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이 상식이 되는 미래를 위한 디자인.
최근 글로벌 기업뿐만 아니라 국내 중소, 중견 기업 그리고 정부 부처까지 친환경 이슈에 주목하고 있다. 40년 전 인류의 미래를 예측했던 보고서가 있었다. 이 보고서는 1968년 미래연구기관으로 출발한 이탈리아 로마클럽에 회원으로 구성된 기업가와 경제학자들이 모여 경제활동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연구하여 발행한 것이다. 이들은 미래 경제활동은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며, 이로 인해 성장은 곧 한계에 다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1972년 당시에도 발행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었지만, 최근에 <성장의 한계>를 다시 보게 된다.
탄소 배출량을 줄인 올버즈 운동화.
그렇다. 우리는 1972년에 로마클럽 기업가와 경제학자들이 예측한 ‘성장의 한계’라는 미래 시대를 살고 있다. 동시대 단어로 뉴 노멀 시대인 것이다. 친환경, 탄소중립, 지속가능, RE100, ESG 등과 같은 단어는 이제 우리의 미래를 추진하는 로드맵이 되고 있다. 단지 커피를 사먹으며 잠깐 생각할 수 있는 친환경이 아닌, 이제는 우리가 소비하는 모든 것이 친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현업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와 마케터, 엔지니어, 경영인들이 함께 해야 하는 디자인 싱킹 과제다. 친환경은 왠지 지루하고, 불편하다는 고정관념을 바꾸기 위해서는 친환경 가치에 대한 디자인 밸류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제는 단지 리사이클링, 업사이클링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스텔라 매카트니와 섬유 스타트업 애브뉴가 협력해 만든 제품.
이에 대한 대안과 솔루션을 찾는 디자인 싱킹이 바로 ‘CMF 디자인’이다. CMF를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면 가장 많은 정보는 ‘Color, Material, Finish’라는 원론적인 해석뿐이다. 그러나 현업에서는 CMF를 실질적인 친환경 프로세스로 활용한다. 즉 제품의 선기획 단계에서부터 제품이 폐기되고 심지어 재활용되는 순간까지 총체적인 선순환 사이클을 설계하는 프로세스로 정의하게 된다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CMF 디자인이다. 여기서 무엇보다 소재 발굴의 중요성이 선행되어야 하고, 그다음 최적화된 디자인이 연구된다. 오늘날 ‘혁신’이란 없던 것을 새롭게 만드는 첨단의 것이 아닌, 기존의 것을 좀 더 친환경적으로 그리고 지속가능하게 향상하고 개선하는 상식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스텔라 매카트니는 혁신 섬유 스타트업 애브뉴 Evrnu와 협력하여 ‘Made to be Remade’ 레이블을 론칭해 패션 산업의 지속가능을 실현하고 있다. 즉 버려진 다섯 벌의 면 티셔츠로 한 벌의 새 옷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또한 최근 MZ 세대에게 유명한 올버즈 Allbirds는 운동화 한 켤레를 만들기 위해 발생시킨 탄소 배출량을 운동화 밑창 부분에 잘 보이도록 탄소 라벨링을 도입하여 소비 경각심을 자극한다. 그 밖에도 애슬레저 브랜드인 룰루레몬과 팡가이아 Fangaia에서는 단지 라이크라, 텐셀 소재뿐만 아니라 바다에 버려진 해양 플라스틱 원사를 재활용한 소재로 레깅스와 톱을 만들어 패스트 패션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리빙 인테리어 그리고 자동차는 어떠한가. 이들은 어느 영역보다 총체적인 100% 친환경 및 지속가능을 견인하고 있다.
바다에 버려진 해양 플라스틱 원사를 재활용한 소재로 만든 애슬레저 브랜드 팡가이아.
디자이너라면 그리고 마케터라면 이제 CMF라는 단어를 트렌드만큼이나 익숙하게 접하게 될 것이다. 20여 년 전 트렌드가 급부상했던 것처럼 이제 CMF가 답이다. CMF 디자인은 소재 발굴, 트렌드 예측 그리고 엔지니어링 정보와 기술이 리소싱되는 지속가능한 디자인 프로세스로 활용되어야 하며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실질적인 솔루션이 되는 프로세스가 될 전망이다.
CREDIT
writer
이순영(Lisophe 기업미래예측 전문가, 프랑스 혁신 소재 라이브러리 materiO 서울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