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담은 공예

자연을 조각하는 금속공예가

자연을 조각하는 금속공예가

 

은과 황동, 주석을 재료로 자연에서 수집한 풍경에 영원한 생명력을 불어넣는 스튜디오 포의 북한산 작업실을 찾았다.

 

바람에 날아갈 듯 여리한 낙엽 오브제는 찻잎을 더는 용도인 다하로 사용된다. 은방울꽃, 낙엽, 풀잎 등 자연스러운 모습을 섬세하게 조각한 다양한 차시.

 

은방울꽃과 은행나무 잎, 도토리, 버섯, 곤충 그리고 금방이라도 바람에 이리저리 흩날릴 것만 같은 여린 낙엽까지 금속공예가 스튜디오 포의 작업실은 산책길에서 만난 작고 귀여운 숲속 친구들이 가득하다. 마치 어린아이가 체험학습 시간 동안 채집한 것을 모아둔 전시장처럼 말이다. 작가에게 가장 커다란 영감을 안겨준 건 바로 바위다. 계속해서 순환하고 변화하는 생물과 달리 수억 년 동안 변치 않고 본래의 모습을 유지하는 바위에서 매력을 느낀 것. 바위의 질감을 그대로 떠낸 커틀러리를 비롯해 문진과 돋보기, 차 도구, 장신구, 곤충과 낙엽 등의 모양을 본뜬 오브제가 가득했다.

 

나뭇결을 그대로 본뜬 화병.

 

스튜디오 포 작가는 북한산을 마주보는 자그마한 작업실에서 매일 새로운 작품을 창조해낸다.

 

“매일 뒷산을 산책하며 숲에 사는 자연을 면밀히 관찰해요. 자세히 보면 제가 만든 돌 문진에는 ‘호흡’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죠. 숲에 들어가면 비로소 숨을 쉬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깊고 천천히 그리고 길게 호흡하게 돼요. 문진에 글자를 새김으로써 무생물인 돌이 반대로 제게 호흡을 준다는 의미를 담았어요. 숲에 들어가지 않아도 그때의 감정을 되새겨볼 수 있는 거죠.” 시각적 아름다움은 물론 기능을 더한 작품도 더러 존재한다. 도토리나 땅콩 모양의 장신구는 뚜껑을 여닫을 수 있도록 제작해 아끼는 보석을 보관할 수 있으며, 금속으로 감싼 돌 문진은 잔을 올려놓는 플레이트의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다. 차가운 성질을 띤 금속임에도 불구하고 스튜디오 포의 작품에는 따스함과 시적 감성이 묻어나 있다. 단단하고 무거울 거라는 편견을 보기 좋게 빗겨가듯 얇고 한없이 여린 모습. 작가는 금속의 물성을 전환시키기 위해 만드는 방식에도 차별을 뒀다. “저는 조각을 전공했기 때문에 주로 주조 작업을 해요. 결과물은 금속이지만 그 안에 들어가는 재료는 굉장히 다양하거든요. 왁스나 밀랍, 실리콘 등을 사용해 단단한 금속이지만 동시에 유연함도 깃들어 있어요”라며 작업실에 한껏 쌓아둔 재료를 가리키며 설명했다. 은, 황동, 주석, 알루미늄, 스테인리스, 금 등을 사용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주석을 주로 사용한다. 금속의 본질은 가져가되 내식성과 변색에 강하기 때문.

 

 

작가는 자신이 만든 공예가 연대와 나이, 장소를 알 수 없는 것이면 좋겠다고 한다. 실명을 내세워 활동하지 않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라고. “혼자 작업에 몰입할 때면 엄청난 만족감을 느껴요. 저는 그거면 충분하다 싶거든요. 만드는 사람의 마음이 들어가는 게 공예예요. 좋은 마음이 아니다 싶으면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가져요.” 작품의 양을 늘리고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어내겠다는 강박적 사고 방식은 스스로를 위한 길이 아닌 것을 알기에 작가는 천천히, 자신만의 리듬을 찾아가고 있었다. 마법을 부리는 숲속의 호호할머니가 되는 것이 꿈이라는 작가의 말에 괜스레 마음이 따뜻해진다.

 

 

SPECIAL GIFT

 

 

스튜디오 포에게 증정한 끌레드뽀 보떼의 더 세럼은 피부 본연의 힘을 일깨워 생기 있고 매끄러운 피부를 완성시켜준다. 또한 피부에 고르게 퍼지고 빠르게 흡수되어 24시간 보습 효과를 유지시키고 피부의 길을 열어 다음 단계 제품의 흡수를 높여준다. 50ml, 3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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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포토그래퍼

이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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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행복한 스튜디오

신선한 감각이 가득한 종킴디자인스튜디오 신사옥

신선한 감각이 가득한 종킴디자인스튜디오 신사옥

 

한남동 신사옥으로 이전한 종킴디자인스튜디오. 팀원과 함께 성장해 나갈 영감과 경험의 장이다.

 

1층 입구에 걸린 현황판. 사진을 옮겨 출근과 휴가 현황을 기록한다.

 

2016년 혜성처럼 등장한 종킴디자인스튜디오.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삼성물산의 구호 플래그십 스토어,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 스파 등 굵직한 브랜드를 작업하며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가파른 성장 곡선 뒤에는 인력 충원이 필요충분조건처럼 뒤따랐다. 2년 전 10여 명에 불과했던 팀원은 하나둘 늘어나 어느덧 20명이 훌쩍 넘어 있었다. 탈피하고 새로운 공간을 찾을 시간이었다. “1차 목표는 누구든 장애물에 걸리지 않고 기지개를 제대로 켤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자는 것이었어요(웃음). 작년 여름에 이곳을 계약하고, 리모델링한 뒤 이사까지 한 달쯤 걸린 것 같아요. 한남동에서도 지대가 높은 편이라 날씨가 좋은 날 옥상에 올라가면 한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여요. 그걸 보고 있으면 뭔가 성공한 것 같은 기분도 들고, 창이 커서 자연 채광도 무척 좋고요. 무엇보다 계단부가 굉장히 널찍한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긴 테이블 끝에 앉은 김종완 소장이 사옥 소개를 시작했다.

 

5층에 자리한 김종완 소장의 작업실. 개인 업무뿐 아니라 팀원들의 회의와 미팅이 이뤄진다.

 

신사옥은 총 6개 층으로 구성되는데, 1층에는 회의실 겸 탕비실이, 2~4층에는 팀원 업무 공간과 마감재실, 5층에는 소장실, 6층에는 휴게실이 자리한다. 의류 회사의 사옥으로 사용했던 건물의 특성상 창고처럼 구획된 공간이 많아 벽을 철거하고 바닥재와 조명 등 전반적으로 손을 봤다. 가장 신경 쓴 부분은 개개인에게 배당된 업무 공간. 2m 간격으로 배치하고 책상도 모두 맞춤 제작했다. 수평적인 분위기 조성을 위해 층마다 원형 테이블을 배치하고, 눈 건강을 위해 팀원들의 책상 위에 아르떼미데 티지오 테이블 조명을 하나씩 올렸다. “사무실보다는 스튜디오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곳이 되었으면 했어요. 무엇보다 팀원들과 쾌적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이 우선이었죠. 6층도 팀원 휴게실로 꾸몄는데, 아무래도 제 방을 통과해야 하는 구조이다 보니 제대로 활용을 못하더라고요. 곧 안마 의자도 놓고 리노베이션할 계획이에요. 쉽지 않겠지만 일하는 동안은 다들 행복했으면 하거든요(웃음). 층이 나눠져 있다 보니 소통을 위해 1층 입구에 타공판으로 현황 게시판을 만들었어요. 각자 사진들로 픽을 만들어서 출퇴근과 휴가 현황을 모두가 알 수 있도록 했죠.”

 

무엇보다 경험

 

비일상적인 경험을 위해 빨간 조명을 단 엘리베이터. 앞에 놓인 가재 오브제는 영국 팝아티스트 필립 콜버트의 작품.

 

1층과 5층을 오가는 사옥의 엘리베이터는 조금 특별하다. 문이 열리는 순간 새빨간 조명이 내부를 비추는 것. “한번은 암스테르담 홍등가를 지나가게 되었어요. 어두컴컴한 길에 빨간 조명이 켜 있는데, 그 순간 굉장히 비일상적인 느낌이 들더라고요. 아, 내가 정말 여행을 떠나왔구나 하는 그런 기분이요. 반복되는 일상에서 잠시라도 비일상적인 기분을 느낄 수 있게 엘리베이터를 꾸며봤어요.” 사옥 곳곳에 작업을 함께 했던 아티스트의 작품을 배치한 것도 비슷한 이유. 뿐만 아니라 이곳에는 다른 인테리어 사무실에서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연례행사가 있다. 마지막 달 3주간 회사 문을 닫고 휴가를 떠나는 ‘겨울방학’이다(물론 유급휴가). 이 기간과 겹쳐서 계약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모두가 함께 쉬어야 한다는 원칙은 변치 않는다.

 

여행의 기억이 담긴 다양한 오브제. 스펙트럼 책장 위에 있는 공룡은 이번 파리 여행에서 사온 것.

 

여름에는 전 팀원이 함께 옷을 맞춰 입고 워크숍을 떠난다. “저는 디자이너가 성장하는 길은 경험에서 온다고 생각해요. 팀원들이 주거, 상업, 오피스 등 다양한 분야를 돌아가 면서 맡게 하고, 겨울방학 제도를 만든 것도 일하면서 하지 못했던 경험을 실컷 하라는 의미에서죠. 저도 1년에 최소 두 번은 꼭 여행을 가려고 하는데, 이번 겨울에는 마라케시에 다녀왔어요. 광장에서 피리를 부는 사람들, 바구니에서 올라오는 뱀, 이슬람 사원에서 울려 퍼지는 기도 소리, 곳곳에서 풍겼던 향신료 냄새와 연기 등이 참 생경한 경험이었어요.” 그는 인스피레이션을 위해 따로 스터디를 하기보다는 기존의 경험을 활용한다. 순간의 감정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일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다. 몇 년 동안 다이어리에 글로 쓰고 그려 기록한 기억이 켜켜이 쌓이고 쌓여 큰 아카이브가 됐다. 실제로 그의 방에는 여행지에서 산 물건, 생경했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오브제 등이 빼곡하게 진열돼 있다.

 

틈틈이 휴식을 취하는 데이베드는 스텔라웍스.

 

 

넓은 공용부 덕분에 식물을 기르기 좋은 신사옥의 모습.

 

 

두번째 책을 쓰는 이유

 

 

다양한 클라이언트를 마주하는 직업 특성상 싫어하는 것을 웬만하면 만들지 않으려 노력한다는 그는 일에 있어서 누구보다 ‘진심’이다. “배우들이 한 역할을 맡을 때 빙의되어서 그 캐릭터에 푹 빠져 살잖아요. 저희도 마찬가지예요. 클라이언트에 거의 들어갔다 나오는 수준으로 일하거든요. 그들을 100% 이해하고 그 사람이 되어야 하는 과정이 굉장히 힘들기는 하죠. 그래서인지 클라이언트한테 잘 삐지기도 해요(웃음).” 실제로 종킴디자인스튜디오의 작업은 섬세한 디테일과 유려한 분위기, 고급스러운 미감, 공간 전략 디자인 등 여러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과감한 패브릭, 대리석, 나무 등 여러 마감재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공간으로 읽히는 이유는 치밀하고 꼼꼼한 준비 과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

 

 

오랫동안 아카이브처럼 남는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그의 바람은 설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재정립하는 일까지 가 닿는다. 기획 스케치부터 완공까지의 작업을 고스란히 담은 <공간의 기분>에 이어 곧 두 번째 책을 내는 이유. “디자인하는 사람이 왜 계속 글을 쓰냐고 물을 수 있는데, 저는 건축 설계와 디자인이라는 무형의 가치에 대해 합당한 보상을 받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어요. 아직까지 설계비가 시공비에 슬쩍 얹혀가는 경우도 많거든요. 설계비는 얼마, 시공비는 얼마라고 명확하게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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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포토그래퍼

임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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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클리프 아펠의 사랑 이야기

이야기가 담긴 반클리프 아펠의 하이주얼리

이야기가 담긴 반클리프 아펠의 하이주얼리

 

보석공의 아들이었던 알프레드 반클리프와 보석 딜러의 딸이었던 에스텔 아펠의 결혼으로 시작된 프랑스 하이주얼리 브랜드 반클리프 아펠. 그들의 운명적인 출발처럼 현재까지도 ‘사랑’을 주제로 특별한 러브 스토리를 담은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발레리나 클립

 

반클리프 아펠은 DDP에서 진행된 <사랑의 다리에서 마주하는 시간의 서사시>전을 통해 오랜 역사와 유산이 담긴 패트리모니얼 컬렉션과 매혹적인 현대 작품을 대거 공개했다. 1921년에 제작된 클래식한 디자인의 시계부터 1941년 제작된 최초의 발레리나 클립, 뛰어난 기술력을 담은 워치와 주얼리까지, 연인이 나누는 사랑의 감정에서 피어난 세밀한 부분을 여실히 담아냈다.

 

룰렛 드 라무르 참

 

그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1959년에 제작한 ‘룰렛 드 라무르 참 Roulette de L’amour Charm’이다. 프랑스어로 사랑해, 조금, 많이, 미치도록 등의 단어를 새겨 조그마한 구슬을 룰렛 돌리듯이 굴려 사랑의 정도를 확인해볼 수 있는 오브제인 것. 사랑에 대한 반클리프 아펠의 귀여운 면모와 위트를 엿볼 수 있다.

 

레이디 아펠 발레리나 뮤지컬 워치

 

이외에도 시계 다이얼에 담긴 발레리나의 안무에 맞게 음악이 흘러나오는 ‘레이디 아펠 발레리나 뮤지컬 워치’는 섬세한 기술과 절묘한 움직임으로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 대담한 독창성과 신비로운 이야기가 공존하는 반클리프 아펠의 철학을 다시금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WEB www.vancleefarpe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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