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5일 제1회 프리즈 서울이 막을 내렸다. 프리즈 서울은 5년간의 계약 기간 동안 아시아 미술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프리즈 서울로 인해 한국 미술계는 어떻게 성장할 것인지 미리부터 궁금해진다.
뉴욕 스카스테트 Skarstedt 갤러리에서는 마스터스 섹션에 젊은 작가인 카우스 KAWS 작품을 선보였다.
프리즈 Frieze와 아트바젤이 세계 2대 아트페어로 우뚝 섰다. 세계 3대 페어의 하나로 불리던 프랑스 피악 Fiac이 아트바젤에게 파리 전시장을 내주면서 사라질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파리의 자존심으로 여겨지던 피악이 하루 아침에 추락한 데에는 기업 간 얽히고 설킨 경제적 요인이 가장 크다. 서울에서 아시아 최초로 프리즈가 열리는 것도 물론 경제적 이유 때문일 것이다. 특히 주식과 부동산이 하락세를 보이며 금리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미술 작품 컬렉션을 투자의 대안적 개념으로 보는 MZ세대가 세계적으로 늘고 있다는 것도 그 이유가 될 것이다. 아트바젤 홍콩이 팬데믹과 반정부 시위로 잠시 주춤했고, 상하이 웨스트번드 아트&디자인이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위기를 맞이한 것도 플러스 요인이다.
데이비드 아론 갤러리 전시 전경.
코엑스에서 같은 기간 동안 동시에 열린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KIAF를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이들이 많은데, 계원예술대학교 융합예술과 유진상 교수는 이러한 생각은 지양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작품을 팔기 위한 아트페어에서 대형 전시로써의 주제나 공간 연출을 기대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아트페어는 ‘전시’가 아니고 ‘시장’이기 때문이다. “KIAF는 한국화랑협회가 주최하는 회원 갤러리 중심의 아트페어이고, 프리즈는 경제적 이윤을 추구하는 대기업의 아트페어입니다. 올해는 둘 다 매출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프리즈 서울의 매출은 KIAF의 10배 이상인 6천억원 정도로 짐작되고 있으며, 몇 년 내로 우리나라 미술 시장 1년 거래액인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단 4일 만에 엄청난 매출을 기록하는 세계적인 대표 아트페어이니 만큼 올해는 서로를 파악하는 파일럿 행사였다고 생각하며, 앞으로 아시아 미술 시장에서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관계로 발전할 것을 기대합니다.”
다니엘 크라우치 레어 북스의 중세 지도.
루치오 폰타나의 작품이 마졸레니 Mazzoleni 갤러리 등 마스터스 섹션의 여러 갤러리에서 선보였다.
제1회 프리즈 서울의 하이라이트는 프리즈 마스터스 섹션이었다. 프리즈 마스터스는 미술사에 남을 고대에서부터 근대 작가의 작품을 판매하는 섹션이다. 원래 런던에서는 프리즈 런던과 프리즈 마스터스가 각각 열리는데, 프리즈 서울에서는 페어의 한 파트로등장해 시선을 사로잡았다. 서울을 찾은 프리즈 마스터스의 디렉터 네이선 클레멘트 길레스피 Nathan Clements Gillespie는 2022년은 프리즈 마스터스 10주년이자 프리즈 마스터스가 아시아에 처음 데뷔하는 중요한 해라고 설명했다. “한국에 아직 이런 형식이 없다는 것을 알았고, 미술 애호가들에게 이를 선보인다면 관심을 가질 거라고 확신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섹션은 우리의 기대를 뛰어넘었습니다. 리처드 나기 갤러리의 에곤 실레 작품과 애콰벨라의 피카소 작품을 자세히 보고 싶어하는 관람객의 열정을 확인했습니다.”
닥터욘 군터 레어 북스의 15세기 책 하트만 셰델 Schedel의 <뉘른부르크 연대기 Nuremberg Chronicle>.
프리즈 서울에는 21개국 110개의 갤러리가 참여했으며, 마스터스 섹션에는 이중 18개의 국제적 갤러리가 부스를 꾸렸다. 애콰벨라 갤러리즈에서는 전 후 시대 주요 작가인 파블로 피카소, 앤디 워홀, 프란시스 베이컨, 바스키아, 자코메티, 몬드리안, 앙리 마티스 등 한국인이 존경하는 거장의 작품을 가져와 작품 앞에 접근 금지선을 설치해야 할 정로도 관람객들로 붐볐다. 카스텔리 갤러리는 로이 리히텐슈타인 솔로 쇼, 갤러리라 컨티누아는 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의 솔로 쇼를 선보였다. 특히 다니엘 크라우치 레어 북스 Daniel Crouch Rare Books와 닥터 욘 군터 레어 북스 Dr. Jörn Günther Rare Books는 오래된 지도와 아름다운 책을 선보여 인기를 모았다. 다니엘 크라우치 레어 북스는 지도 제작자 드 조드 De Jode가 1593년 출판한 최초의 유럽식 지도를 포함한 서구권 지도 제작법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를 담은 다양한 지도를 선보였다.
김환기, 하종현, 장 미셸 오토니엘의 작품을 선보인 국제갤러리 부스.
도쿄 갤러리는 전후 일본 세대와 한국 작가와의 교류를 보여주는 작품을 전시했다. 미야와키 아이코 Aiko Miyawaki, 수가 키시오 Kishio Suga 등의 일본 미술가와 김창열, 김환기, 이강소, 박서보, 윤형근의 작품은 아주 잘 어울렸다. 고미술을 다룬 데이비드 아론 갤러리와 악셀 베르보르트의 우아한 부스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팬데믹을 지나면서 오랜만에 국내외 유명 갤러리가 모두 참여했다는 것도 프리즈 서울의 자랑이다. 해외에 나가야만 방문할 수 있는 갤러리 부스를 서울에서 보고, 인사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미술 애호가에게 매력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2023년에는 심기일전해서 아트바젤과 흡사하면서 개성과 스펙터클이 없다는 비판을 정면 돌파해야 할 것이다. 아트바젤에도 마스터스에서 볼 수 있는 거장의 작품은 매년 출품된다. 프리즈가 IMG 그룹 네트워크에 속해 있다는 것은 앞으로를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IMG는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기업 엔데버의 자회사인데, CJ가 얼마 전 엔데버를 인수한 것. CJ가 리움미술관에서 프리즈 서울 오프닝 파티를 연 것에는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다. 한 나라의 미술계가 국제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미술가만 노력해서는 당연히 어려울 것이다. 미술가와 미술관, 갤러리와 기업, 정부와 미술 애호가가 모두 합심해야 가능하다. 프리즈 서울은 올해가 첫 해이니만큼 칭찬만큼 비판도 많지만, 내년에도 KIAF 와 동시에 열리니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적합하다. CJ가 앞으로 프리즈 서울과 전략적으로 협업한다면 아시아 미술 시장의 지형도가 달라질 것이며, KIAF와 한국 미술계도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스터스 섹션을 통해 돌을 주제로 한 작가 3명의 작품을 선보인 갤러리 현대 부스.
미술 애호가라면 10월에도 바쁠 것이 분명하다. 이번 10월에는 런던에서 프리즈 런던과 프리즈 마스터스가 열리고, 파리에서는 제1회 아트바젤 파리+가 열린다. 네이선 클레멘트 길레스피 디렉터는 런던 행사가 두 개이기 때문에 사전에 참여 갤러리와 작가에 대한 간단한 정보를 알고 온다면 보다 효율적으로 아트페어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국의 국제갤러리가 스포트라이트 부문에서 최욱경의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갤러리 현대가 이강소의 단독 전시를 보여줄 예정이어서 진정한 하이라이트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아트페어를 찾는 이들을 위한 네이선 디렉터의 가장 중요한 조언은 편한 신발을 신으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