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낭&에르완 부훌렉 형제가 디자인한 룸 디바이더 겸 파티션 레이유 Rayures.
마치 석양이 지는 듯한 강렬한 붉은색이 눈을 사로잡는 LA 선셋 테이블.
몇 달전 유리공예가와 인터뷰를 진행한 적 있다. “유리공예가로서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그는 함께할 사람을 구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답했다. 신체가 고온에 장시간 노출되어야 함은 물론, 그럴싸한 형태를 만들어내기까지 유리라는 소재가 지닌 특유의 예민함을 견뎌내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기 때문일테다라는 추측과 함께 말이다. 그럼에도 유리의 매력을 매일 새롭게 발견한다는 공예가의 말을 가끔씩 떠올린다. 하나의 소재를 다루는 데에 있어서는 끈기와 애정 그리고 그에 따른 기술력이 뒷 받침되어야 한다는 말을 다시금 실감케 하는 순간이었다. 하물며 단 한가지 소재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동시에 제품화하고 대중화해야 하는 브랜드의 경우에는 더욱 많은 조건이 필수적으로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이탈리아 기반의 브랜드 글라스 이탈리아는 5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유리 외길만을 걸어왔다. 1970년대 초 이탈리아 브리안차 지역에서 거주하는 아로시오 가문에 의해 처음 설립된 글라스 이탈리아는 인테리어에 관심이 있거나, 여러 셀러브리티를 팔로우하고 있다면 한 번쯤 봤을 파스텔 톤의 유리 테이블 쉬머 Shimmer 시리즈를 탄생시킨 브랜드다. 쉬머 시리즈는 파트리시아 우르키올라의 디자인으로도 유명하지만 그 특유의 은은하고도 다채로운 색의 광채가 특징으로, 제작 원리에서부터 글라스 이탈리아가 지닌 세공, 기술적인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제품이다. 유리를 세로로 쪼개 그 속에 얇은 컬러 필름을 넣고 마치 샌드위치같은 형태를 만든 다음 진공 원통 속에서 계속해서 고온을 가해야만 독특한 광채를 구현해낼 수 있기 때문. 특히 일반적인 유리 제품을 마주할 때 투명한 면과 달리 모서리는 대개 초록빛을 띠는 경우가 많은데, 해당 방법을 접목하면 모서리마저 투명하게 만들 수 있을 뿐 아니라, 일반적인 방식의 유리보다 몇 배는 더 내구성이 높아진다.
글라스 이탈리아의 시그니처 시리즈인 쉬머는 파트리시아 우르키올라가 디자인했다.
피에로 리소니가 고안한 퀀텀. 다채로운 색을 지닌 면의 유리가 이룬 선반이 유리의 무한한 변신을 보여준다.
이 기술을 토대로 페인트 다이닝 테이블, 포스트모던, 마레네 미러, 리퀴파이 사이드 테이블 등 무게를 지탱하는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스툴이나 식탁, 의자같은 가구를 유리로 제작할 수 있는 것. 이외에도 면과 면을 접착하는 접합, 재단, 왜곡, 겹처리 등 글라스 이탈리아 장인들이 지닌 뛰어난 개인 역량과 상호 협업은 실험적인 도전과 변형을 가능케 하는 핵심 원동력이자, 글라스 이탈리아가 지금의 명성처럼 유리 전문 브랜드로 불릴 수 있게 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나아가 뛰어난 기술력은 더 자유로운 디자인을 실현시킬 수 있는 근간이 된다. 앞서 언급한 파트리시아 우르키올라 외에도 에토레 소트사스, 피에로 리소니, 도쿠진 요시오카, 야부 푸셀버그 등 저명한 산업디자이너들이 글라스 이탈리아와의 협업을 반기는 데는 그들이 머릿속으로 그리는데 그쳤던 아이디어가 비로소 실현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기저에 있었다. 유리의 미학적인 변신도 글라스 이탈리아가 자랑하는 강점 중 하나지만, 조금 더 실용적인 분야에서도 뚜렷한 행보를 보인다. 이전부터 꾸준히 여러 공간에 접목할 수 있는 룸 디바이더용 유리 제품군을 선보여 온글라스 이탈리아가 상업이나 사무 공간 그리고 집에서 활용할 수 있는 2021/22 도어 및 파티션 등 룸 디바이더 카탈로그를 다시 한번 공개했기 때문. 공간을 분할하는 데 있어 유리를 활용할 경우 높아지는 섬세함과 개방성, 한층 유연해지는 활용도 등을 고려하는 동시에 컬러와 패턴, 질감 등 다채로운 장식적 요소를 가미해 미학적인 측면 또한 놓치지 않은 점이 눈이 간다. 공간에 아름다움을 채우는 가구를 넘어 실내 건축과 공간 시스템 영역까지 유리라는 소재로 부리는 마법 같은 글라스 이탈리아의 다음 챕터가 기대된다.
글라스 이탈리아의 시그니처 시리즈인 쉬머는 파트리시아 우르키올라가 디자인했다.
콘솔과 테이블로 출시된 파트리시아 우르키올라의 리퀴파이 시리즈. 마치 대리석을 연상시키는 패턴이 인상적이다.
필립 스탁이 디자인한 거울 마레네. 옆면이 휜 것처럼 디자인해 이색적이다.
콘솔과 테이블로 출시된 파트리시아 우르키올라의 리퀴파이 시리즈. 마치 대리석을 연상시키는 패턴이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