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비엔날레부터 디자인 페스티벌까지, 지금 런던은 디자인의 축제가 한창이다.
4월, 세계의 수많은 디자인 관계자를 밀라노로 끌어들이는 행사가 밀란디자인위크라면, 이들을 9월의 런던으로 다시 이끄는 행사가 2003년 시작한 런던의 디자인 페스티벌이다. 영국의 디자인 산업을 이끄는 존 소렐 경과 빌 에반스는 이 프로젝트를 창시했을 뿐 아니라 2014년 창조산업연합을 설립하고, 새롭게 또 하나의 디자인 행사를 만들었는데, 바로 런던 디자인 비엔날레다. 2016년에 시작해 올해로 4회 차를 맞는 이 행사는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과는 또 다른 맥락에서 ‘디자인’의 역할을 돌아보자는 취지를 갖는다. 9월에 열리는 페스티벌이 런던 전역에서 400개 이상의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며 런던을 세계 디자인 수도로 각인시키고자 하는 목표를 지향한다면, 6월 런던 서머셋 하우스를 구심점으로 집중도 있게 펼쳐지는 비엔날레는 변화하는 세계에서 디자인이 어떤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지 근원적인 차원에서 디자인을 돌아보는 글로벌 프로젝트에 가깝다.
2016년 토머스 모어의 고전 <유토피아>의 출간 500주년을 기념하며 ‘유토피아’라는 주제로 출발한 행사는 매 프로젝트마다 심도 깊은 테마를 제시한다. 이번 행사의 주제 ‘글로벌 게임: 협력을 다시 그려보다(The Global Game: Remapping Collaborations)’는 점점 양극화되어가는 현 상황에서 디자인을 통해 갈등이나 경쟁이 아닌, 협력이 주도하는 대안적인 지정학적 지형을 제안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총감독은 네덜란드 국립건축박물관 뉴어 인스티트의 총감독이자 디자인 큐레이터 및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상하이 출신의 에릭 찬이 맡았다. 기조 연설은 인도주의 파빌리온을 제안한 일본 건축가 시게루 반이 맡았다. 그는 이번에도 종이로 칸막이를 나누어 전쟁이나 재난 등 불의의 사고로 살 곳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임시 거처를 제공하면서도, 프라이버시와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PPS(Paper Partition System) 프로젝트를 전시했다. 실제로 그는 재난 지역에 누구보다 먼저 도착하여 도움을 건네는 건축가로 유명한데, 이미 우크라이나, 폴란드, 슬로바키아, 프랑스 등 우크라이나 난민이 머무는 곳곳에 그의 쉼터가 마련되어 있다. 비엔날레 일등상을 받은 폴란드관 역시 우크라이나의 이슈를 다뤘다. 재난이 일어나면 가장 먼저 파손되는 부분은 바로 창문이라고 한다. 폴란드관은 창문을 기부 받아 전시한 뒤 우크라이나로 보낼 예정이다. 수많은 창문이 전시되어 있는 폴란드관은 우크라이나의 비극을 알릴 뿐 아니라 세계인의 연대 그리고 재사용에 대한 디자인적 질문을 던진다. 그 외에도 직접 디자인까지 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게임 아케이드의 디자인 역사를 보여주는 사전, 제빵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특별관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디자인 탐구가 한자리에 모였다. 행사는 이번 6월 1일부터 25일까지 열렸고, 다음 행사는 2년 뒤 찾아온다. 만약 이번 기회를 놓쳐 아쉽다면 오는 9월 16일부터 24일까지 열리는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을 기대해봐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