠지면서 낭만적이고 서정적이다. 꼭 컬레팅하리! 갤러리 구조.

특별한 디자인의 쿠션을 찾던 중 알게 된 타스 tas. 다양한 분야에서 아름다운 요소를 만들어 나가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트렌디한 디자인의 쿠션 제품이 가득하다. 특히 원단 두 장으로 이뤄져 양쪽 끈을 조이면 원형으로 만들어지며 셔링의 입체적인 형태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타스

사실 앉는 용도보다 공간 한 켠에 두고 감상하고 싶다. 노먼 체르너가 디자인한 체르너 암체어의 잘록한 허리와 유려한 곡선이 드라마틱한 공간을 압도하는 힘이 있다. 챕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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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OF FUTURE, #이질적인 질감의 결합

서로 다른 소재를 하나로 완결된 모습을 만들어내는 손신규 가구 디자이너

서로 다른 소재를 하나로 완결된 모습을 만들어내는 손신규 가구 디자이너
서로 상반되는 소재가 하나로 완결된 모습이 가히 아름답다. 젊은 작가 손신규 가구 디자이너는 완벽하게 이룬 균형과 규칙적인 대칭으로 건축물을 연상시키는 작업을 선보인다.

목재가 주는 자연스러움과 금속과 유리라는 물질이 주는 딱딱하고 차가운 질감이 만나 예상치 못한 완벽한 균형과 조화를 이룬다. 손신규 가구 디자이너는 우리나라 전통 건축물인 한옥에서 목재를 선택하고, 이와 상반되는 인공적인 소재의 스테인리스와 강화유리 등을 규칙적으로 결합해 건축적인 균형을 이룬 작품을 선보인다. 디자이너로서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더욱 기대되는 손신규 디자이너와 작업에 대한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선반과 스툴, 스탠드 조명, 테이블 등 실내 가구이지만 건축적인 구조가 특히 눈에 띈다. 가구 디자인을 전공했나? 줄곧 가구를 공부해왔다. 작품의 주제가 서로 다른 두 소재가 분절되고 그것을 통해 구조적 안정성을 도출하기에 많은 이들이 건축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원초적인 결합 방식을 통한 안정성이라는 점에서 레퍼런스 또한 건축물에서 많이 얻는다.

목재와 금속, 유리라는 조합이 탄생하게 된 계기가 있나? 내가 살고 있고 또 살아갈 한국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우리 고유의 정서를 내 작품에 녹여내고 싶었다. 근현대사와 한국의 미학에서 그것들을 찾아낸다.

작가의 시각으로 본 근현대사와 한국의 미학은 어떠했나? 우리나라는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독자적이고 아름다운 한국의 미를 가지고 있었지만, 사회적으로 불안정한 시대를 거치는 단계에서 급격히 서구의 문물이 수용되었다. 이후 현대에 이르기까지 문화적인 측면에서 서로 융화되지 못하는 부분이 생겼다고 생각한다. ‘분절’ 시리즈는 이와같은 사실을 인정하고 각자 분리된 상태로는 형태를 유지할 수 없는 목재와 스테인리스, 강화유리 등을 분절하고 재조합하여 하나의 아름다운 조형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사이드 테이블과 선반, 스툴, 벤치 등으로 구성된 <이질과 대칭>전. ©이상필

작품의 주재료인 목재의 기능에 대해 설명해달라. 작품에 사용된 목재는 한옥에서 사용되는 목재이다. 한국의 건축에서 돌과 나무는 물질에 대한 욕망을 억제하는 도덕적인 교훈을 표현하고 구현하는 재료로 사용되었다. 선조들은 재료에 가하는 인공적인 처리를 줄이고 자연의 본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것에 대한 배경에는 두 가지 미학이 있는데, 기예의 미학은 재료를 통해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얻고자 함이고, 절제의 미학은 기교를 최소화함으로써 욕심을 억제하는 수양과 같다고 여기곤 했다. 그리고 이것은 무위라는 개념으로 이어진다. 선조들은 나무의 겉모습만 보아 가치를 판단하지 않았고, 나무의 역할과 순기능을 바라봤다. 그 부분을 작품에 적용하고 싶었고, 본래 목재의 모습을 가공하지 않고 일전에 사용되었던 역할을 차용함으로써 두 가지 미학을 작품에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미러 스테인리스와 강화유리는 어떤 특성을 지녔나? 미러 스테인리스와 강화유리는 공장의 대량생산 체제와 정밀한 공정을 거쳐 생산된다. 직선적이고 획일화되어 있는데, 이는 한국의 건축에서 추구하고자 했던 것과 정반대되는 미학이라 생각했고 또 우리 주위에 널리 쓰이고 있어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작품에서는 이를 직선적인 미학이라 이야기한다.

이처험 상반되는 재료를 통해 어떤 영감을 얻었나? 작품에는 한국 예술의 전반적인 발전 과정에 대한 비판과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는 전통 한옥을 우리가 본래 추구했던 공예적 가치의 원형으로 간주하고, 스틸과 강화유리를 역사의 단절 지점으로 정의한다. 그런데 이는 옳고 그름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 나의 정체성과 작업의 조형성을 탐구하는 하나의 과정과 이야기로 표현하고자 한다.

 

사이드 테이블과 선반, 스툴, 벤치 등으로 구성된 <이질과 대칭>전. ©이상필

2019년에 선보인 <분절>전은 한옥인 운현궁에서 촬영되었다. 특별히 한옥을 선택한 이유가 있었나? 서울 문화재청의 협조를 구해 촬영을 진행했다. 운현궁은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 고종과 그 아버지인 홍선대원군이 거주했던 곳이다. 시대적 상황을 상징할 수 있을 만한 장소에서 작품을 사진 촬영함으로써 대비되는 미학이 조금씩 어긋난 채 공존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인정하고 그것을 동시에 작품의 정체성으로 삼고자 했다.

최근 선보인 <이질과 대칭>전 역시 외부 공간으로 옮겨와 사진으로 기록하였다. 작품의 주제에 맞는 장소에서 촬영하고 보는 이로 하여금 설득력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작품이 가진 시각적인 힘을 알기에 공간과 환경에서도 죽지 않고 더 큰 시너지를 일으킨다고 생각한다.

가구를 만들 때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시각적인 부분과 작업의 맥락을 연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겉으로는 아름답게 느껴져도 그 속에 알맹이가 없다면, 그저 그런 가구로 느껴질 것이다. 항상 무언가를 작업할 때에는 수십 수백 번씩 되뇌곤 한다. 또한 가구 기반의 작업이기에 일정 정도의 사용성과 안정성을 보장해야 하기도 한다. 이러한 사항을 취합해 매번 좋은 작품을 내고자 노력한다. 앞으로도 소재나 개념적으로도 작업의 영역을 넓혀갈 생각이다.

 
<분절>전을 위한 시리즈는 운현궁에서 촬영되어 작품의 정체성을 사진으로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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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포토그래퍼 임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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