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철학을 오롯이 담아내며 해를 거듭할수록 성장하고 있는 패션 브랜드의 홈 컬렉션을 소개한다.
에르메스는 모든 군더더기를 생략하고 철재와 시멘트 골조를 있는 그대로 드러낸 이색적인 전시를 선보였다. 올해 역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샬롯 마커스 펄맨 Charlotte Macaux Perelman과 알렉시스 파브리 Alexis Fabry가 전시를 진두지휘했는데, 이들은 아주 근본적이고 강렬한 구조 안에서 철제 골조와 라인을 통해 이상적이면서도 현실적인 공간을 표현하고자 했다. 날것의 자재 가운데 고급스러운 컬러를 입은 에르메스 홈 컬렉션이 자리해 강렬한 존재감을 뿜어냈다. 에르메스의 새로운 홈 컬렉션은 자연의 생명력과 미니멀리즘으로부터 착안되었는데, 전시장을 이루는 금속 막대와 콘크리트 골조가 더욱 생생하게 보일 수 있도록 작은 요소나 장식조차 배제하는 데 중점을 뒀다. 그 중에서도 특히 연극의 주인공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의자는 덴마크 디자이너 세실리에 만즈 Cecilie Manz가 디자인한 앙셀 데르메스 Ancelle d’Hermès 암체어다. 1930년대 의자를 재해석한 것으로 원목 소재의 튼튼한 골격과 대조되는 얇은 가죽의 조합으로 산뜻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이 특징이다. 견고함과 깔끔함이 조화를 이루는 스칸디나비아의 전통 디자인을 계승한 것으로 화려한 장식적 요소 없이도 구조적 아름다움만으로도 우아함을 담아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 셈. 이외에도 시대를 초월한 실루엣의 소파와 블로잉 글라스 기법이 적용된 미니멀한 디자인의 램프,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그래픽적 패턴의 수공예 자수 러그 등 소재 고유의 가장 원초적인 모습이 돋보이도록 구현한 고심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