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프리즈 서울을 기대하는 이유

세계가 기대하는 한국 미술 시장

세계가 기대하는 한국 미술 시장

 

9월 5일 제1회 프리즈 서울이 막을 내렸다. 프리즈 서울은 5년간의 계약 기간 동안 아시아 미술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프리즈 서울로 인해 한국 미술계는 어떻게 성장할 것인지 미리부터 궁금해진다.

 

뉴욕 스카스테트 Skarstedt 갤러리에서는 마스터스 섹션에 젊은 작가인 카우스 KAWS 작품을 선보였다.

 

프리즈 Frieze와 아트바젤이 세계 2대 아트페어로 우뚝 섰다. 세계 3대 페어의 하나로 불리던 프랑스 피악 Fiac이 아트바젤에게 파리 전시장을 내주면서 사라질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파리의 자존심으로 여겨지던 피악이 하루 아침에 추락한 데에는 기업 간 얽히고 설킨 경제적 요인이 가장 크다. 서울에서 아시아 최초로 프리즈가 열리는 것도 물론 경제적 이유 때문일 것이다. 특히 주식과 부동산이 하락세를 보이며 금리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미술 작품 컬렉션을 투자의 대안적 개념으로 보는 MZ세대가 세계적으로 늘고 있다는 것도 그 이유가 될 것이다. 아트바젤 홍콩이 팬데믹과 반정부 시위로 잠시 주춤했고, 상하이 웨스트번드 아트&디자인이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위기를 맞이한 것도 플러스 요인이다.

데이비드 아론 갤러리 전시 전경.

 

코엑스에서 같은 기간 동안 동시에 열린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KIAF를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이들이 많은데, 계원예술대학교 융합예술과 유진상 교수는 이러한 생각은 지양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작품을 팔기 위한 아트페어에서 대형 전시로써의 주제나 공간 연출을 기대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아트페어는 ‘전시’가 아니고 ‘시장’이기 때문이다. “KIAF는 한국화랑협회가 주최하는 회원 갤러리 중심의 아트페어이고, 프리즈는 경제적 이윤을 추구하는 대기업의 아트페어입니다. 올해는 둘 다 매출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프리즈 서울의 매출은 KIAF의 10배 이상인 6천억원 정도로 짐작되고 있으며, 몇 년 내로 우리나라 미술 시장 1년 거래액인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단 4일 만에 엄청난 매출을 기록하는 세계적인 대표 아트페어이니 만큼 올해는 서로를 파악하는 파일럿 행사였다고 생각하며, 앞으로 아시아 미술 시장에서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관계로 발전할 것을 기대합니다.”

 

다니엘 크라우치 레어 북스의 중세 지도.

 

루치오 폰타나의 작품이 마졸레니 Mazzoleni 갤러리 등 마스터스 섹션의 여러 갤러리에서 선보였다.

 

제1회 프리즈 서울의 하이라이트는 프리즈 마스터스 섹션이었다. 프리즈 마스터스는 미술사에 남을 고대에서부터 근대 작가의 작품을 판매하는 섹션이다. 원래 런던에서는 프리즈 런던과 프리즈 마스터스가 각각 열리는데, 프리즈 서울에서는 페어의 한 파트로등장해 시선을 사로잡았다. 서울을 찾은 프리즈 마스터스의 디렉터 네이선 클레멘트 길레스피 Nathan Clements Gillespie는 2022년은 프리즈 마스터스 10주년이자 프리즈 마스터스가 아시아에 처음 데뷔하는 중요한 해라고 설명했다. “한국에 아직 이런 형식이 없다는 것을 알았고, 미술 애호가들에게 이를 선보인다면 관심을 가질 거라고 확신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섹션은 우리의 기대를 뛰어넘었습니다. 리처드 나기 갤러리의 에곤 실레 작품과 애콰벨라의 피카소 작품을 자세히 보고 싶어하는 관람객의 열정을 확인했습니다.”

 

닥터욘 군터 레어 북스의 15세기 책 하트만 셰델 Schedel의 <뉘른부르크 연대기 Nuremberg Chronicle>.

 

프리즈 서울에는 21개국 110개의 갤러리가 참여했으며, 마스터스 섹션에는 이중 18개의 국제적 갤러리가 부스를 꾸렸다. 애콰벨라 갤러리즈에서는 전 후 시대 주요 작가인 파블로 피카소, 앤디 워홀, 프란시스 베이컨, 바스키아, 자코메티, 몬드리안, 앙리 마티스 등 한국인이 존경하는 거장의 작품을 가져와 작품 앞에 접근 금지선을 설치해야 할 정로도 관람객들로 붐볐다. 카스텔리 갤러리는 로이 리히텐슈타인 솔로 쇼, 갤러리라 컨티누아는 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의 솔로 쇼를 선보였다. 특히 다니엘 크라우치 레어 북스 Daniel Crouch Rare Books와 닥터 욘 군터 레어 북스 Dr. Jörn Günther Rare Books는 오래된 지도와 아름다운 책을 선보여 인기를 모았다. 다니엘 크라우치 레어 북스는 지도 제작자 드 조드 De Jode가 1593년 출판한 최초의 유럽식 지도를 포함한 서구권 지도 제작법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를 담은 다양한 지도를 선보였다.

 

김환기, 하종현, 장 미셸 오토니엘의 작품을 선보인 국제갤러리 부스.

 

도쿄 갤러리는 전후 일본 세대와 한국 작가와의 교류를 보여주는 작품을 전시했다. 미야와키 아이코 Aiko Miyawaki, 수가 키시오 Kishio Suga 등의 일본 미술가와 김창열, 김환기, 이강소, 박서보, 윤형근의 작품은 아주 잘 어울렸다. 고미술을 다룬 데이비드 아론 갤러리와 악셀 베르보르트의 우아한 부스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팬데믹을 지나면서 오랜만에 국내외 유명 갤러리가 모두 참여했다는 것도 프리즈 서울의 자랑이다. 해외에 나가야만 방문할 수 있는 갤러리 부스를 서울에서 보고, 인사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미술 애호가에게 매력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2023년에는 심기일전해서 아트바젤과 흡사하면서 개성과 스펙터클이 없다는 비판을 정면 돌파해야 할 것이다. 아트바젤에도 마스터스에서 볼 수 있는 거장의 작품은 매년 출품된다. 프리즈가 IMG 그룹 네트워크에 속해 있다는 것은 앞으로를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IMG는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기업 엔데버의 자회사인데, CJ가 얼마 전 엔데버를 인수한 것. CJ가 리움미술관에서 프리즈 서울 오프닝 파티를 연 것에는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다. 한 나라의 미술계가 국제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미술가만 노력해서는 당연히 어려울 것이다. 미술가와 미술관, 갤러리와 기업, 정부와 미술 애호가가 모두 합심해야 가능하다. 프리즈 서울은 올해가 첫 해이니만큼 칭찬만큼 비판도 많지만, 내년에도 KIAF 와 동시에 열리니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적합하다. CJ가 앞으로 프리즈 서울과 전략적으로 협업한다면 아시아 미술 시장의 지형도가 달라질 것이며, KIAF와 한국 미술계도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스터스 섹션을 통해 돌을 주제로 한 작가 3명의 작품을 선보인 갤러리 현대 부스.

 

미술 애호가라면 10월에도 바쁠 것이 분명하다. 이번 10월에는 런던에서 프리즈 런던과 프리즈 마스터스가 열리고, 파리에서는 제1회 아트바젤 파리+가 열린다. 네이선 클레멘트 길레스피 디렉터는 런던 행사가 두 개이기 때문에 사전에 참여 갤러리와 작가에 대한 간단한 정보를 알고 온다면 보다 효율적으로 아트페어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국의 국제갤러리가 스포트라이트 부문에서 최욱경의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갤러리 현대가 이강소의 단독 전시를 보여줄 예정이어서 진정한 하이라이트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아트페어를 찾는 이들을 위한 네이선 디렉터의 가장 중요한 조언은 편한 신발을 신으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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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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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 담긴 무게

파멸 속에서 피어난 안젤름 키퍼

파멸 속에서 피어난 안젤름 키퍼

 

안젤름 키퍼가 그린 작품은 파멸 속에서 피어났다. 작가 자신도 그랬다. 그 끝에는 희망이 있음을 믿기에, 그냥 계속 나아간다.

 

안젤름 키퍼 Anselm Kiefer의 작품은 첫인상이 무겁다. 작품 앞에 서면 작가가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지 잘 몰라도, 시각적으로 전달되는 감각부터 느껴지는 아우라까지 그 주제가 심오하고 어둡다는 것을 금세 알아차린다. 키퍼는 작품의 소재로 납이나 콘크리트, 흙, 말린 식물, 유리, 철조망, 책, 낫 등 일반적이지 않은 오브제를 사용한다. 거대한 작품의 크기와 어두운 색채에서 오는 중압도 고스란히 관람자에게 전달된다. 작품에서 느껴지는 무게는 그의 삶에서 비롯됐다. ‘1945년생 독일 미술가’, 단 한 줄의 정보가 안젤름 키퍼와 그의 작품을 설명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2022. ©Anselm Kiefer

 

2차 세계대전, 키퍼는 참담한 비극과 고통 속에서 태어났다. 전후에도 전범국이자 패전국으로 혼란했던 환경에서 유년기를 거쳤고, 가늠할 수 없는 자괴와 고뇌 끝에 예술가의 운명을 선택했다. 사회적으로 당시 독일은 큰 과제를 당면하고 있었다. 독일이란 오염된 국가적 정체성과 국제적 이미지를 반전시키는 것. 독일이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용한 방법 중 하나가 미술이었다. 미술이란 보기 좋은 구실로 과거의 오류를 청산하고, 현재를 극복하는 변혁을 꾀한 것이다. 하지만 1960년대 말, 미술을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 아닌, 보다 직접적이고 전위적인 각성을 촉구했던 젊은 세대가 있었으니 안젤름 키퍼였다. 그는 갖은 반향에도 불구하고 나치 시대뿐만 아니라 독일의 역사와 문화에 비판적인 시각을 투영했으며, 이로 인해 상처를 치유하고 자국의 이상주의를 실현하길 바랐다.

 

작품 상단에 키퍼가 직접 쓴 작품 제목이 있다. 가늘고 연하게 쓴 부자연스러운 글씨는 일종의 재료처럼 표현상의 기법으로 기능한다. ‘지금 집이 없는 사람…’ 2016~2022. ©Anselm Kiefer

 

안젤름 키퍼는 체험에서 비롯한 경험을 중시했고, 그의 작품에서 찾을 수 있는 오브제는 이러한 자극을 위한 중요한 상징이자 수단이 되었다. 작가는 자신의 기억과 정체성 그리고 역사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기반으로 역사적, 문화적, 신화적 소재에서 촉발한 다층적인 주제에 천착했다. 지난 40년간 작업의 형식도 꾸준히 발전했다. 그리고 2022년, 타데우스 로팍 서울에서 열리는 안젤름 키퍼의 개인전 <지금 집이 없는 사람 Wer Jetzt Kein Haus Hat>에서 그의 근작을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오스트리아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회화와 설치작품을 선보인다. “주여, 가을이 왔습니다”라는 구절로 시작하는 릴케의 시 ‘가을날’은 가을을 주제로 계절의 변화와 덧없음, 부패와 쇠퇴를 노래한다. 키퍼는 “릴케의 시는 60여 년간 내 기억 속에 존재해왔다. 나는 그의 많은 시를 암송할 정도로 알고 있고, 그들은 내 안에 존재하며, 이따금씩 수면 위로 올라온다”고 말한다. 키퍼의 작품은 어스름한 나무의 윤곽과 단풍이 물든 나뭇잎, 속절없이 떨어지는 낙엽 그리고 서서히 회색빛을 띠는 겨울 나무를 담고 있다. 여기에 더해 작가는 실제로 작품이 자연에 풍화될 수 있도록 일부러 빗속에 내놓는 등 더위와 추위 같은 날씨까지 작품에 담았다. 이는 흘러가는 시간의 황폐함과 삶의 덧없음에 대한 환기인 동시에 시인 릴케에 대한 일종의 오마주다.

 

안젤름 키퍼. ©Anselm Kiefer

 

전시장 가운데는 진흙 벽돌로 된 설치작품이 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건물과 잔해 사이에서 자랐던 작가의 유년 시절이 만든 결과다. 부재했던 쉼터에 대한 상기이자 인간이 만든 것을 자연 순환계로 연결시키기 위한 의도로 작품에 파괴와 재건 그리고 재탄생의 의미를 담았다. 이로써 전시장에는 과거로부터 혹은 현재 반쯤 지어지거나 반쯤 파괴된 작품이 있다. 작가의 여타 작품처럼 작품 세계 전반에 드리워진 어둠과 무게가 여전히 느껴진다. 하지만 이번 <지금 집이 없는 사람>전에는 희망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릴케의 시에서 여름에서 가을로,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듯 자연의 주기처럼 파괴와 소멸 뒤에 탄생과 성장을 기대하는 것이다. 다시 겨울이 가고 봄이 올 것이기 때문에. 전시는 10월2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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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시스턴트 에디터

강성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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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ison&Objet Paris Design Week 2022 #2

파리디자인위크2022 하이라이트

파리디자인위크2022 하이라이트

 

자벤템 아틀리에 Zaventem Ateliers

브뤼셀 옆에 있는 자벤템이라는 마을에는 벨기에 인테리어 디자이너 리오넬 자도 Lionel Jadot가 만든 6,000㎡ 규모의 자벤템 아틀리에가 있다. 과거 산업 황무지였던 이곳은 현재 컬렉터블 디자인 작품을 위한 창작과 실험을 하는 장소로 활용 중인데, 장식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모인 신진 디자이너와 예술가들이 각자의 노하우를 공유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아이디어 인큐베이터이자 길드 정신이 지배하는 비정형 디자인 허브라는 표현이 어울릴 수도 있겠다. 이런 특수성을 지닌 자벤템 아틀리에가 그 모습 그대로 파리로 진출했다. 지난 6월 밀란디자인위크 동안 도시 외곽의 공장 부지를 빌려 진행한 전시가 푸오리살로네의 전례 없는 멋진 전시로 주목받은 것에 탄력을 받아 파리까지 진출한 것.

 

자벤템 아틀리에 팽탕 전시 전경. ©AmberVanbossel

 

외곽에 위치한 도시 팽탕의 강철 튜브 공장을 선택해 12명의 디자이너 가구와 소품을 전시했다. 넓은 산업 황무지에 버려진 듯 연출한 전시 디자인은 누가 봐도 인상적이다. 특별한 에너지가 존재하고 거대한 공간과 그 속에 전시한 작품이 주고받는 아우라는 도심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는 경험이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포스트 아포칼립스 환경에서 창조적인 르네상스의 비전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관계자의 설명이 다소 이해되었다. 어려운 시기에 희망의 메시지와 문화 교류의 장으로 이정표를 제공하고자 하는 목표가 읽혀졌다.

 

자벤템 아틀리에 팽탕 전시 전경. ©AmberVanbossel

 

WEB zaventemateliers.com

 

메이아트 Meillart

2020년에 론칭한 온라인 디자인 공예 마켓 플레이스 메이아트에서는 150명의 디자이너와 장인들이 제작한 2만 5000개의 실내장식 제품과 소품이 거래되고 있다. 높은 수준의 공예 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통해 라이프스타일이 더욱 유쾌하고 풍요로워지길 바라는 것이 메이아트가 추구하는 비전이다. 이런 가치를 오프라인에서 소비자들한테 직접 전달하기 위해 처음으로 파리의 오스마니안 양식의 아파트를 빌려 여성 디자이너, 공예가 6명의 작업을 전시하는 쇼케이스를 열었다. 가구, 식기, 소품, 태피스트리, 페이퍼 아트, 조명을 만드는 작가들이 모여 실제 아파트를 채우니 완벽한 삶의 공간이 연출됐다.

 

검정색으로 산화한 양은으로 제작한 메종 아르망 종케르Maison Armand Jonckers의 스툴. ©AmberVanbossel

 

까르띠에 매장에서 사용하는 미드리아즈 Mydriaz의 아름다운 황동 조명 아래 이탈리아 세라믹 일러스트레이터 프란체스카 콜롬보 Francesca Colombo의 꽃과 새가 그려진 서정적인 식기와 마리안느 겔리 Marianne Guély 스튜디오에서 수작업으로 제작한 종이꽃으로 장식된 멋진 테이블 세팅은 모든 방문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리플렉션 코펜하겐의 화려한 크리스털 소품과 거실 중앙에 놓인 거대한 종이꽃 부케, 코르크로 제작한 모노 에디션 Mono Editions의 미니멀한 가구까지 6명의 각기 다른 소재와 제품을 다루는 여성 디자이너, 공예가들의 아름다운 조합을 통해 메이아트의 가치를 제대로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WEB meillart.com

 

 

 

특별한 공간과 디자이너 컬렉션의 조우

수많은 쇼룸과 전시가 진행되는 가운데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는 멋진 컬렉션 외에도 또 다른 요소가 필요하다.
그런 이유로 특별한 장소를 섭외하는 것이 브랜드와 디자이너의 미션이 되어가고 있다.

 

앙토니 게레의 프래그먼트 컬렉션 : 메종 라 로슈

 

메종 라 로슈 내부에 자연스럽게 배치된 앙토니 게레×엠 에디시옹의 대리석 가구와 소품. ©Alexandre Tabaste

 

파리 16구에 위치한 메종 라 로슈 Maison La Roche는 르 코르뷔지에와 피에르 잔느레가 디자인한 건축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지금은 르 코르뷔지에 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예약을 통해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단 한번도 외부 전시를 진행한 적 없는 이곳에서 이례적으로 파리디자인위크를 맞아 특별전을 준비했다. 디자이너 앙토니 게레 Anthony Guerrée가 엠 에디시옹 Méditions과 협업한 대리석 가구 컬렉션을 메종 라 로슈에서 선보인 것. 그리스 건축과 르 코르뷔지에라는 공통분모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된 작품은 천년 역사와 근대성의 기초를 모두 담고 있다.

 

 

더욱이 모든 작품은 대리석 유통회사 마브르리 드 라 센 Marbreries de la Seine에서 사용하고 남은 조각으로 제작되었는데, 호텔 크리용의 칼 라거펠트 룸 욕실에 사용된 대리석은 비누 트레이로, 파리 생로랑 매장에 사용된 블랙 대리석은 스툴로 변신했다. 그렇게 파편이라는 의미의 ‘프래그먼트 Fragments’가 컬렉션 이름으로 결정되었으며, 커피 테이블에서부터 필통, 콘솔, 플로어 조명에 이르기까지 기능적인 가구와 오브제로 구성되었다. ‘도릭 Dorik’, ‘로닉 Lonik’, ‘코린스 Corinth’의 라인은 세 가지 고대 건축 질서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특유의 원칙이 작품에 고스란히 투영되었다. 앙토니 게레는 르 코르뷔지에가 파르테논 신전을 발견했을 때 느꼈던 경이로움에 대해 언급하는 한편, 이번 컬렉션을 통해 위대한 건축가가 만든 공간과 자신의 작품이 아름답게 대화하는 모습과 천연자원의 합리적인 사용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WEB anthony-guerree.com meditions.com fondationlecorbusier.fr

 

알린 아스마 다만 : 페오 브와즈리

호텔 크리용의 리뉴얼과 칼 라거펠트와 함께 가구 컬렉션을 진행한 바 있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알린 아스마 다만 Aline Asmar d’Amman의 첫 번째 가구 컬렉션이 공개됐다. 3년이라는 준비 기간을 거쳐 완벽한 라인업을 갖춘 컬렉션을 발표한 장소는 1875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온 몰딩 아틀리에 페오 브아즈리 Féau Boiseries다.

 

페오 브아즈리의 100년이 넘은 몰딩 작업과 알린 아스마 다만의 모던한 가구가 함께한 모습이 드라마틱하다. ©Jacques Pépion

 

알린 아스마 다만는 자신의 첫 컬렉션에 현대 여성성에 대한 다양한 인식을 표현했는데, 메인 제품이라 할 수 있는 핑크 모헤어 패브릭이 사용된 관능적인 둥근 모양의 ‘조지아’ 소파는 할리우드 글래머 정신을 불러일으키고, 블랙 메탈과 흰색 실크를 사용한 ‘스모킹’ 조명은 마치 검정색 수트를 입은 세련된 여성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장인과의 협업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녀의 의지로 탄생한 드 고네의 꽃무늬 벽지 ‘크리스털 페탈’의 디테일은 놀랍기도 한데 벽지에 크리스털로 수를 놓은 부분은 절로 감탄이 나온다.

 

페오 브아즈리의 100년이 넘은 몰딩 작업과 알린 아스마 다만의 모던한 가구가 함께한 모습이 드라마틱하다. ©Jacques Pépion

 

알린 아스마 다만 컬렉션의 아이코닉 피스인 조지아 소파. ©Jacques Pépion

 

핸드 페이팅과 섬세한 자수 작업을 보고 있노라면 오트 쿠튀르 벽지라는 감탄이 흘러나오며, 가장 위대한 여성인 어머니에 대한 찬가를 영원한 꽃이 만발한 장면으로 표현했다는 디자이너의 설명을 듣고 나면 벽지에 담긴 특별한 애정이 느껴진다.  이번 전시는 지난 3월 인비지블 컬렉션 전시와 마찬가지로 페오 브아즈리의 역사적인 컬렉션에 현대 가구 작품을 초대해 과거와 미래 간의 흥미로운 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알린 아스마 다만의 가구는 디자이너 가구 온라인 플랫폼인 인비지블 컬렉션을 통해 독점 판매한다.

WEB cultureinarchitecture.com theinvisiblecollection.com feauboiseries.com

 

유크로니아 : 마레 지구의 오래된 보석점

 

맥시멀리즘은 지향하는 유크로니아의 쇼룸. ©Uchronia

 

1990년대생 디자이너 줄리앙 세반 Julien Sebban이 이끄는 파리 디자인계의 악동 같은 존재 유크로니아 Uchronia. 평범하지 않은, 독특한, 재미있는 같은 형용사가 따라다니는 이들은 고전적인 디자인 회사에서 탈피해 다학제적인 집단으로 평가받길 원한다. 그런 이유로 이름도 존재하는 않는 시간을 의미하는 유크로니아다. 심상치 않은 아이디어를 가진 이들이 선보이는 새로운 컬렉션 전시 제목은 ‘바다에서 도난당한 물건 Stolen Objects from the Sea’인데, 이를 선보이는 장소 또한 파리 마레 지구의 오래된 보석점으로 결코 평범하지 않다.

 

유크로니아의 디자이너 줄리앙 세반(위)과 골동품 수집가 앙투안 비요르(아래). © Uchronia

 

양쪽 벽면에 자리한 거대한 보석 진열장에는 골동품 수집가 친구인 앙투안 비요르 Antoine Billore가 수집한 수백 개의 세라믹 어패류 조각품으로 채웠고, 중앙에는 바다에서 영감을 받은 웨이브 컬렉션 가구가 놓여 있다. 둥근 파도, 은빛으로 반짝이는 물고기, 산호의 눈부신 색, 해초들의 움직임 등이 작품에 표현됐다. 세라믹, 레진, 뜨개질 등 다양한 소재와 기술이 어우러져 엮어내는 화려한 색상의 제품을 보고 있노라면, 초현실주의 그림 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마저 든다. 불가사리 모양의 술이 달린 거울, 뜨개질로 제작한 해파리 설치물까지 악동들이 이끌어갈 흥미로운 하이엔드 디자이너 가구의 미래가 한껏 기대된다.

 

대리석과 레진으로 만든 테이블은 물결치는 바다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Uchronia

 

WEB uchronia.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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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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