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INARY ART FURNITURE

한국 작가들의 다채로운 아트퍼니처

한국 작가들의 다채로운 아트퍼니처
  패션 화보를 보듯 화려하고 다채롭다. 갤러리와 상업 공간을 오가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젊은 아트 퍼니처 작가 9인의 작품을 모았다. 이들이 가구에 담아낸 상상력은 낯설지만, 기분 좋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가구에 담은 동심

홍익대학교 섬유미술 패션디자인과 목조형가구학을 전공한 아트 퍼니처 작가 겸 아트 디렉터 서수현은 지극히 일상적인 것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가구와 섬유 공예품을 선보인다.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 듯한 생동감 넘치는 색감과 단순한 형태, 풍성한 볼륨감이 특징이며,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든 세대가 마음껏 상상하고 체험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INSTAGRAM @suhyunarchive
따뜻한 지렁이가 꿈틀거리는 것을 의미하는 웜 웜 위글 Warm Worm Wriggle 시리즈는 소파와 거울 그리고 러그로 구성된 공간 작업이다. 동심으로 돌아가 현재를 살아가는 어른들에게 이 공간을 선사한다.
 

새 생명을 입은 폐기물

젊은 디자이너 그룹 크리에이티브 콜렉티브 1S1T(이즈잇)의 강영민 작가는 공장의 폐기물을 새로운 가치로 재생산하는 제로웨이스트 매뉴팩처링 개념을 기반으로 버스 손잡이나 계단 핸드레일 등의 강철 파이프에 플라스틱을 입히는 공장과 협업하여 작품을 만든다. 직관적인 형태와 강렬한 색 조합이 특징으로 버려지는 플라스틱이 예술을 입은 가구나 오브제로 재탄생되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INSTAGRAM @1s1t_youngmin.k  

낯선 재료가 주는 즐거움

금속공예를 전공한 방효빈 작가는 세공 기법을 재해석하고 확대하여 조형 언어로 사용한다. 주목받지 못하는 요소에 관한 호기심을 바탕으로 소재를 다각적으로 활용해 가구로 표현한다. 단순히 연결 요소로만 사용되었던 링과 장난감이라는 인식이 강한 탱탱볼이 작업의 주재료다. 특히 탱탱볼을 쿠션으로 활용함으로써 기존의 가구 소재에서 탈피한 오링 O-ring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INSTAGRAM @hyobeenbang  

현실로 나온 디지털 디자인

예술과 실용의 경계에 걸친 사물을 만들어내는 최동욱 작가는 경계를 허무는 것을 즐기고 상상 속 디지털 디자인을 현실의 개체로 구현해낸다. 손으로 두드린 듯한 불규칙한 곡선과 플라스틱의 겉면을 메탈릭 도료인 크롬으로 얇게 도색한 작품은 보기와 달리 매우 가벼운 것이 특징이다. INSTAGRAM @dwchoi_  

사유에서 탄생하는 가치

산업디자인과 공예적 시각을 기반으로 작업 활동을 하는 최원서 디자이너는 사물의 물리적 특성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탈피한 사유를 바탕으로 오브제와 가구, 공간 등 다방면의 작품을 선보인다. 기존의 소재가 표현하지 못한 이야기를 상상하고 이를 가구의 조형 언어로 사용함으로써 새로운 용도와 가치로 자유롭게 표현한다. INSTAGRAM @oneseo  

상상속의 의자

상상 속에나 존재할 만큼 형태도, 질감도, 소재도, 색감도 제한 없이 한없이 자유롭다. 그의 작품은 실물이 아닌 3D 작업이기 때문. 인스타그램에서 머디캡 Muddycap이라는 이름으로 의자 혹은 의자의 기능을 가진 실험적인 오브제를 만들어 꾸준히 업로드하고 있다. INSTAGRAM @muddycap  

금속으로 채우는 감각

최일준 작가는 금속이라는 특정 재료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감각적으로 느껴지는 것을 작품으로 표현한다. 용접 방식인 플라즈마 아크를 이용해 금속 표면에 음각의 선을 그리는 ‘플라즈마 드로잉’과 금속 가루를 안료로 하는 ‘메탈 페인팅’ 기법을 주로 사용한다. 가구뿐만 아니라 회화와 조각, 순수예술까지 평면과 입체 작업을 넘나들고 있다. INSTAGRAM @iljun_choi    

일상에 깃든 자연스러움

금속 디자인을 전공한 김성수 작가는 장식적이면서도 실용적인 디자인에 대한 고찰로 가구뿐만 아니라 작품 영역을 확장해 활동하고 있다. 어떠한 것으로부터 얻는 특별한 영감보다는 현재 처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과 고민 속에서 규칙과 생각을 표현해 나간다. 투명한 아크릴과 거울처럼 비치는 소재를 사용해 구조와 형태를 과감하게 드러낸 SLT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INSTAGRAM @seongsookeem  

조각적인 모듈 가구

목조형가구학과와 디자인을 전공한 김정섭 작가는 조각적 입체 미술로 가구를 탐구한다. 가공이 쉽지 않은 구리를 주재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공예와 산업 생산 방식을 혼용하되, 재료 본연의 느낌을 유지하고 강조할 수 있는 제작 방식과 디자인을 선보인다. 웍스아웃, 루이 비통, 칼하트 등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국내외로 활동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INSTAGRAM @jeongseob_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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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시스턴트 홍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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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ison&Objet Paris Design Week 2022 #1

파리디자인위크2022 하이라이트 #1

파리디자인위크2022 하이라이트 #1
  2022년 하반기 메종&오브제와 파리디자인위크 2022는 팬데믹 이후 디자인 르네상스가 펼쳐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다양하고 화려한 쇼와 전시로 도시를 들썩였다. 지난 몇 년간 실내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성장한 업계의 규모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으며, 현대미술 갤러리의 활발한 참여를 통해 앞으로 확대될 디자인 영역까지 예측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새로운 시도와 놀라움이 가득했던 파리디자인위크 2022의 하이라이트를 모았다.  

Maison&Objet

 
엘리자베스 르리쉬가 큐레이팅한 전에서 제안하는 다양한 색채 활용의 예.
  메타 센서블 Meta Sensible을 주제로 한 이번 메종&오브제는 메타버스 세계관이 유행하는 트렌드에 집중했다. 이제 물리적 세계와 디지털 세계는 서서히 병합되고, 교차 수정되어간다는 흐름과 함께 메타버스가 견인력을 얻으면서 판타지 세계에서 영감을 받은 인테리어, 예를 들어 곡선의 실루엣과 풍선껌 같은 부드러운 색상의 가구가 전시장에 많이 등장했다. 디지털 세상의 트렌드가 현실세계로 연장되는 것이다.    
올해의 디자이너 크리스티나 첼레스티노의 ‘이그조틱 팰리스’.
  올해의 디자이너로 크리스티나 첼레스티노Christina Celestino가 선정된 것도 이러한 주제와 전혀 무관하지 않다. 어린 시절 제과점 인테리어 디자인에 매료되어 그 공간이 가진 기하학적 아름다움에서 영감을 받아 가구를 디자인하는 그녀의 작업은 메타버스 세계에 놓여져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둥글고 부드러운 색채를 조화롭게 구현하는 첼레스티노는 이번 행사를 위해 7관에 전형적인 파리 카페에서 영감을 받은 비스트로 ‘이그조틱 팰리스 Exotic Palace’를 선보였다. 이국적인 아름다움과 장식, 컬러에 대한 열정이 그대로 반영된 공간은 또 다른 현실세계로 들어가는 통로가 되어준다.     라이징 탤런트 어워즈는 메타버스 주제와는 별개로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하는 네덜란드 디자이너 6명, 공예가 1명을 소개했다. 모두 재료와 소재를 탐구하고, 그 과정이 어떻게 실제 환경과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지 고민하는 작가들로 현재 네덜란드 디자인이 가진 독창성과 영민함을 엿볼 수 있었다. 특히 에인트호벤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네덜란드에서 활동하는 윤석현 디자이너가 포함된 것은 우리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전통적으로 사용되어온 유약 때문에 도자기가 재활용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유약을 대신할 수 있는 자연 재료를 찾던 중 전통 옻칠을 발견 했으며, 옷을 사용해 도자기에 색을 입히는 작업을 시작했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 자연의 재료인 흙을 사용한 세라믹 제품을 폐기할 때 매립하지 않고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윤석현 디자이너를 선정한 심사의원 위키 소머스 Wieki Somers는 그의 작업에 대해 개념적이면서 미학적인 부분이 네덜란드 디자인 전통에 잘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WEB www.maison-objet.com    

파리디자인위크2022 하이라이트

컬렉티브 전시의 붐이 일다  
<메이아트> 전시에 참여한 리플렉션 코펜하겐의 크리스털 제품. 뒤로 보이는 태피스트리는 메종 S에서 전시를 위해 특별 제작한 제품이다.
  지금까지 디자이너가 단독으로 작품을 발표하는 쇼룸 위주의 전시가 많았다면, 올해는 넓은 공간을 빌려 함께 전시를 하는 컬렉티브 전시가 유독 눈에 띄었다. 각자의 개성과 큐레이션으로 첫 번째 에디션을 선보인 이래, 세 곳의 전시로 인해 파리디자인위크가 새롭게 변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앙브뉴 디자인 Bienvenue Design

 
리플렉션 코펜하겐의 크리스털 펜던트 조명.
  전설의 호텔 라 루이지안느 La Louisiane에서 열리는 디자인 전시라니! 1930년대 시작돼 4대에 거쳐 운영되고 있는 이 호텔은 장-폴 사르트르와 시몬느 드 보부아르가 생활했고 달리, 허밍웨이, 백남준 등 수많은 예술가와 문인이 거쳐간 역사적인 장소다. 2차 세계대전을 비롯해 한 세기의 역사와 스캔들이 담겨 있는 특별한 장소이다보니, 이곳에서의 전시는 파리 사람들한테 무척이나 놀랍고 반가운 소식이었다. 호텔 건물의 한쪽에 있는 18개의 방이 18명의 디자이너, 갤러리, 브랜드에 헌사되었고, 각자의 개성에 맞게 객실이 전시장으로 탈바꿈했다.    

아티스트 리아 로샤 Lia Rochas는 자신의 몇몇 콜라주 작품을 벽에 걸고 침실을 그대로 옮겨온 듯 꾸몄으며, 디자인 스튜디오 AAMA Design은 벽지 브랜드 메종 마틴 모렐과 협업해 벽지가 천장에서부터 흐르는 드라마틱한 장면을 연출했다. 객실마다 독특하게 꾸민 각기 다른 컨셉트의 실내 디자인과 소품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특히 1789년에 시작해 23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자기 브랜드 매뉴팩처 드 쿨뢰브르 Manufacture de Couleuvre가 제법 큰 객실에서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루이 15세, 16세, 아르누보, 아르데코를 거친 귀중한 아카이브를 파리로 옮겨와 전시 소품으로 사용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현대적인 새로운 디자인과 과거의 역사를 함께 볼 수 있는 멋진 장면이었다. 비앙브뉴 디자인은 올해를 시작으로 매년 파리디자인위크에 맞춰 컬렉티브 전시를 진행할 예정이다. 오는 10월 파리 아트바젤 파리+ 기간에는 ‘비앙브뉴 아트’라는 이름으로 객실마다 현대미술 갤러리를 초청하는 전시가 같은 컨셉트로 열릴 예정이다.
WEB bienvenue.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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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양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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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무늬로 그린 예술

'어린아이의 놀이처럼' 다니엘 뷔렌의 예술 세계

'어린아이의 놀이처럼' 다니엘 뷔렌의 예술 세계
다니엘 뷔렌은 예술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건 작가와 감상자 모두에게 적용되는 행동이다. 자유롭게 생각하고, 내 마음대로 해석하고, 마음껏 즐기라는 말이다.  
© 동아일보
  2019년 광화문에 있는 동아미디어센터가 형형색색으로 물들었다. 당시 세종대로 사거리 앞 청계광장을 지나쳤다면 외벽 전체가 다채로운 빛을 내던 건물을 기억할 것이다. 21층 건물, 979개 창문에 8가지 원색 필름을 부착했다. 한글 자음 순서대로 노랑, 보라, 오렌지, 진빨강, 초록, 터키블루, 파랑, 핑크를 각 층에 반복해서 설치했다. 바로 ‘한국의 색, 인 시튀 작업’이라는 세계적인 조형예술가 다니엘 뷔렌 Daniel Buren의 작품이다. 그는 화이트 큐브에 전시된 예술 작품의 정형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해온 작가로 유명하다. 뷔렌은 미술관이나 갤러리가 규정한 획일화된 공간, 즉 전체 바닥과 벽, 천장이 새하얀 사각형 공간에서는 작가뿐만 아니라 감상자도 사고와 상상이 갇힌다고 생각했다. 작가는 이에 반해 특정한 장소에 작품을 설치하여 그 공간까지도 작품으로 흡수하는 ‘인-시튀 In-situ’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미술관을 일상의 영역으로 확장시켜 작품과 장소의 경계를 합일시키고 예술을 삶의 일부분으로 바라본 것이다. 이러한 뷔렌의 예술 철학은 1986년 파리 팔레-루아얄 궁전 안뜰에 설치한 작품 ‘두 개의 고원’에서 잘 드러난다. 프랑스 국민에게 역사적으로 의미가 각별한 이 장소에 뷔렌은 높이가 다양한 260개 검은색 줄무늬 기둥을 세웠다. 역사와 전통의 상징에 스프라이트 패턴이라니. 당시로선 이해할 수 없는 기행이자 파격적인 작품으로 여겨졌을 터이다. 작품을 발표할 당시 수개월간 프랑스 전역은 뜨거운 논쟁으로 들끓었다.  

  그러나 지금은 많은 사람이 즐겨 찾는 관광 명소가 되었다. 아이들은 낮은 기둥 위를 폴짝폴짝 뛰어다니고, 어른들은 기둥에 앉아 수다를 떨거나 샌드위치를 먹는다. 관광객은 기둥 사이를 자유로이 오가고 기둥에 서서 만세를 외치며 사진을 찍는다. 이렇듯 많은 사람이 작품을 마음껏 활용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예술과 소통한다. 작품을 갤러리 밖으로 꺼낸 결과다. 다니엘 뷔렌은 미술관의 권위에 대항한다. 이는 불과 200m 떨어진 루브르 박물관에 갇힌 수많은 명작과 그의 줄무늬 기둥 작품을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미술관을 벗어난 작품에서 권위는 사라졌고 소통과 공감만 남았다. 마르셀 뒤샹이 소변기를 미술관에 전시하면서 현대미술의 막을 열었다면, 다니엘 뷔렌은 줄무늬로 개념미술의 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작가는 줄무늬를 ‘시각적 도구 Outil Visuel’라 명명하여 하나의 기호로 사용해왔다. 어떠한 사물을 만들지 않고도 줄무늬라는 시각적 효과를 수단으로 예술을 창조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이후 폭 8.7cm, 신용카드 너비의 세로 줄무늬는 그의 아이콘이 되었다. 작가는 또한 1990년대부터 작품에 거울을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거울 역시 뷔렌에게는 하나의 시각적 도구로 작품을 수용하는 공간을 확대하거나 파편화 혹은 왜곡시키며 그 장소를 변모시키는 역할을 한다.  
© Daniel Buren-ADAGP Paris
 
© Daniel Buren-ADAGP Paris
  현재 대구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다니엘 뷔렌 개인전에서는 그의 상징과도 같은 줄무늬 설치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2014년 발표한 작품 ‘어린아이의 놀이처럼’은 아시아권 최초로 대구에서 전시된다. 최근 인-시튀 작업 중 대표작인 이 작품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블록 쌓기 놀이에서 감을 받았다. 다양한 도형 104점이 최대 6m 높이까지 쌓아올려 있다. 무려 40m 길이의 대규모 설치작품이다. 사람들은 이 거대한 블록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뷔렌은 이 작품을 통해 어른이 되면 잃어버리는 동심, 어떠한 계산도 설계도 느껴지지 않는 ‘형’과 ‘색’에 대한 순수한 감각을 느껴보길 바란다고 말한다. 자신의 혼을 담아 설치한 예술 작품이지만 수고로움이 느껴지지 않고 그저 천진난만해 보이길 원하는 것이다. 예술은 쉽고 단순하며 즐거운 행위란 메시지를 담고 있다. 마치 ‘어린아이의 놀이처럼’. 전시는 2023년 1월 29일까지.  
© Daniel Buren-ADAGP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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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시스턴트 에디터 강성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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