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로 감탄사가 나게 만드는 재치, 때로는 짓궂어 보일 법한 익살스러움은 셀레티를 대변하는 최적의 수식어다.
그간 코로나19로 주춤했지만 뉴 컬렉션이 공개되는 연초나 디자인 축제가 있을 때면 늘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브랜드가 몇 있다. 그중 셀레티는 항시 리스트에 꼽힌다. 우스갯 소리지만 제품명과 브랜드를 가리더라도 ‘아, 이건 셀레티 같아!’라고 예측할 수 있을 만큼 그들의 디자인은 늘 독자적인 노선을 탄다. 제품 하나하나에도 브랜드색이 짙게 물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는 건, 곧 그만큼 정체성이 확고하다는 것. 정형화된 디자인을 거부하고 자칫 기괴하다 여겨질 만큼 해학적인 요소를 강조한 디자인은 셀레티가 설립된 이후 분야를 막론하고 고수해온 원칙이다. 사실 셀레티의 디자인 철학은 시대적인 영향이 크다. 브랜드가 설립된 1960년대는 그야말로 문화적 격동기였다. 패션계에서는 미니스커트의 선풍적인 인기와 성별의 구분을 파괴한 유니섹스 패션이 도래하는가 하면, 당시 영국에서는 세계를 종횡무진한 문화 아이콘 글램 록의 데이비드 보위나 비틀즈, 미국에서는 흑인의 꿈과 자유를 주창한 마틴 루터 킹 등 지금도 회자되는 문화적인 아이콘이 물밀듯이 쏟아지던 시대였다. 자연히 문화에 대한 흡수력이 빠른 젊은 세대는 현실에 결핍된 낭만과 자유 그리고 예술을 부르짖었다. 로마노&마리아 셀레티 Romano&Maria Seletti 또한 그러한 이들이었다. 남매였던 그들은 1964년 이탈리아에서 일상과 예술의 위트 있는 결합을 목적으로 한 브랜드 셀레티를 설립했다. 셀레티 남매는 예술이 보다 예술다워질 수 있는 건 무궁무진한 생각이 모여야만 실현될 수 있는 것이라 믿었다.
셀레티는 이러한 의제를 콜라보레이션이라는 해답으로 풀어냈다. 수많은 협업을 진행해왔지만 단연 대표적인 건 매거진 토일렛페이퍼와 함께 선보이는 컬렉션 토일렛페이퍼 홈의 출시다. 하나의 이미지가 언어보다 대담하고 직관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철학을 기반으로 한 토일렛페이퍼와의 협업을 통해 러그, 거울, 체어 등 다양한 제품군을 제작한 것. 오늘날에도 셀레티 하면 떠오르는 시그니처로 가령, 립스틱을 든 사람들의 손이 삼면을 장식한 립스틱 시리즈나 텅 쿠션, TP 포셀린 베이스 등은 이러한 연장선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디자인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만큼, 분야의 확장성을 꾀하려는 시도 또한 있었다. 그간 셀레티는 의자나 테이블 등 부피감있는 가구보다는 화병, 거울 등 장식적인 아이템을 주로 제작,생산해 왔다. 이후 스튜디오 잡과의 협업으로 출시한 인더스트리 컬렉션 등을 통해 이전과는 결을 달리하는 큼직한 가구 시리즈를 깜짝 공개했으며, 다음 해 밀라노 디자인 위크의 조명 전시 에우로루체에서는 레진 바나나 램프나 트리 램프 등 위트 있는 디자인 조명까지 선보였다.
이후 셀레티의 핵심 협업 디자이너인 마르칸토니오와 함께 자연과 동물을 모티프로 한 조명, 장식품 시리즈와 팝아트적인 면모와 컬트적인 느낌이 공존하는 서브 컬렉션 블로 Blow의 론칭까지, 여전히 청춘의 한복판을 거니는 듯한 자유롭고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준다. 올해도 밀라노 디자인 위크를 통해 전면 공개할 뉴 컬렉션은 셀레티의 행보를 다시금 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 인터뷰를 위해 주고받은 메일에서 공개한 뉴 컬렉션 제품은 총 네 가지. 자연과 동물을 모티프로 한 마르칸토니오의 색채가 물씬 담긴 스패로우 램프, 블로 컬렉션으로 출시되어 마치 레트로한 팝아트를 보는 듯한 UFO 형태의 조명 로스웰, 우토 발모랄과 함께 만든 난쟁이 조명 구미 Gummy 그리고 파비오 노벰브레가 디자인한 고전적인 미를 자랑하는 라스베이거스까지, 설립 이후 꾸준히 무성한 가지를 치는 나무처럼 무한한 위트와 상상의 세계를 구축해온 셀레티가 올해 그을 한 획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 다시금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