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날이 인기를 더해가는 에르메스 홈의 시작을 살펴보고 가벼움의 미학을 보여준 2022년 에르메스 홈 컬렉션을 소개한다.
에르메스를 생각하면 가죽, 가방이 먼저 떠오르겠지만 에르메스는 1920년대부터 패션뿐만 아니라 집을 위한 디자인 제품도 함께 선보여왔다. 에르메스의 홈 컬렉션은 언제나 집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으로 이뤄졌는데 그 시작은 에르메스 가문의 4대손인 장-르네 게랑과 당시 전설적인 인테리어 장식미술가였던 장-미셸 프랑크의 만남이었다. 에르메스의 가죽 장인들은 수작업으로 진행하는 전통 박음질 기법인 ‘새들 스티치’로 프랑크의 가구에 가죽 커버를 씌웠고, 이를 계기로 에르메스의 홈 컬렉션은 발전하기 시작했다. 브랜드의 강점인 가죽을 사용해 의자 같은 가구와 소품을 만들기 시작했고 이는 많은 이들에게 에르메스가 선사하는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피파 시리즈 중 폴딩형 암체어
1980년대부터 에르메스는 포슬린 도자기, 파양스 도자기, 크리스털, 실버, 텍스타일, 데커레이션 컬렉션을 통해 에르메스 스타일을 더욱 확고히 다져나갔고 1987년에는 실내 건축가였던 르나 뒤마와 피터 콜스가 ‘피파 Pippa’ 시리즈를 탄생시켰는데, 스툴을 비롯해 접어서 이동할 수 있는 가구 시리즈는 에르메스가 사랑하는 여행의 이상을 구현해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디자인이다. 이후 에르메스는 2010년에 토털 홈 라인을 론칭해 인테리어 컨설팅 서비스와 건축 컨셉트를 제안하고, 오브제에서 가구에 이르기까지 디렉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건축적인 모듈 시스템, 벽면 장식 제품과 장-미셸 프랑크의 가구 컬렉션을 리에디션으로 출시했으며 1920~30년대의 건축물 모습을 재현하고 주문 제작으로 공간을 만들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에르메스 홈 컬렉션에서 가장 중요한 해는 2011년일 것이다. 매년 세계적인 규모로 개최되는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서 처음으로 홈 컬렉션을 선보인 것. 엔조 마리, 안토니오 치테리오, RDAI(르나 뒤마 건축 인테리어)를 초청한 에르메스 홈은 패션 리빙의 새 장을 열었다.
현재 에르메스 홈을 이끌고 있는 아티스틱 디렉터 샬롯 마커스 펄맨과 알렉시스 파브리는 2016년에 합류했다. 이들은 다양한 디자이너와 협업해 마음에 안정을 주고 조화로움을 느낄 수 있는 에르메스만의 홈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으며 소재와 디자인에서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된 새로운 홈 컬렉션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코로나19로 3년 만에 개최된 올해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서는 견고하면서 가벼운 소재로 제작한 오브제와 텍스타일을 중심으로 한 전시를 선보였다.
INTERVIEW With Charlotte Macaux Perelman&Alexis Fabry
에르메스 홈의 아티스틱 디렉터 샬롯 마커스 펄맨과 알렉시스 파브리와의 미니 인터뷰.
샬롯 마커스 펄맨과 알렉시스 파브리.
에르메스 홈 컬렉션이 지향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AF(Alexis Fabry): 에르메스의 헤리티지에 대한 존중과 미래지향적 가치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고자 했다. 그런데 사실 우리에게는 매우 당연한 일이다. 아티스틱 디렉터 피에르 알렉시 뒤마 Pierre-Alexis Dumas가 우리를 선택한 이유도 취향과 타고난 성향이 에르메스의 핵심 가치와 맞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생각해도 집에 두고 싶을 만한 제품을 만들고 있을 뿐이다.
올해 홈 컬렉션에 대해 설명한다면?
CMP(Charlotte Macaux Perelmen): 사실 가벼움이라는 단어는 에르메스를 떠올렸을 때 바로 연상되지는 않을 것이다. 에르메스에서 일하기 전에는 내구성이 먼저 떠올랐고, 물건을 오랫동안 사용하기 위해서는 소재에 강도와 견고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에르메스에서 일하게 되고 보니 대부분의 오브제가 단단하고 묵직해서 가볍게 제작하는 것이 숙제였다. 특히 사람의 몸에 직접적으로 닿는 제품은 인체공학적인 면을 고려해 편리하기도 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에르메스에서 ‘가벼움’을 찾기 어려웠다면 이번 시즌에는 다양한 텍스타일 제품을 선보여 가벼움을 강조했다. 밝고 편안하면서도 가벼운 분위기가 특징이다.
올해 6월 밀라노 시내에서 선보인 에르메스 홈 전시.
에르메스 홈을 이끌어오면서 어떤 고민을 하나?
CMP: 작업할 때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사이에서 고민한다. 무의식적으로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늘 고려하지만 그와 동시에 현대적인 디자인을 만들고 그것이 오랜 시간 사랑받기를 바란다. 물리적인 지속성만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서도 누군가가 갖고 싶다고 생각할 수 있는 디자인인지가 중요하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매력을 유지하는 디자인인가? 이것이 중요한 질문이다.
2022 Collections for the Home
가벼움의 미학
손으로 짜고 염색한 캐시미어 조각들로 이뤄진 H 피타고라스 플래드.
에르메스는 올해 밀란디자인위크에서 급수탑 형태의 거대한 구조물 4개를 연출하고 그 안에 새로운 홈 컬렉션 제품을 소개했다. 나무 소재의 구조와 반투명한 컬러의 종이로 마감한 구조물은 내부의 빛 덕분에 한지로 만든 조명처럼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2022 홈 컬렉션의 주제는 ‘가벼움의 미학 Lightness’이다. 이는 에르메스에 대한 편견과 중력에 대한 도전과도 같았는데 처음으로 텍스타일이 홈 컬렉션의 주인공이 됐다는 점에서도 특별하다. 에르메스가 가장 선호하는 소재인 캐시미어로 제작된 텍스타일은 천연 소재의 우아함과 밝고 경쾌한 컬러로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기하학 패턴이 입체적으로 느껴지는 H 타탄 플래드.
‘재연결 기법 Relinking’을 사용한 기하학적인 패턴은 마치 스테인드글라스처럼 보이기도 하고 직접 손으로 짜고 염색한 정사각형의 패치워크, 캐시미어 소재의 결이 가벼운 격자무늬, 전통 퀼트 기술을 느낄 수 있는 큰 사이즈의 누비 베드 커버까지 텍스타일은 다양한 제작 방법으로 만들어진다. 올해 선보인 오브제와 포슬린 그리고 조명과 가구는 눈으로 보기에도 가벼움을 강조했다. 대나무 프레임에 캔버스를 덧댄 조명, 대나무 소재의 구조가 산뜻한 스툴, 섬세한 수작업으로 완성된 노란색 포슬린 세트까지 집 안에서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선사해줄 2022년 에르메스 홈 컬렉션은 한 줄기 햇살 같은 시적인 느낌을 간직하고 있다.
대나무 프레임과 캔버스로 제작한 LED 조명인 쿨리스 테이블 램프.
두 가지 색상의 얇은 가죽으로 이뤄진 벽걸이 오거나이저.
가죽을 재단해서 자연스럽게 접힌 형태를 만들고 핸드 페인팅한 플리아슈 센터피스.
야자수를 형상화한 노란색 그래픽 패턴이 경쾌한 솔레이 데르메스 포슬린 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