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고도 유려하게, 무심하듯 은은하게. 금속의 물성과 잠재력 그리고 아름다움을 공간에 전하는 이탈리아 브랜드 데 카스텔리 이야기.
하나의 소재를 끊임없이 탐구하는 것. 나아가 소재가 지닌 가치를 여러 영역으로 변용하고 전파하기까지 단시간에 이뤄지지 않았을 과정은 이탈리아의 금속 명가로 불리는 데 카스텔리 De Castelli가 걸어온 외길이다. 설립자 알비노 셀라토 Albino Celato의 가문은 1970년대부터 대부분의 일원이 철공업과 대장장이업에 종사해온 터라, 데 카스텔리라는 브랜드가 설립된 2003년에 이르러서까지도 황동, 철, 구리 등의 금속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소재였다. 더군다나 금속은 고대에서부터 사용되어온 재료이자 여러 영역에서 두루 활용되어 왔기에 데 카스텔리의 행보는 어디에도 구애받지 않았다. 금속 본연의 표면과 질감을 고스란히 살린 표면 타일과 가구, 나아가 건축적 적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소화하는 데 카스텔리의 기반은 오랜 시간 탄탄하게 쌓아온 장인 정신과 실험 정신에 있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소재인 만큼, 금속의 질은 훌륭한 기술과 소재의 물리적 특성을 명확히 이해하는 데에서 차이가 결정된다. 데 카스텔리는 4대째 금속을 다뤄온 가업을 기반으로, 소재에 대한 뛰어난 이해도와 접근 방식으로 금속이 지닌 고유의 물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자유롭게 형태를 변화시킬 수 있었다. 자유로운 변형이 가능하다는 것은 곧 디자인적으로 다양하고 실험적인 시도를 거듭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 셈. “데 카스텔리의 부가가치는 건축가와 디자이너 또는 예술가의 디자인에 따라 소재의 형태를 새롭게 형성할 수 있다는 데 있다”는 알비노 셀라토의 말에 확신이 느껴지는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데 카스텔리의 진가는 결과물을 마주했을 때 더욱 빛을 발한다. 작은 소품이나 오브제부터 의자, 소파, 가구 등 폭넓은 영역을 두루 다루기 때문. 일례로, 아드리아노가 디자인한 이동식 바 겸 트롤리인 바리스타 Barista는 작년 아키프로덕츠 디자인 어워드에서 상을 거머쥐었을 만큼 디자인적 감각을 인정받은 가구다. 외관은 빛이 여러 모습으로 반사되도록 막대처럼 구현된 다양한 직경의 천연 구리를 이어붙인 형태로 옆면을 구성했고, 윗면 역시 같은 소재를 활용했지만 기대거나 음료를 놓을 수 있도록 평평하게 만들었으며, 내부는 거울처럼 마감 처리한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됐다. 책처럼 열리는 캐비닛 바는 뛰어난 수납력까지 겸비해 실용성과 디자인 모두 갖췄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바리스타와 함께 이번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 소개된 마레아 Marea 캐비닛은 금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극적인 아름다움을 물씬 느낄 수 있다. 서랍장과 찬장 그리고 캐비닛으로 구성된 이 가구는 조수를 의미하는 마레아에서 유추할 수 있듯 금속의 산화작용에서 착안해 파도가 해안에 흔적을 남기며 일렁이는 듯한 회화적 효과를 구현해냈다. 이외에도 곡선미를 극대화한 콘비비움 콘솔, 얇고 긴 금속 기둥과 동그란 상판으로 제작된 바벨 선반, 행잉 플랜트에서 영감을 받아 황동과 구리를 얼핏 가죽처럼 보이도록 연출하고 건축적인 느낌을 강조한 모듈식 선반 탈레아 등을 보면 오래전부터 이어온 장인 정신과 감각적인 디자인을 위한 시도가 절묘하게 결합되었음을 체감할 수 있다.
브랜드와의 협업도 활발하게 진행해왔다. 만약 데 카스텔리라는 이름이 왠지 익숙하다고 느꼈다면, 2년 전 삼성전자가 다양한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기 위해 선보인 프로젝트 프리즘의 세번째 라인업 가전 ‘뉴 셰프 컬렉션’을 접했기 때문일 터. 이때 수작업으로 제작된 마레 블루 컬러의 패널은 금속 특유의 아름다움으로 품격 있는 가전이 완성됐다는 호평을 받았다. 이외에도 가구 브랜드 보피, 데파도바와의 협업으로 제작한 금속 장식이나 제89회 제네바 모터쇼를 화려하게 장식한 마세라티와의 콜라보레이션 등을 통해 다시 한번 금속 명가의 위용을 자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올해 4월, 다양한 하이엔드 제품을 선보이는 복합 브랜드 포모나 앤코를 통해 데 카스텔리의 쇼룸을 본격적으로 만날 수 있게 됐다. 금속의 변주가 만들어내는 오묘한 아름다움이 공간에 구현된 모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