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것과 죽어있는 것의 모호한 경계 사이에서 저마다의 질감을 가진 재료를 조합해 이색적인 오브제를 선보이는 플라워베리의 김다정 데커레이터. 그녀는 매 순간 꽃을 이용한 모험을 즐긴다.
북촌의 한 골목길에 온 세상의 컬러를 다 가져다놓은 듯 과감한 색채가 가득 한 공간과 마주했다. 영화 <몬스터 주식회사>의 설리반 같기도 하고, 털이 달린 식물인가 싶어 멀찍이 서서 한참을 들여다봤다. 지난 3월, 북촌의 코너갤러리에서 진행한 김다정 작가의 <아지랑이 필 무렵> 전시인데, 그때의 인상이 깊게 남아 방배동에 위치한 그녀의 작업실을 찾았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나 다닐 만한 복도 크기의 작은 작업실은 앞서 진행한 전시 작품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섬유예술을 전공하고 무대미술이 좋아 아주 짧은 시간이나마 맛을 본 뒤 VMD로 전향해 10년간 회사에 몸담았어요. 이후 플로리스트인 어머니와 함께 꽃을 시작했죠. “다양한 이력을 가진 만큼 어느하나에 국한되지 않고 무한한 가능성으로 공간을 이색적인 오브제로 채우며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는 그녀를 뭐라 부르면 좋을지 물었다. “하나로 정의할 필요가 있을까요? 사실 많은 사람이 저를 플로리스트라고 알고 있지만, 굳이 수식어를 찾아보자면 저는 플로리스트보다는 비주얼 디렉팅을 하는 데커레이터에 가까운 것 같아요. SNS에도 저를 표현하는 타이틀을 데커레이터로 해두었고요. 어렸을 때부터 주변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꽃을 접했기 때문에 꽃을 이용해 무언가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출발점이 된 것 같아요. 제게 있어 꽃은 그저 하나의 소재가 됐을 뿐이죠.” 김다정 데커레이터가 설명했다. 그녀는 살아있는 꽃보다 주변에 버려진 쓰레기나 깨진 돌멩이, 아크릴, 스티로폼, 산에서 찾은 판석 등 누군가에게 더 이상 쓸모 없어 버려진 일상의 소재에서 영감을 얻고, 이를 활용해 작업을 한다.
“동대문시장이나 을지로 공장 같은 곳을 즐겨 가요. 그런 곳에 가면 쓰레기가 많거든요(웃음). 그들이 버린 자투리일지라도 제 눈에는 그게 참 예쁘거든요. 칠하고 자르고 붙이는 과정을 통해 재료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그녀의 작업을 보면 소재나 텍스처뿐만 아니라 과감한 색상도 눈에 띈다. 자연적인 선이나 형태감은 유지하되, 인공적인 색을 입히고 다양한 이질적인 요소가 만나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하는 것을 즐긴다. 또 그녀에게 있어 주재료가 되는 것은 프리저브드 꽃이다. 2019년, 아이돌의 뮤직비디오 작업을 통해 프리저브드 꽃을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드라이플라워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녔다. 박제 처리한 것으로 살아있지는 않지만 형태나 질감은 그대로 느낄 수 있어 살아있는 것과 죽은 것의 경계에 머무르는 듯한 독특한 장면을 만들기 때문이다. “저는 조형적인 작업을 좋아해요. 꽃을 이용하기는 하지만, 꽃을 모아 어떤 새로운 형태를 만들죠. 쉽게 말해 괴물 같은 모습으로요. 실존하지 않는, 꿈 속에 나오는 예쁜 괴물처럼 말이에요. 재료를 사용하는 데 있어 제한이 없으니까요.” 실험정신을 동반하는 과감하고 도전적인 시도를 즐기며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위트와 상상을 주는 즐거움을 제공하는 김다정 데커레이터. 그녀가 앞으로 새롭게 채워나갈 이색적인 공간이 기대된다.
SPECIAL GIFT
김다정 데커레이터에게 증정한 끌레드뽀 보떼의 ‘더 세럼’은 피부 본연의 힘을 일깨워 생기 있고 매끄러운 피부를 완성시킨다. 피부에 고르게 퍼지고 빠르게 흡수되어 24시간 보습 효과를 유지하고 피부의 길을 열어 다음 단계 제품의 흡수를 높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