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닮은 보석

티파니 하이주얼리 봄 컬렉션

티파니 하이주얼리 봄 컬렉션

 

따스하게 살결을 어루만지는 봄 햇살과도 같은 티파니의 봄 컬렉션 세 가지를 소개한다.

 

 

천연 진주의 고귀함, 버드 온 어 펄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한 마리 새가 순백의 진주에 올라앉아 있다. 쟌 슐럼버제가 1965년 선보인 티파니의 대표 컬렉션인 ‘버드 온 어 락’ 브로치를 재해석한 새로운 하이주얼리 ‘버드 온 어 펄’이다. 이 컬렉션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아름다운 자태의 새를 굳건히 받치고 있는 진주다.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천연 진주를 정교하게 세팅한 제품으로 각각의 진주는 걸프 지역과 후세인 알 파단의 개인 소장품을 매입한 것이다. 사이즈와 모양은 물론 독보적인 광택감을 지닌 이 진주를 생산하는 걸프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천연 진주가 발견되는 곳이다. 이 지역의 후세인 알 파단 가문은 천연 진주에 대한 최고 권위자로 수세기 동안 그 명성을 이어왔다고. 컬렉션의 대표 제품은 총 316캐럿의 화이트 크림 컬러의 진주로 세팅된 3 스트랜드 네크리스로 꼽힌다. 다크 그레이부터 그레이, 라이트 크림, 라이트 핑키쉬 브라운과 화이트 등 다양한 컬러의 희귀 천연 진주로 구성된 펜던트와 이어링, 링 등은 쟌 술럼버제의 미학적 가치를 여실히 보여준다.

 

 

호주 아가일 광산에서 온 핑크 다이아몬드

호주 아가일 다이아몬드 광산에서 채굴한 핑크 다이아몬드

 

이토록 순수하고 영롱한 자태의 다이아몬드를 본 적 있는가. 봄철 아름답게 피어난 연분홍빛의 꽃을 닮은 핑크 다이아몬드를 티파니가 인수했다는 소식. 바로 호주 아가일 다이아몬드 광산에서 마지막으로 채굴된 희귀 핑크 다이아몬드다. 서호주 킴벌리 지역의 동쪽에 위치한 아가일 다이아몬드 광산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핑크 다이아몬드가 발견되는 곳으로 알려져 있으며 1983년부터 2020년 11월까지 운영되다 현재는 폐광한 상태다. 아가일은 마지막 채굴 기간에 발견된 작은 다이아몬드 저장고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2022년부터 이 희귀한 다이아몬드 컬렉션을 티파니에 독점적으로 위탁하는 것에 대해 논의해왔고 올해 초, 그 결실을 맺었다. 35개의 아가일 핑크 다이아몬드는 가장 희소성이 높은 팬시 레드 다이아몬드를 비롯해 팬시 인텐스 핑크, 팬시 인텐스 퍼플리쉬 핑크, 팬시 비비드 핑크, 딥 핑크 등 상징적인 컬러로 다양하게 구성된다. 티파니는 올봄부터 한정된 기간 동안 아가일 핑크 다이아몬드를 선보일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향후 캡슐 컬렉션과 블루 북을 통해서도 공개할 예정이라고. 앞으로 티파니의 손을 거쳐 새롭게 탄생할 아가일 핑크 다이아몬드의 멋진 작품이 기대된다.

 

티파니 블루 북 컬렉션 팬시 비비드 퍼플리시 핑크 다이아몬드 링

솔리스트 링

 

 

모던한 아름다움을 담다, 엣지 컬렉션

간결한 라인과 구조적 디자인으로 어딘가 건축적인 느낌마저 난다. 티파니가 현대적인 관점으로 재해석한 다이아몬드 주얼리 컬렉션 티파니 엣지다. 이는 1940년대 티파니 아카이브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은 컬렉션으로 유선형의 디자인과 매끄러운 라인 그리고 일상에서 착용하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미적 감각을 통해 모던한 아름다움을 담아냈다. 티파니의 최상급 다이아몬드가 플래티넘 메탈에 세팅되어 있으며 18K 옐로 골드가 포인트로 장식된 디자인이 특징. 18K 옐로 골드 메탈은 라인에 세팅된 브릴리언트 컷 라운드 다이아몬드를 하나로 묶고 있는 듯한 디자인으로 구조적인 매력과 세련되고 정교한 디테일을 함께 엿볼 수 있다. 과하지 않은 디자인으로 다이아몬드 주얼리지만 데일리 룩에도 멋스럽게 매치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팔찌, 반지, 귀고리, 목걸이, 펜던트, 웨딩 링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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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과 컬러 플레이

기하학적 무늬가 어우러지는 모던한 집

기하학적 무늬가 어우러지는 모던한 집

 

기하학적 형태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하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파브리스 주앙의 패밀리 홈.

 

지오반니 오프레디 Giovanni Offredi 디자인의 푸른색 커피 테이블 위에 놓인 파브리스 주앙의 컬러플레이 세라믹 화병이 활기차다. 두 개의 암체어는 생투앙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것. 벽난로의 색과 동일하게 맞춘 러그는 아뜰리에 피코 Atelier Picot 제품.

 

파리는 세계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도시이기도 하지만 정작 파리에 사는 사람들은 교통난과 번잡함을 피해 외곽에서의 여유로운 삶을 꿈꾸며 실제로 삶의 터전을 옮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파리 중심인 생토노레 가에서 인테리어 디자인 사무실을 운영하는 파브리스 주앙 Fabrice Juan도 그중 한 명. 대부분의 커플처럼 주앙 부부도 아이가 생기자 ‘파리 탈출’을 계획하게 되었고, 5년 전 라 갸렌-콜롬브로의 이사를 결정했다. 자동차로 10분이면 파리로 들어올 수 있는 편리한 접근성과 지방의 작은 마을에서 느낄 수 있는 여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동시에 영위할 수 있는 이곳에서의 삶은 세 명의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무척 만족스럽다고.

 

파브리스 주앙이 디자인한 대리석 스툴 위에서 포즈를 취한 가족.

 

캐비닛 제작자, 즉 고급 가구 세공인으로 실내장식 업계에 발을 들인 그는 10년간 장-루이 드니오 Jean-Louis Deniot 사무실에서 디자이너로 실무 경력을 쌓은 후 2011년 본격적으로 자신의 이름으로 건축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를 시작했다. 과거 장인으로 일했던 경력이 있었기에 수작업에 대한 가치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며 항상 많은 공예 공방과의 협업을 통해 고급 아파트, 빌라, 별장 등 프라이빗 공간을 시공해오고 있다. 그가 지금 살고 있는 집은 80㎡로 평소 작업하는 클라이언트 공간의 축소판이라고 설명했다. “차분하고 장식이 덜한 건축물과 단순하면서 그래픽적인 디자인 요소가 현대적으로 적용된 실내 디자인을 좋아해요. 그래서 원하는 기하학적 형태의 가구를 찾을 수 없을 때는 직접 제작해서 배치하죠. 평소 의뢰 받는 작업 공간에 비해 사이즈는 작지만 내가 추구하는 스타일이 그대로 반영됐어요. 특히 직접 사용할 공간이다 보니 장식품의 변화가 자주 있을 예정이라 전체적인 톤은 뉴트럴하게 유지하면서 색이 다양한 소품을 많이 배치한 것이 특징이에요. 색은 나의 작업에 무척 중요하거든요.”

 

다양한 컬러와 형태를 지닌 장식 오브제는 토모야 사카이 Tomoya Sakai 작품으로 파리의 디자인 갤러리 분 Boon에서 구입했다.

 

거실의 반대편을 서재로 꾸몄다. 거울과 천장 조명은 파브리스 주앙이 디자인했다. 테이블과 의자는 생투앙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것.

 

바실리 Vasarely 판화 아래 놓인 개인 책상에서 보내는 시간을 좋아한다. 의자는 아우구스토 살비니가 디자인한 팔플로나 Pamplona. 흰색 조명은 히로미 Hiromi.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후 미시아 Misia 패브릭을 교체한 빈티지 의자.

 

지난 1월 카펫 브랜드 타이핑 Tai Ping과 협업해 발표한 7가지 디자인의 카펫은 기존에 선보인 전통적 패턴이 아닌 대범한 컬러와 기하학적 무늬가 특징으로 오늘날의 모던한 실내 공간과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았다. 너무 튀는 디자인이 아닐까 걱정했지만 최근 1970년대 트렌드가 다시 돌아오면서 오히려 환영받는 반응을 느꼈다고. 카펫에 쓰인 원, 직선, 곡선으로 결합된 형태는 파브리스 주앙의 가구, 세라믹 소품 그리고 접시에서도 만날 수 있다. 대리석 회사 블랑 캬라흐 Blanc Carrare와 협업해 제작한 사이드 테이블 및 스툴 용도의 가구 ‘유니 Uni’, 유연한 곡선과 단단한 직선이 절묘하게 결합된 우아한 소파 ‘님프 Nymphe’, 거실 테이블에 놓인 토템 형식의 컬러풀한 도자 화병 ‘컬러플레이 Colorplay’는 공간을 경쾌하면서 독창적으로 만든다. 특히 프랑스 리모주 공방에서 제작된 도자 화병은 일렬로 나란히 세워 연출하거나 하나씩 따로 꽃을 꽂을 수도 있어 활용도가 높은 동시에 강렬한 컬러로 분위기를 살리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가구와 소품 외에도 빅토르 바자렐리 Victor Vasarely, 테드 라센 Ted Larsen처럼 구성적 작업을 하는 아티스트의 작품만 골라 소장할 만큼 기하학 형태에 대한 열정이 아트 컬렉션으로까지 이어지는 것 또한 인상적이다. 그는 가장 좋아하는 디자이너 중 한 명으로 건축을 전공한 패션 디자이너 피에르 가르뎅을 뽑았는데, 그의 미래주의적 스타일이 주된 영감의 원천이다. 하지만 파브리스의 디자인을 한 방향으로만 정의하기는 어렵다. 캐비닛 제작자 시절레는 네오클래식 전문가로 시작해 현재는 다양한 시대별 건축의 특징을 넓게 인지하고 있는 그는 인테리어 작업을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으로 빛을 뽑았다.

 

마스터 베드룸. 사이드 테이블에는 1980년대 루이스 폴센 조명을 달았으며, 벽에 걸린 아플리케 장식은 히로미.

 

주방 싱크대의 상판과 벽은 쉽게 오염되지 않는 짐바브예 화강암을 사용했다. 도형 패턴이 돋보이는 접시는 파브리스 주앙이 직접 디자인한 제품이다.

 

“빛이 실내에 얼마만큼 그리고 어디까지 도달하는지 파악하는 것이 현장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에요. 그다음은 빛의 확보에 따라 공간을 나누거나 합치는 구성을 시작하죠. 보통 게스트룸에 빛이 적게 드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는 밝고 확장성이 있는 소재와 컬러를 사용해 최대한 보완하는 방법을 써야 해요.” 고급스러운 실내 디자인의 베테랑인 그는 올해 파리에서만 4개의 프라이빗 아파트 그리고 캡 페레 해변의 대형 별장 프로젝트가 완공을 기다리고 있다. 개인적 영감에 클라이언트의 취향을 더해 작업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다시 아름다운 기하학의 세계로 출발해 새로운 자극을 찾는다. 집과 가족은 일과 분리되었지만 최근 제작한 캐비닛 가구에 아들의 이름을 붙일 만큼 가족과 보내는 시간은 그에게 창작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직접 디자인한 도형이 새겨진 접시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는 세 가족의 모습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클래식한 욕실에 사용된 거울과 조명은 모두 벼룩시장에서 구입했다. 욕실 입구에는 기하학 형태의 추상 작업을 하는 프랑스 화가 제네비에브 클래스 Geneviève Claisse의 작품을 걸었다.

 

기하학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취향이 반영된 손잡이.

 

현관에는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1950년대 디자인의 벽 조명을 설치했다.

 

집 안에서 유일하게 파란색으로 꾸민 방. 1970년대 프랑스 영화 포스터와 구비 Gubi의 멀티 릿 Multi Lit 서스펜션 조명으로 아들의 취향을 반영했다. 침대 옆 세라믹 스툴은 미아 젠슨 Mia Jensen의 작품.

 

WEB www.fabricej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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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양윤정

photographer

Xavier Béj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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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의 마음

한국의 아름다움을 큐레이션하는 모순 갤러리

한국의 아름다움을 큐레이션하는 모순 갤러리

 

이제 갓 걸음마를 시작한 신생 공예 갤러리 모순 서울이 앞으로 들려줄 이야기.

 

박성욱 작가의 분청 도자들. 벽에 걸린 작품은 영국 사치 갤러리에서 전시했던 것으로 한겨울의 자작나무 숲을 연상시킨다.

 

덕수궁 돌담을 따라 걷다 보면 마주하는 고즈넉한 동네, 정동. 서대문과 서소문 사이 이른바 사대문 안에 자리해 예부터 왕실의 친가와 양반 관료들이 주거지로 삼았던 동네이기도 하다. 정동제일교회를 지나 경향신문사 방향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100여 년 역사의 흔적을 오롯이 간직한 신아기념관이 있다. 일제강점기였던 1930년대 싱어미싱회사의 한국 지부로 세워져 1960년대 신아일보사의 별관으로 사용됐던 그 건물. 중국에서 공수한 붉은 벽돌과 근대의 건축 기법이 잘 남아 있어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로 지정되기도 했다. 지금은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10여 개의 업체 사무실로 사용되고 있는데 건축, 인테리어, 패브릭, 도자기, 브랜드 홍보 등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주를 이룬다.

 

리셉션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서면 보이는 갤러리 전경. 구역마다 다른 작가의 작품을 배치했다.

 

지난 2월 이곳에 터를 잡은 모순 서울도 그중 하나. 30대 중반의 젊은 남성이 운영하는 신생 공예 갤러리라니, 그가 이곳까지 흘러들어온 사연이 꽤나 궁금해졌다. “저는 굉장히 다양한 일을 해왔어요.” 모순 서울의 대표이자 큐레이터인 김예빈이 말했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온 그의 이력은 처음부터 큐레이터가 되기 위한 과정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체계적이다. 어릴적부터 해외를 오가며 학창 생활을 한 뒤 3년간 영화판을 기웃거리기도 했으며, 부암동 젓가락 갤러리 ‘저집’의 매니저, 아트먼트뎁의 아트 디렉터, 매거진B의 브랜드 마케터 등 얼핏 봐도 30대 중반의 이력이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다양한 분야다. “미국 대학에서 회계와 비즈니스를 전공하고 있었는데, 군입대를 위해 한국에 왔을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과연 좋아하는 일이 무엇일까? 나는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할까? 다들 통상적으로 하는 생각인데 저는 일단 저지르는 편이라 무엇이든 해보자는 생각이었죠.” 20대 때 산책하다 발견한 공고를 보고 무작정 지원했던 저집 갤러리 매니저 일도 그중 하나다. 당시 해외 레스토랑과 호텔에서 옻칠 젓가락과 나전칠 젓가락의 구매 문의가 쇄도했는데 그 커뮤니케이션 일을 담당했던 것. “우리 공예품이 해외에서도 주목하는 멋진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막연히 깨달은 계기가 됐어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돈이 생기면 작은 막사발 하나 사고, 달항아리 사고 또 돈 모으면 황학동 가서 고가구 하나 사고 그랬던 것 같아요. 어느 순간 한국의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잖아요. 단색화 같은 회화에 비해 한국 공예와 고가구 쪽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일을 제가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거죠.”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신아기념관의 모습. 100여 년 전 근대건축 기법이 남아 있어 역사적 가치를 지닌다.

 

김예빈 대표가 24살에 처음으로 구입한 고가구 이층농. 돈을 모아 하나씩 구입한 게 벌써 여럿이다.

 

지직거리는 소리가 마음에 들어 구입한 빈티지 진공관 스피커. 전시에 맞게 플레이 리스트를 바꾼다.

 

부동산을 구하는 데에만 7개월이 걸렸다. 어떤 공간에서 이야기를 시작할지 부터가 큐레이팅의 시작이라고 생각했기에 타협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무수한 이야기를 품은 신아기념관은 첫 페이지를 시작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꼭 알맞았다. 80㎡ 남짓한 공간은 재정비를 마치고 단아한 화이트 큐브로 재탄생했다. “에르메스에서 했던 캠페인 중에 ‘모든 것은 변하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있었어요. 형태는 달라도 결국 본질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거든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의 아름다움도 결국은 전 세계를 풍미해온 유럽의 예술 문화와 뿌리를 공유해요. 결국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받고, 인간 철학의 산물이니까요. 얼핏 모순적으로 들리는 이 말이 굉장히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이름도 모순이라 지었어요.” 그가 기획한 첫 전시는 각기 다른 분청 기법을 사용하는 세 도예작가의 단체전 <Covered in Fog>. 안개가 낀 듯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분청 도자기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에서다. 작가들을 일일이 찾아가 PT를 하고 설득하는 지난한 과정이 있었지만 모두 그의 진심에 흔쾌히 응했다. 자작나무 숲을 분청 조각으로 표현하는 박성욱 작가와 표면에 문양을 찍는 인화 기법을 사용해 조각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김진규 작가, 단풍처럼 자연스러운 색감이 특징인 김상만 작가의 작품이 저마다의 고유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울긋불긋한 색감이 단풍이나 들판의 꽃을 연상시키는 김상만 작가의 작품들.

 

조각 칼로 문양을 내고 도장으로 문양을 찍는 기법을 사용해 조각적인 느낌이 나는 김진규 작가의 작품들.

 

다양한 가격대의 작품을 배치해 한층 더 가까이에서 공예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마치 한 폭의 산수화처럼 보이는 장미목 선반은 덴마크 빈티지 제품. 김상만 작가의 동양적 미감과 잘 어우러진다.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달항아리부터 2만원대 컵까지 실생활에서 공예를 향유할 수 있도록 다양한 가격대로 큐레이션했다. 지금은 4월부터 예정되어 있는 박홍구 작가의 소반전 기획이 한창인데, 전시마다 새로운 가구와 플레이 리스트, 향을 선보일 예정. “신생 갤러리로 차별화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그동안 해왔고,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고요. 다음 전시부터는 에디터도 함께 모든 기획에 동참할 예정이에요. 작가의 진솔한 내면을 담은 인터뷰와 영상도 만들 계획이고요. 전시 기간이 끝나도 작가들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고 해외 컬렉터들과 B2B 시장 쪽으로 홍보를 넓혀갈 계획이에요. 일을 시작하게 된 이유도 단순히 작품을 사고파는 것을 넘어 한국의 아름다움을 해외에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무엇보다 공예를 좋아하는 이들의 즐거운 놀이터가 되고 싶습니다.”

 

모순 서울의 큐레이터인 김예빈 대표.

 

토끼가 새겨진 영국 빈티지 브리프 케이스. 계묘년의 기운을 받기 위해 직접 구입했다.

 

해외 빈티지 가구에도 관심이 많아 매 전시마다 새로운 가구와 배치를 선보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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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포토그래퍼

이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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