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분재를 처음 접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손바닥만 한 작은 화기에 시간이 멈춘 듯 나무를 그대로 옮겨놓은 모습이 별다른 노력 없이도 천년만년 이대로 유지되는 것은 아닐까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분재는 적게는 몇 년, 많게는 몇 십, 몇 백 년이라는 긴 세월을 살기 때문에 누군가의 시간과 노력을 사는 것과도 같다고 이야기한다. 요즘 핫한 동네로 떠오르고 있는 신용산에 위치한 원예 식물 편집숍 4t는 그간 어르신들의 고루한 취미로만 여겨졌던 분재를 젊은 감각으로 표현한다. “분재는 동양적인 이미지가 강해서 연세 드신 분들의 취미라는 편견이 있어요. 오랜 시간 잘 가꾸다 보면 가지도 굵어지고 남성성이 느껴지는 우직한 형태로 변모하는 경우가 많죠. 저는 사람들한테 조금 캐주얼하게 다가가기 위해 가느다랗고 여성스러운 수형을 고집해요. 전통적으로 정해진 수형에 근거하기보다 자연스럽게 뻗어나가는 듯한 수형으로요. 화기 역시 컬러풀한 것으로 고르고요.” 4t의 김동은 대표가 설명했다.
분재는 중국의 옛 풍습인 전족과 비슷한 구조라고 보면 된다. 아이의 발을 작은 신발에 신겨 자라지 못하게 하듯 나무의 뿌리를 제한해 생장을 억제하거나 더디게 하는 방식이다. 또 철사를 감아 다양한 수형을 만들기도 하는데, S자라든지 L자보다는 자연 속에 있는 수목의모습에서 따온 것이 많다. 누군가는 커다랗게 자라야 하는 나무를 작은 공간에 가두어 비틀고 자르며 나무를 괴롭힌다고도 말한다. 단편적으로 보면 철사를 감는 것을 가혹 행위로 볼 수도 있지만 이는 단지 아름다움만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겹쳐 있는 가지는 바람이나 햇빛을 상대적으로 덜 받을 수밖에 없어요. 철사를 사용해 가지를 펴줌으로써 모든 가지와 잎이 고르게 빛과 바람을 맞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죠. 또 분재는 용토부터 일반 식물과는 차이를 보여요. 화산재를 가공해서 만든 흙과 자연에서 나온 돌을 쓰는데, 일반적인 흙보다 뿌리가 숨을 쉬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병균과 벌레의 공격에도 강하죠.” 분재는 오히려 자연과 근접한 방식으로 키우기 때문에 어떠한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분재에 대한 생각이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혹시 교정하셨어요?”라는 김동은 대표의 질문이 그 어떤 설명보다 빠른 이해를 도왔다. 미용 목적도 있겠지만 치아의 건강을 위해 교정하듯 식물도 교정한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당연히 과하면 탈이 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시각적으로 아름다움을 주는 분재는 그만큼의 수고도 따른다. 일반 식물에 비해 더욱 많은 애정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키우기 좋은 식물은 아니라는 것. “분재의 수목으로 쓰이는 나무는 우리나라 자생종인 경우가 많아요. 사계절을 겪으며 성장해야 한다는 뜻인데, 우리나라 아파트 문화에서는 환경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죠. 사계절을 느낄 수 있는 야외가 가장 좋지만 불가능하다면 외출할 때만이라도 바람이 잘 닿는 곳으로 옮겨주어 자연과 가장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줘야 해요. 또 꽃이 피는 나무는 꽃을 피우려면 꽃눈을 형성해야 하기 때문에 충분한 광합성을 필요로 해요. 초보자라면 꽃이 있는 식물보다는 사계절 내내 푸른 잎을 유지하는 진백나무를 추천합니다.” 이러한 까다로운 조건과 과정을 겪어야 하기에 분재는 예술의 영역으로도 불린다. 적절한 환경과 가꾸는 방식에 대해 충분한 이해가 되었다면 4t로 분재 쇼핑을 가봐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