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스러운 패브릭을 입은 거대한 덩어리들이 탑처럼 쌓여 있는 공간은 자연의 산물을 몽환적인 풍경으로 담아낸 로로피아나의 전시장이다. 올해 로로피아나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예술가 크리스티안 모아데드 Cristián Mohaded와 함께 ‘아파체타 Apacheta’ 작품을 선보였다. 아파체타는 수세기에 걸쳐 여행자들이 묵묵히 길을 걸으며 평지에서 높은 곳으로 옮겨놓은 안데스 산맥의 길과 여정을 표시하는 돌탑이다. 여행자들은 산맥을 넘을 때마다 여신의 존재로 여겨졌던 파차마마의 영혼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돌을 쌓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수많은 여행자에 의해 쌓인 돌들은 점점 높아졌고 아파체타는 결국 하늘에 닿을 듯한 거대한 탑이 되었다. 사람들은 울퉁불퉁한 바위에 깃든 염원 역시 하늘을 향한다고 믿었다고. 아파체타는 크리스티안 모아데드가 로로피아나 인테리어와 함께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자연에 경의를 표하는 여정의 출발점이 되었다. 위풍당당하게 솟아 있는 각진 바위와 강, 흰색과 붉은색이 대조를 이루는 석호와 소금 결정으로 변해버린 덤불은 모아데드가 밀란 디자인위크를 위해 구상한 몽환적인 풍경에 큰 영감을 줬다고 한다. 최고 8m에 이르는 12개의 불규칙하고 위태로워 보이는 각진 돌탑을 연출한 크리스티안 모아데드와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다.
INTERVIEW_크리스티안 모아데드
고국의 전통문화와 장인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작품을 주로 선보인다. 아르헨티나의 문화적 특징을 소개해달라.
아르헨티나는 천연자원이 풍부하며 수공예품 제작을 위한 재료도 흔하게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이 다양성을 지니게 하는 것 같다. 예술 문화적인 부분뿐 아니라 사회와 경제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말이다.
아르헨티나의 전통문화를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었나?
15년 이상 수공예와 노하우, 디자인 간의 절대적인 시너지 관계에 대해 연구해왔다. 이 과정에서 얻은 가장 중요한 성과는 다양한 소재로 작업하는 장인 공동체와 대화할 수 있는 점이었다. 바구니 세공과 금속, 돌, 도자 그리고 그 밖의 다양한 소재로 작업하는 수많은 장인과 대화하면서 그들의 작업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대화와 존중, 상호 협력을 바탕으로 하는 만남 속에서 새로운 관점을 얻게 된 것이다. 전통적인 방식을 이해한 다음 산업적, 반산업적 공정과 연계함으로써 보다 풍성한 하이브리드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었다.
로로피아나 인테리어와의 협업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로로피아나와의 협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년 9월 중순에 로로피아나 인테리어 사업부 디렉터인 프란체스코 페르가모 Francesco Pergamo를 만나고 나서 함께 일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공통된 요소를 찾는 것은 협업에 있어 매우 중요했다. 아파체타의 컨셉트는 오랫동안 머릿속에 있었다. 여행자들이 안데스 산맥을 지나면서 다른 여행자들을 위한 이정표로 작은 돌을 남겨두는 의식에 상당히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이와 동시에 이 의식은 대지의 여신인 파차마마의 영혼에 대한 감사의 표시이기도 하다. 우리는 종종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이 세계가 아름다운 행성의 일부이며, 또한 감사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곤 한다. 지구와 자연에 대한 사랑과 존중, 이것이 바로 우리가 로로피아나와 함께하고자 하는 의도이며 공유하고자 하는 가치다.
컬러 선택 시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나?
가구 컬렉션과 설치물에 사용된 타워에 적용된 색감은 모두 산, 호수, 모래언덕, 강, 목초지, 빙하 등 아르헨티나 풍경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색상 간의 유기적이고 점진적인 조합을 만들어내고자 했고, 이런 점이 잘 드러나 설치물에서 조화롭게 구현된 것 같다.
사방이 들쭉날쭉하고 각진 형상이 독특하다.
아파체타는 작은 돌을 쌓아 올려서 다양한 규모의 토템을 이루는 구조물이다. 들쭉날쭉한 각진 형태는 이러한 해석에서 비롯된 것이며 결코 우연이 아니다. 각진 형상으로 되어 있지만 가장자리와 평면의 부드러움을 통해 이 작품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균형감 있게 보여주는 한편 친근한 요소를 살린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이 무엇을 느끼거나 경험하길 바랐나?
우리의 목표는 이 설치물에 깃든 평화와 고요를 통해 아르헨티나의 꿈 같은 풍경 속으로 관람객을 초대하는 것이었다. 작업은 모든 의미에서 성공적이었으며 질감, 색상, 음악, 냄새 등 모든 요소가 온전히 감각적이었다. 관람객들이 이 설치물을 감상하고 탐구할 때 어떠한 거슬림도 없이 섬세하게 스며들어 설치물 본연의 목표를 달성했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이 앞으로도 끊임없이 회자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