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마이알레만의 스피릿을 시각화한 전시 마이알레 아카이브를 주목해보자.
관전 포인트는 최근 뜨거운 화두에 있는 브루탈리즘이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출간한 <트렌드코리아2023>에서는 10대 소비 트렌드 키워드로 사람을 이끌고 머물고 느끼게 하는 힘인 ‘공간력’을 꼽는다. 코로나19를 지나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전환되어가고 있는 요즘, 공간이 중요한 화두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자. 지금 내가 속한 공간은 어떠한가? 내가 기댈 수 있는 휴식처, 안식처인가? 나다운 장소인가? 살아 있는 감각을 반응하게 하는 곳인가? 수많은 물건에 치여 나를 가두고 제한하고 있지는 않은지···. 공간력 하면 오랜 랜드 스케이프 디자인과 플랜테리어 노하우와 스타일을 지닌 카페이자 레스토랑, 농장이며 정원,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이기도 한 마이알레를 빼놓을 수 없겠다. 이러한 공간력을 내 것으로 소화하고 싶다면 올해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의 패러다임을 예고하는 마이알레 아카이브를 놓치지 말자.
마이알레의 수장인 우경미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마이알레의 정체성을 고민이던 차에 사람들과 접촉하고 소통하는 전시 프로젝트를 통해 마이알레만의 취향과 신념을 하나씩 꺼내 보이기로 했다. “그 첫 번째가 <의자, 화병>입니다. 의자는 하루 24시간 중 상당 부분을 우리와 함께하잖아요. 공부할 때나 일할 때 밥 먹을 때 등 일상에서 가장 접하기 쉬운 것이 의자죠. 예술적 관점에서도 의자는 특히나 매력적입니다. 부수거나 쓰러뜨리고, 앉기 불가능한 재료와 크기로 의자의 개념을 전혀 다른 맥락으로 바꿔놓기도 하니까요. 화병은 마이알레, 그 자체를 표현하는 언어이고요. 가능한 한 마이알레의 세계관을 열어두고 싶어요. 상업적인 접근이라기보다 일종의 사명감이죠.” 이날 함께한 사진가는 리넨 하면 베이지로 알았던 시절, 디자인 현장에서 우경미 소장이 푸른색 리넨을 제시 해주었던 것을 회고하며 그다음부터는 푸른색 리넨만 보이더라는 일화를 소개했다. “맞아요. 패션도 연습하고 훈련되어야 하는 것처럼 인테리어도 자꾸 시도해봐야 해요. 기존에 안 쓰던 스타일, 안 써본 색감이 공간 전체에서 어떻게 어우러질 수 있나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 지식이 들어가고 상상이 풍부해져서 삶이 더 풍요로워지지요.”
우 대표는 이번 전시를 기획하며 최근 다시 이슈가 된 브루탈리즘 Brutalism에 주목했다. 1950년대 건축 사조의 하나인 브루탈리즘은 날 콘크리트를 뜻하는 프랑스어 베롱 부르 Béton Brut에서 유래되었으며, 가공하지 않은 자재, 구조 등을 사용하는 비형식주의를 추구한다. 미려한 아름다움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 당시에 짧게 유행했다 사라졌으나 최근의 친환경 열풍과 함께 브루탈리즘이 재조명되면서 건축뿐 아니라 인테리어, 제품, 웹 디자인 등 다양한 곳에서 만날 수 있다. 심지어 요리에서도 이 사조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우선 브루탈리즘은 검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툭툭 어디에 놓아도 어울리는 조화로움, 형태가 다르고 색다른 것을 포용하는 컬러가 바로 검정이다. 이곳에서 마주한 의자와 화병이 그렇다. 들어서는 순간 모종의 경외감 혹은 당혹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데, 이 또한 마이알레의 의도라고 할 수 있다. 브루탈리즘이 주목받고 인기를 얻는 이유는 무엇보다 기본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변화무쌍하고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거칠고 투박하지만 꾸밈없는 모습에 오히려 사람들이 열광하는 게 아닐까 싶다. 획일화되고 화려하게 겉만 치장한 인스타그래머블한 피사체에 많은 이가 질린 탓이기도 할 터. 이곳에서는 공사 현장용 고재, 콘크리트 등 버려지고 낡고 친숙한 형태의 물건이 작품이 되면서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뜨린다.
“매우 육중하고 모든 것이 필요 이상으로 거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러한 디자인이 유기적으로 개인의 생활 공간에서도 잘 녹아들기를 바라는 거죠. 알레가 제안하는 디자인이 지친 현대인들에게 마음이 쉬어가고 오래도록 여유와 안식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우경미 대표의 동생이자 랜드스케이프 디자인의 국내 최고로 손꼽히는 디자인알레 우현미 소장이 함께 트렌드를 공유하며 전시를 기획했다. 브루탈리즘은 육중한 날 콘크리트 덩어리 건축으로도 표현되는데, 이번 전시의 관전 포인트 역시 ‘덩어리’감이다. “아, 덩어리. 이것이 우리가 사랑하는 실루엣이에요. 예쁘기만 한 디자인보다 모호하고 은유적인, 보고 또 보고 자꾸 들여다보고 있으면 아름답다. 이것이야말로 마이알레의 스타일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죠.” 조각상 토르소? 화병? 엉덩이 형태의 팟이 눈길을 끄는데 그 덩어리감이 주는 심플한 엣지가 오히려 모던하게 느껴진다.
용도 또한 모호해서 더 힙하다. “우린 자동차도 할 수 있어! 우리가 못하는 것이 무엇이 있겠어? 얼마 전 알레의 직원들과 함께 나눈 이야기예요. 멋진 디자인을 포기할 수는 없잖아요(웃음). 23년을 맞아 스물세 살이 된 마이알레가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내가 좋아하는 디자인이 다 잘 팔리지는 않더라고요. 그렇다고 요즘 디자이너들이 잘 팔릴 거라고 추천하는 제품이 또 다 잘 팔리지도 않고요. 나의 시대를 사는 거지요. 나만의 스타일을 고수하면서 오늘을 고민하고 다양하게 도전해보는 삶이야말로 가장 디자인적이며 아름다운 것이라 생각해요.” 마이알레만의 깊이 있는 아카이브는 앞으로도 정기적으로 소개될 예정이며 컬렉션을 더욱 풍성하게 구축해나갈 계획이라고 하니, 언젠가 이를 모아보면 마이알레만의 디자인 역사서가 될 듯하다. 전시는 2월 12일까지이니 나들이겸 꼭 둘러보시길.
ADD 경기도 과천시 삼부골3로 17, 3층
TEL 0507-1344-17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