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그곳에 사는 사람의 취향이 온전히 묻어나는 공간이다. 자신을 가장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장소란 말이다. 소품은 물론 생활용품, 가전 그리고 큰 가구까지 집에 들이는 모든 물건은 각자의 취향이라는 기준을 적용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말 그대로 취향을 저격하는 물건을 찾기란 쉽지 않다. 디자인이 아쉽거나, 가격이 비싸거나, 기능이 부족하지만 적당한 선에서 타협할 수밖에 없다. 물건의 부피가 클수록, 사용 빈도가 높을수록 조건은 까다로워지고 선택지는 제한적이 되곤 한다. 대표적으로 가구가 이런 경우에 속하는데, 그럴 땐 단순한 디자인과 정직한 소재, 합리적인 가격으로 기본에 충실한 제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
덴마크 가구 브랜드 볼리아 Bolia는 이런 조건에서 최선의 선택지를 제공한다. 볼리아는 올해로18년된 젊은 브랜드다. 그럼에도 전세계 55개 숍과 400여개의 글로벌 딜러가 있을 만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볼리아는 소파를 중심으로 다양한 가구를 생산하며, 해마다 두 번의 컬렉션을 통해 250여 가지의 아이템을 선보인다. 이처럼 폭넓은 컬렉션을 완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국경을 뛰어넘어 유능한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을 주저하지 않기 때문이다. 헤르텔&클라르회퍼, 카쉬카쉬, 글라스만드&루디게르 등 50여 명의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볼리아와 작업을 함께한다.
볼리아는 매 시즌 다채로운 컬렉션으로 많은 제품을 생산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대규모 물류 창고가 없다. 다시 말해 쌓아둔 재고도 없다는 말이다. 이는 오직 주문 제작으로만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이다.볼리아의 대표 라스 뤼시 한센 Lars Lyse Hansen은 “똑같이 사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Made for you’란 슬로건을 내걸고 커스텀 메이드 가구에 주력한다. 그 결과 각기 다른 디자인과 크기, 색상, 재료를 조합해 수백 가지의 모델을 완성할 수 있었다.
볼리아는 취향을 존중할 줄 아는 브랜드다. 이는 삶은 똑같을 수 없다는 당연한 이치를 배려할 줄 안다는 것이다. 그리고 볼리아가 고수하는 그들만의 원칙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지속가능성이다. 사실 고객 맞춤형 주문 제작 방식은 친환경으로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 대량생산과 비교한다면 효율과 가격 면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커스텀 메이드는 고급품이나 사치품 영역에 속하지만 볼리아는 이러한 시각에 문제를 제기하고 맞선다. 볼리아는 결국 자연에서 해답을 찾았는데, 절제된 스칸디나비안 디자인과 천연 소재를 기반으로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가구에 대한 고민이 그것이다.모든 디자이너는 스케치부터 최종 생산까지 자신의 선택에 지속가능성의 잣대를 들이민다. 이처럼 지속가능성은 볼리아의 시작점이자 끝이라 할 수 있다.
취향에 맞게 커스터마이징을 할 수 있으면서도 자연을 생각한 디자인은 우리의 삶을 조화롭게 아우른다. 식물이 주는 안정감, 풍경이 주는 평화로움처럼 지극히 자연스러운 호흡이다. 볼리아는 고집스러운 원칙으로 자칫 공존할 수 없어 보이는 ‘취향’과 ‘지속가능성’을 하나로 연결했으며, 그 연결고리의 해답은 자연에 있었다. 취향에 맞는 물건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크나큰 행운이다. 행운처럼 찾아온 물건을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다는 것 또한 행운이 분명하다. 볼리아 가구는 좋아하는 책 사이에 끼워둔 네잎 클로버처럼 간직하고 싶다는 소중한 마음을 닮았다. 볼리아는 국내 디자인 셀렉트숍 에이치픽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