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일로랩의 시작이 궁금하다. 처음에는 다섯 명이 시작했다. 함께 망원동에 작업실을 구해 아트 작업을 하다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박근호 대표는 미디어 공학을, 이영호 대표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는데 둘이 합을 낼 수 있는 최적의 분야가 미디어아트임을 느꼈다. LED와 사운드를 활용한 작업을 웹에 업로드했는데, 운 좋게 갤러리아백화점의 크리스마스트리를 우리 방식대로 만들어볼 수 있냐는 제안을 받았다. 그때 인터랙티브 라이팅 작품을 선보였는데, 우리의 첫 프로젝트로 기억한다. 이렇게 2013년부터 작업해 8년째인 지금에 이르렀다.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빛과 사운드의 매력적인 합이 인상적인데, 작업 시 주로 활용하는 요소가 있나? 보통 디지털 미디어아트를 한다고 하면 평면적인 사각 디스플레이에서 여러 그래픽 작업을 선보이는 것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보다는 공간을 실제로 가득 채울 수 있는 개체를 활용하려 한다. 그러다 보니 스크린 베이스의 디지털 연출이 아니라 빛, 조명 등 물성을 느낄 수 있는 것을 조금 더 많이 활용하게 됐다. 물을 그래픽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물을 공간 속으로 들여오거나 빛을 내기 위해 실제 조명을 수십개 들여오거나 하는 방식이다. 공간에서 실제로 만지고 보고 들으며 느낄 수 있는 것을 선보이는거다. VMD나 커머셜적인 작업도 종종 진행했는데, 관객과 공명하는 인터랙션을 기반으로 한 미디어아트에 공감해준 결과라 생각한다.
몰입형 공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하더라. 관객의 참여가 작품의 중요한 일부라고 여기는 듯했다. 어떤 점이 관객들로 하여금 사일로랩의 공간에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같은가? 사람들이 어떤 부분을 좋아했던 것을 역으로 생각해봤다. 아주 작은 몸짓이나 행위가 커다란 리액션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관객을 끌어들일 수 있을거라 봤다. 복잡한 로직 대신 단순한 행동이 즉각적인 임팩트로 다가올 수 있도록 해 분위기를 고조시킬 수 있게끔. 가령 단순히 두드리는 행위로 높아지는 스코어를 시각적인 방법으로 극대화하는 식으로 말이다. 예상치 못한 강렬한 감각적인 임팩트가 관객 자신한테 몰아치는 순간, 그들은 오롯이 공간에 집중할 수 있을거라 믿고 있다.
여러 감각을 자극하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술이나 트렌드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 트렌드나 다양한 기술에 대한 연구도 신경 쓰지 않는 건 아니다. 다만 중요한 건 메시지다. 프로젝트와 결부될 수 있는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미 대중화된 기술도 작업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라면 언제든지 활용한다. 최신 기술보다는 작품을 통해 우리가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는 이야기와 의도에 더 초점을 맞춘다. 반드시 최신 기술이나 유행이 관객의 감명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공간에서 실제 물성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고 노력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다면? 최근 서울 리빙 디자인 페어에서 선보인 <풍화, 아세안의 빛> 전시가 가장 먼저 생각난다. ‘풍화’와 ‘묘화’라 이름 붙인 두 작품을 합친 전시다. 키네틱 미디어아트 작업인데, 우선 천장에 드럼을 설치해 풍등을 위아래로 움직일 수 있게 했다. 전시장 한 면을 장식한 조명 작품은 ‘묘화’인데 그리드 속에 백열전구를 설치한 작품이다. 두 작품 모두 미디어 모듈을 도입해 움직임이나 빛의 세기, 밝기를 제어할 수 있게 제작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전시장에 실제 물을 들여와 두 작품이 발산하는 빛이 촘촘히 번지도록 했다. 또 하나 떠오르는 작품이 있는데, ‘윤슬’이라는 작업이다. ‘윤슬’은 해와 달의 빛이 수면에 비치어 만들어지는 잔물결을 뜻하는 순수 우리말이다. 라이팅 인스톨레이션으로 선보인 작품인데, 단어의 뜻처럼 물결 위에 별처럼 수놓인 빛이 서서히 그 색을 변화하는 모습까지 보여주며 여러 빛의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다.
요즘 진행중인 작업이 있나? 단독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하나의 미디어 갤러리 같은 형태의 공간을 구성하고자 한다. 우리만의 방식으로 표현한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로 가득 채운 전시를 구현하고 싶다. 우리의 프로젝트를 관객이 온몸으로 체험하고 공명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