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반과 스툴, 스탠드 조명, 테이블 등 실내 가구이지만 건축적인 구조가 특히 눈에 띈다. 가구 디자인을 전공했나? 줄곧 가구를 공부해왔다. 작품의 주제가 서로 다른 두 소재가 분절되고 그것을 통해 구조적 안정성을 도출하기에 많은 이들이 건축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원초적인 결합 방식을 통한 안정성이라는 점에서 레퍼런스 또한 건축물에서 많이 얻는다.
목재와 금속, 유리라는 조합이 탄생하게 된 계기가 있나? 내가 살고 있고 또 살아갈 한국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우리 고유의 정서를 내 작품에 녹여내고 싶었다. 근현대사와 한국의 미학에서 그것들을 찾아낸다.
작가의 시각으로 본 근현대사와 한국의 미학은 어떠했나? 우리나라는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독자적이고 아름다운 한국의 미를 가지고 있었지만, 사회적으로 불안정한 시대를 거치는 단계에서 급격히 서구의 문물이 수용되었다. 이후 현대에 이르기까지 문화적인 측면에서 서로 융화되지 못하는 부분이 생겼다고 생각한다. ‘분절’ 시리즈는 이와같은 사실을 인정하고 각자 분리된 상태로는 형태를 유지할 수 없는 목재와 스테인리스, 강화유리 등을 분절하고 재조합하여 하나의 아름다운 조형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작품의 주재료인 목재의 기능에 대해 설명해달라. 작품에 사용된 목재는 한옥에서 사용되는 목재이다. 한국의 건축에서 돌과 나무는 물질에 대한 욕망을 억제하는 도덕적인 교훈을 표현하고 구현하는 재료로 사용되었다. 선조들은 재료에 가하는 인공적인 처리를 줄이고 자연의 본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것에 대한 배경에는 두 가지 미학이 있는데, 기예의 미학은 재료를 통해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얻고자 함이고, 절제의 미학은 기교를 최소화함으로써 욕심을 억제하는 수양과 같다고 여기곤 했다. 그리고 이것은 무위라는 개념으로 이어진다. 선조들은 나무의 겉모습만 보아 가치를 판단하지 않았고, 나무의 역할과 순기능을 바라봤다. 그 부분을 작품에 적용하고 싶었고, 본래 목재의 모습을 가공하지 않고 일전에 사용되었던 역할을 차용함으로써 두 가지 미학을 작품에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미러 스테인리스와 강화유리는 어떤 특성을 지녔나? 미러 스테인리스와 강화유리는 공장의 대량생산 체제와 정밀한 공정을 거쳐 생산된다. 직선적이고 획일화되어 있는데, 이는 한국의 건축에서 추구하고자 했던 것과 정반대되는 미학이라 생각했고 또 우리 주위에 널리 쓰이고 있어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작품에서는 이를 직선적인 미학이라 이야기한다.
이처험 상반되는 재료를 통해 어떤 영감을 얻었나? 작품에는 한국 예술의 전반적인 발전 과정에 대한 비판과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는 전통 한옥을 우리가 본래 추구했던 공예적 가치의 원형으로 간주하고, 스틸과 강화유리를 역사의 단절 지점으로 정의한다. 그런데 이는 옳고 그름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 나의 정체성과 작업의 조형성을 탐구하는 하나의 과정과 이야기로 표현하고자 한다.
2019년에 선보인 <분절>전은 한옥인 운현궁에서 촬영되었다. 특별히 한옥을 선택한 이유가 있었나? 서울 문화재청의 협조를 구해 촬영을 진행했다. 운현궁은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 고종과 그 아버지인 홍선대원군이 거주했던 곳이다. 시대적 상황을 상징할 수 있을 만한 장소에서 작품을 사진 촬영함으로써 대비되는 미학이 조금씩 어긋난 채 공존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인정하고 그것을 동시에 작품의 정체성으로 삼고자 했다.
최근 선보인 <이질과 대칭>전 역시 외부 공간으로 옮겨와 사진으로 기록하였다. 작품의 주제에 맞는 장소에서 촬영하고 보는 이로 하여금 설득력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작품이 가진 시각적인 힘을 알기에 공간과 환경에서도 죽지 않고 더 큰 시너지를 일으킨다고 생각한다.
가구를 만들 때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시각적인 부분과 작업의 맥락을 연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겉으로는 아름답게 느껴져도 그 속에 알맹이가 없다면, 그저 그런 가구로 느껴질 것이다. 항상 무언가를 작업할 때에는 수십 수백 번씩 되뇌곤 한다. 또한 가구 기반의 작업이기에 일정 정도의 사용성과 안정성을 보장해야 하기도 한다. 이러한 사항을 취합해 매번 좋은 작품을 내고자 노력한다. 앞으로도 소재나 개념적으로도 작업의 영역을 넓혀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