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의 생김새도, 표정도, 색감도 모두 제각기 다른 유쾌한 모습에 눈길이 절로 갔다. 얼굴의 구체적인 형상을 없애고 단순화된 모습에 사람의 머리나 몸 주변에 붙은 장식 요소로 은유적인 표현을 담아내는 정지숙 도예가의 작업실을 찾았다. “인물에 집중해서 작업하게 된 계기는 자아 성찰적인 요소를 넣으면서부터예요. 나를 탐구하고 인물에 집중하다 보니 그것이 고스란히 작업에 투영된 것 같아요”라며 정지숙 작가가 입을 열었다. 자아 성찰에서 시작해 인물을 형상화하는 작업에 본격적으로 집중하게 되었고 작가의 관심사와 생각의 흐름에 따라 점차 변화가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그녀가 세상을 관찰했을 때 그려지는 이미지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얼굴의 생김새도, 표정도 모두 다른 그녀의 작품을 보고 있자니 작품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자 하는지 궁금했다. “제 작품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보다 단순하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자 그룹화해 말하려고 해요”라며 자신의 작업 과정이 크게 세 덩어리로 나뉜다고 설명했다. 가장 첫 번째는 ‘생각의 덩어리’다. 작품의 첫 시작이 자아 성찰에서 시작한 것을 이유로 들며, 작가 자신의 생각이나 관점을 관찰했을 때 그려지는 이미지를 집중적으로 표현했던 당시의 작업을 생각의 덩어리로 표현했다. 그 다음은 ‘유동적인 덩어리’다. 그녀는 자아 성찰 이후 시선의 초점이 세상이 굴러가는 모습으로 넘어갔는데, 이를 유동적인 덩어리라 표현했다.
“나를 포함해 사람과 세상이 모두 연결되어 있고 그것에 영향을 받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그리고 그것이 내 머릿속에서 성장하고 영향 받는 것이 세계가 굴러가는 모습과 비슷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가장 최근에는 ‘살아 있는 덩어리’로 표현된다. “최근 제 관심사가 살아 있는 것의 공통적인 특징에 쏠려 있거든요. 생물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특징인 숨을 쉬고, 움직이고, 성장하고 번식하고 배출하고…. 이러한 공통점에서 느껴지는 생명력과 에너지를 담아내고자 해요.” 세 번의 큰 단계 안에서 그녀가 얼마만큼 노력하고 성장했는지 엿볼 수 있었다. 표정도 표정이지만, 머리카락이라고 해야 할지, 장신구라고 해야 할지 머리 위에 달린 화려한 장식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궁금했다. “머리나 몸 주변에 어떠한 요소를 넣는 것은 저만의 시각적인 표현이에요. 1차적으로 내가 느끼는 감정이나 생각, 느낌, 깨달은 것에서 오는 이미지죠. 만화에서 머릿속을 표현할 때 쓰이는 말풍선처럼요. 저는 감정이나 생각에 빠져 있을 때 이미지가 연상되거든요. 그래서 주로 머리 주변으로 독특한 요소를 붙여요.” 정지숙 작가는 좋든, 싫든 특정 감정이 강렬하고 인상에 남으면 이것을 만들거나 그림으로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때그때 메모나 드로잉을 해두고, 그간 해왔던 스케치를 모아보며 끌리는 형태를 골라 작업을 시작한다. 색감 역시 감정의 표현이기에 채도와 계열 등 자연스레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생동감과 긍정적인 색감으로 표출된다. “웬만하면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싶은 바람도 있고, 사실 1차원적으로 작업하면서 제가 재미있고 싶어요. 그리고 보는 사람들도 인상적이면서도 즐거움을 느꼈으면 해요. 다 같이 즐겼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