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로 분리되는 물결 모양의 소파 수페론다는 모듈을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고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어 공간에 재미와 활력을 더한다. 폴트로노바 제품으로 카인드스페이스에서 판매. 8백만원대.
5개의 둥근 면으로 구성된 비밥 사이드 테이블은 얇은 종이를 접어 만든 듯한 디자인이 흥미롭다. 두 개의 선반으로 실용성도 높였다. 페르몹코리아에서 판매. 66만원.어른들의 동심을 자극하는 프랑스 일러스트레이터 나탈리 레테와 세라믹 브랜드 아스티에 드 빌라트가 협업 전시를 선보인다.
생동감 넘치는 아름다운 동물의 면면을 한남동 아스티에 드 빌라트 스토어에서 감상해보길.
아스티에 드 빌라트의 창립자 베누아와 이반과는 아주 오랫동안 인연을 이어 왔다고 하는데, 첫 만남은 언제였나?
약 20년 전쯤 내가 만든 책을 가지고 아스티에 드 빌라트의 파리 생토노레 부티크에 찾아가 이 책을 파는 것이 어떻겠냐고 먼저 제안했다. 그곳에서 베누아와 이반을 처음 만났고, 내게 공방에 나와 함께 일해보지 않겠냐고 물었다. 2년 정도 매주 화요일마다 작업실로 출근해 그림을 그렸다. 마치 작업실의 일원처럼 말이다(웃음).
아스티에 드 빌라트의 어떠한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나?
기본적으로 아름다운 것을 매우 좋아하는데, 그들의 공방은 내가 원하는 아름다움을 모두 갖추고 있었고, 근사한 취향을 지닌 베누아와 이반과 함께 일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또 오래된 물건을 좋아하는 그들의 취향과 일치했다.
이번이 벌써 세 번째 협업이다. 이번 작품 ‘원 오브 어 카인드’에 대해 설명해달라.
나의 작업 세계관은 늘 비슷하기 때문에 주제가 크게 바뀌지는 않는다. 새와 꽃 종류의 비중이 컸던 지난 전시에 비해 이번에는 고양이와 강아지를 중점적으로 그렸다. 특히 이반이 실제로 키우는 고양이 세 마리와 베누아의 반려견에서 영감을 받았다. 평소 인스타그램에서 본 이미지를 모티프로 삼기도 했다. 이번 전시를 위해 준비한 작품은 단 16개의 유니크 피스이며, 6일간 공방으로 출근하며 완성했다.
그 과정이 궁금하다.
우선 점토를 이용해 손으로 밀어 형태를 만들고,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검은색을 입혀 그 위에 그림을 그리고, 조각하듯 그림 외의 부분을 칼로 긁어낸다. 마치 나무를 조각하는 장인처럼 말이다. 그다음 벼룩시장에서 찾은 오래된 도구나 케이크의 베이킹 롤러를 이용해 일정한 패턴을 입혔다. 한번 구운 다음 물감으로 색을 입히고, 작품에 등장하는 동물의 이름을 메시지로 새겼다. 끝으로 투명 에나멜을 발라 또 한번 구워낸다. 하나를 만드는 데 족히 3일이 걸린다.
그날의 감정이나 분위기에 따라 즉흥적으로 디자인이 바뀌기도 하나?
때로는 바뀌는 경우도 있지만, 시안 드로잉이나 크로키를 항상 앞에 두고 작업한다. 상상으로만 그리는 경우는 없다. 시안을 안 보고 그리면 너무 어린아이가 그린 그림 같아질 수 있기 때문에 작업에 앞서 크로키 과정을 고수한다.
영감의 원천은 무엇인가?
일러스트레이터 존 데리안의 오래된 이미지나 판화를 레퍼런스로 삼는다. 그 위에 나만의 스타일로 덧그리는 작업을 많이 한다. 또 옛날 장난감을 통해 영감을 얻는다. 파리에서 한 시간 반 정도 떨어져 있는 마을에 별장을 짓고 살고 있는데, 정원이 있어 자연스레 자연으로부터 얻는 영감이 크다.
브랜드와의 협업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매일매일 그림을 그린다. 테마별로 그림을 그려 서랍에 보관해두고 브랜드에서 제안이 오면 그에 맞은 그림으로 발전시켜 작업한다.
최근에 진행한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해달라. 20년간 함께 작업한 호주 브랜드 블루 일루션과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온 가족을 위한 파자마를 제작했다. 우리 집 정원에 살고 있는 고슴도치와 토끼 등 작은 동물에서 영감을 얻어 작업했다. 또 일본 브랜드 애프터눈티 리빙과 제작한 홈 컬렉션은 2023년 토끼의 해를 맞아 토끼를 주제로 한 컬렉션이다.한국 브랜드와도 꾸준히 협업을 진행했다고 들었다.
지난 3년간 한국의 의류 브랜드 삭스 어필과 협업을 진행했다. 대부분 양말을 디자인하지만 니트웨어와 스웨트셔츠 작업도 종종 하고 있다.
1th Paris+ par Art Basel
하반기 예술 분야의 이슈 중 하나는 파리에서 개최된 제1회 아트바젤 파리 플러스 Paris+ par Art Basel일 것이다. 40년 이상 프랑스를 대표하는 아트바젤인 피악 FIAC 대신 파리 그랑 팔레 에페메르에서 최상급 갤러리들이 참여한 아트바젤 파리 플러스가 10월에 개최됐다. 그 시작을 축하하기 위해 루이 비통은 43점의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 부스를 마련했다. 컬러풀한 전시 공간에는 제프 쿤스의 반 고흐 실크 스카프, 스테판 스프라우스의 스케이트보드, 신디 셔먼의 여행용 트렁크 등 세계적인 예술가와 협업한 루이 비통 제품을 전시했다. 눈길을 사로잡는 붉은색 옷을 입은 쿠사마 야요이의 밀랍 인형과 빈티지 루이 비통 트렁크와 함께 전시된 무라카미 다카시의 판다 인형, 1909년 앙리 마티스와 프란시스 피카비아가 의뢰한 독특한 형태의 루이 비통 트렁크 디자인도 만나볼 수 있었다. 또 2019년부터 4년째 진행해온 아티카퓌신 컬렉션 24점을 한번에 볼 수 있는 자리도 마련했는데, 올해는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인 박서보 화백이 참여해 특히 더 많은 관심을 모았다. 창립자인 루이 비통과 그의 아들 조르주 비통은 당시 인상파 화가들과 친분을 나눴고, 손주인 가스통-루이 비통은 저명한 수집가였다. 가스통-루이 비통은 특히 장식미술에 깊은 관심이 있어 이미 1920년대 예술가들과 매장 윈도 디스플레이 작업을 하기도 했다. 루이 비통은 이후에도 솔 르윗, 제임스 로젠퀴스트, 세자르, 올라퍼 엘리아슨 등 현대미술과 디자인 분야의 예술가뿐만 아니라 댄 플래빈, 프란체스카 우드만 등의 전시를 개최하며 문화 예술 분야를 적극 후원해왔다. 특히 2014년에는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을 파리에 개관하며 우리에게 영감을 주는 20세기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아밀리 베르트랑, 우고 론디노네, 피터 마리노, 다니엘 뷔랑의 2022 아티카퓌신 백. ©Louis Vuitton Malletier가방에 드리운 단풍
루이 비통 메종 서울에서 진행 중인 아티카퓌신 프레젠테이션은 한국인 예술가로는 최초로 루이 비통과 제품 협업을 함께한 박서보 화백의 아티카퓌신 백으로 더욱 화제를 모았다. 카퓌신은 루이 비통의 첫 공방 매장이 자리 잡았던 뇌브 데 카퓌신 거리의 이름에서 따온 명칭이다. 루이 비통은 2019년부터 매년 세계적인 현대미술 작가 6인과 함께 ‘아티카퓌신’ 컬렉션을 선보였고, 각 컬렉션은 1~200까지 숫자가 매겨진 200개 한정판 에디션으로 만나볼 수 있어 작품을 소장하는 것과 같은 가치가 있다. 올해는 박서보 화백을 비롯해 다니엘 뷔랑, 우고 론디노네, 피터 마리노, 케네디 얀코, 아멜리 베르트랑이 협업을 진행했다. 이미 10월에 개최된 제1회 아트바젤 파리 플러스에 참가한 루이 비통 부스에서 큰 화제를 모았던 박서보 화백과 예술가 5인의 아티카퓌신 백이 서울에서 첫선을 보이는 것이다. 프랭크 게리의 대담한 건축미를 느낄 수 있는 루이 비통 메종 서울에서는 6인의 아티카퓌신 컬렉션을 비롯해 박서보 화백의 대표 연작인 붉은색의 ‘묘법’ 3점도 감상할 수 있다. 박서보 화백의 아티카퓌신 백은 가까이에서 들여다봐야 한다. 그의 2016년 ‘묘법’ 작품을 기반으로 제작해 붉은색과 버건디 색감의 가죽을 사용했고, 작품과 유사한 질감을 느낄 수 있도록 카프 스킨에 붓질 효과를 낸 후 고도의 3D 사출 작업으로 완성했다. 촉감을 고려한 손잡이는 호두나무와 메탈을 사용했고, 가방 하단에는 루이 비통 모노그램 플라워 장식이 새겨진 4개의 스터드를 적용했다. 비밀스럽게 만나볼 수 있는 중앙 포켓 안의 작가 서명도 포인트다. 이름을 보지 않고도 맞힐 수 있을 만큼 각각의 아티카퓌신 백은 제작한 예술가의 개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다니엘 뷔랑은 양면 트롱프뢰유 디자인에 흑백 줄무늬의 동그란 손잡이가 있는 카퓌신 백을 4가지 색상으로 선보였고, 보는 순간 알아차릴 수 있었던 우고 론디노네는 1만4000개에 달하는 비즈로 알록달록한 할리퀸 패턴을 완성했다. 피터 마리노는 올 블랙 카퓌신 백에 스터드와 매력적인 잠금 장치를 더했고, 케네디 얀코는 3D 프린팅을 적용해 백의 형태에서부터 개성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아멜리 베르트랑은 최초의 야광 카퓌신 백을 만들어 어두운 곳에서도 존재감을 발한다. 루이 비통의 아티카퓌신 협업은 패션과 예술의 무경계를 실감케 한다. 박서보 화백의 아티카퓌신 백을 보고 있으면 붉은 단풍으로 물든 가을 산을 보는 듯하다. 이번 프레젠테이션은 11월 24일까지 진행된다. 미처 보지 못했다면 올해 마지막 단풍을 놓치지 말 것.박서보 화백과의 4문4답
아티카퓌신 백을 제작하는 데 영감을 받은 작품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저는 관념적인 색이 아닌, 자연의 색을 찾아 제 작품에 색을 입히기 시작했어요. 한번은 ‘반다이산’에서 골짜기를 바라보는데, 그 골짜기가 태양빛을 제대로 받았을 때는 빨간색 형광을 발라놓은 것 같았어요. 색깔이 너무 강렬해서 불길이 저를 태워 죽이려 쫓아오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지요. 그때 ‘이 작은 존재인 나는 미처 생각지도 못할 정도로 자연은 위대하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바람이 불어 또 다른 곳이 태양빛을 받으면 여기는 형광 빨간색이지만 다른 곳은 거무튀튀한 색으로 보이더군요. 같은 빨간색인데도 말이죠. ‘아, 이 자연의 조화. 이런 것을 그려야겠구나.’ 제 붉은색 작품은 바로 여기에서 온 것입니다. 모든 것은 자연으로 부터죠.
루이 비통 장인들과 협업해 카퓌신 백을 만드는 과정은 어땠나요?
재주가 많은 손자의 도움을 크게 받았어요. 제 작품을 입힌 아티카퓌신의 견본을 처음 본 순간 역시 루이 비통의 장인 정신은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좀 더 솔직하게 얘기한다면 ‘이 정도의 기술력이 있는 루이 비통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카퓌신 백은 가방이기에 작가의 작품이지만 열린 공간으로 나오게 될 겁니다.
좋습니다. 예술은 어떤 대단한 보물처럼 여겨지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대중과 함께 공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예술인가요, 패션인가요?
양쪽 모두에 속할 수 있다고 봅니다. 궁극적으로 이번 아티카퓌신 백과 제 작품이 하나의 오브제처럼 함께 전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