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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포지션의 독창적 디자인

슈퍼포지션의 독창적 디자인
  현대적인 기술을 입혀 한국 전통 공예를 새롭게 재해석한 신예 디자이너 그룹 슈퍼포지션. 익숙하면서도 어딘가 낯선 이들의 독창성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지난봄, 한남동 갤러리 스트롤에서 열린 슈퍼포지션의 개인전. 디지털 자개, 아크릴 캐비닛 등 슈퍼포지션의 대표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다. © 슈퍼포지션
  조선시대 공예품이 21세기에 다시 부활한다면, 딱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우리 전통 공예의 아름다움에 자신들만의 해석을 더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디자이너 그룹 슈퍼포지션은 전통 공예에 현대적 기술을 입힌 작업을 선보인다. 유려한 곡선의 선반 다리와 동양의 우화를 담아낸 캐비닛, 현시대에 맞게 대폭 축소된 병풍 등 익숙한 형태이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공예의 모습은 아니다. 기분 좋은 낯섦을 동반한 이들의 작품이 궁금했다. 그래픽 디자이너 김종민과 제품 디자이너 서정선이 만나 2021년 결성한 슈퍼포지션은 최근 CS와 물류, 스케줄 관리 등을 담당하는 매니저 역할을 하는 서선광이 합류하면서 팀이 완성되었다.  
자개의 촘촘한 디테일을 픽셀화해 표현한 디지털 자개 시리즈. © 슈퍼포지션
    “슈퍼포지션은 서로 다른 파동이 만나 중첩되어 만들어진 새로운 파동의 상태를 뜻하는 물리학 용어예요. 각자의 개성을 살리면서 작업하는 팀을 결성해보고자 이름 지었습니다.” 김종민 작가가 입을 열었다. 한국디자인진흥원에서 디자이너를 육성하기 위한 ‘코리아 디자인 멤버십’ 프로그램에서 만난 김종민, 서정선 작가는 사실 몇 해 전 팀을 결성해 활동한 바 있다고. 그의 말에 따르면 ‘야무지게 망하는’ 아픔을 겪고 잠시 각자의 작업에 몰두하는 시간을 가졌고, 한국적인 것에 대한 공통된 관심이 있는 두 작가는 방향을 조금 더 구체화해 브랜드를 만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다시금 뭉쳤다. “때마침 정선 작가가 한국적인 작품을 만들고 있었어요. 제가 거기에 살을 붙이면 어떨까 싶었죠. 조금 오만할 수도 있지만, 전통 공예를 창의적으로 해석해내는 그룹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김종민 작가가 아쉬움을 내비치며 말했다.  
옛 소반의 형태는 가져가되, 블랙 원목으로 모던하게 풀어낸 소반 시리즈.
  과거의 형태는 가져가되, 현대의 기술이 결합된 작품을 만드는 것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가는 과정과도 같았다. 새로운 시도에 대한 두려움도 물론 동반했으며, 기존 한국 공예의 이미지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현시대에 가장 많이 쓰이는 소재를 자연스레 결합하는 과정이 꽤나 까다로웠다. “스테인리스 스틸, 아크릴, UV 인쇄 방식 등 현실적인 공법을 활용했어요.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참고할 만한 기준점이 없었기 때문에 디자인과 공예의 접점을 찾는 과정이 어려웠어요”라며 두 작가가 설명했다. 이들의 작품은 크게 예술 작품으로의 가치를 지닌 아트 퍼니처와 실생활 가구로 나뉜다. 서정선 작가는 도자와 나무 가구를 담당하고, 그 위에 그래픽을 입히는 과정은 김종민 작가의 손길을 거친다. 그중 아크릴 소반 캐비닛은 가장 부피가 큰 작품이자 처음으로 두 작가가 함께 만든 거라 더욱 의미가 깊다. “정선 작가가 소반의 다리 형태를 먼저 만들었어요. 충분히 한국적이라는 느낌이 들었죠. 그래서 그 위에 얹힐 그래픽은 조금 키치하고 캐릭터적인 요소를 가미해 한국적인 분위기를 희석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어쩌면 전략적으로 이 방법을 택한 이유도 있을 거예요.” 투명한 아크릴 소재 위에 동양의 우화를 만화적으로 그려 넣었고, 그간 보지 못한 비주얼의 가구가 탄생했다.  
왼쪽부터 서정선 작가, 서선광 매니저, 김종민 작가.
  “처음 모티프를 잡을 때 그림이 그려진 과거 자개장을 떠올렸어요. 가구의 형태는 한국적으로 유지하되, 그래픽을 재해석하면 좋겠다 싶었죠.” 서정선 작가가 설명했다. 아크릴을 선택한 이유도 그림을 올렸을 때 가구가 투명해야 그림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랙의 접시 위에 픽셀화한 일러스트를 그려 넣은 디지털 자개도 눈에 띄었다. 일명 ‘디지털 자개’라 이름 붙인 이 식기 시리즈는 한땀 한땀 자개를 수놓는 과정과 마우스로 그려 넣는 픽셀 작업이 결국 크게 다르지 않음을 재치 있게 알리고자 지은 이름이다. 이외에도 디지털 아트를 접목한 병풍 시리즈와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의 도자 작업, 전통 가옥의 비례감과 조형성을 간결하게 표현한 한옥 의자 등 잊고 있었던 과거 공예의 새로운 면면을 담아낸 작품이 인상적이다. “2년 차에 이 정도 성과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작년에 개인전만 열 번 넘게 했거든요(웃음). 올해는 전시보다 브랜드 간 협업에 집중하고 있고, 연말에는 신제품을 공개할 예정이에요. 아 참, 홍콩 전시도 예정되어 있고요. 예술과 상업 사이, 작가와 디자이너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며 전투적으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팀이 되고 싶어요.”  

SPECIAL GIFT

 

  슈퍼포지션에게 증정한 끌레드뽀 보떼의 더 세럼은 피부 본연의 힘을 일깨워 생기 있고 매끄러운 피부를 완성시켜준다. 또한 피부에 고르게 퍼지고 빠르게 흡수되어 24시간 보습 효과를 유지시키고 피부의 길을 열어 다음 단계 제품의 흡수를 높여준다. 50ml, 30만원.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이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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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서울에서 만나는 헤더윅

문화역서울의 헤더윅 전시

문화역서울의 헤더윅 전시
  영국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 불리는 건축가 토마스 헤더윅 Thomas Heatherwick의 전시 <헤더윅 스튜디오: 감성을 빚다>가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다. 전시현대미술 기획사무소 숨 프로젝트가 기획한 이번 서울 전시는 토마스 헤더윅이 1994년에 설립한 헤더윅 스튜디오의 대표적인 디자인 작품 30점이 전시된다. 2010년 토마스 헤더윅의 디자인을 전 세계에 알리게 된 상하이 엑스포의 UK 파빌리온을 비롯해 뉴욕의 인공섬 공원 ‘리틀 아일랜드’, 세계적 기업 구글의 신사옥 ‘베이뷰’, 새롭게 디자인된 런던의 명물 이층버스는 물론 최근 서울시에 제안한 한강 노들섬 재개발 프로젝트 ‘사운드스케이프’ 모델까지, 헤더윅 스튜디오가 각각의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그린 드로잉과 스케치 노트부터 아이디어 모형, 테스트 샘플, 다양한 건축 모형, 실제 제작된 3D 프린트와 시제품도 함께한다.  또한 토마스 헤더윅이 참여한 프로젝트의 탄생 배경과 과정, 완성 작품의 영향력과 파장 등 디자인과 건축에 대한 그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다양한 영상, 미디어를 통해 경험할 수 있게 해 마치 헤더윅 스튜디오를 방문한 듯 높은 몰입감을 전할 예정이다.  

WEB bit.ly/heatherwickticket

CREDIT
writer 김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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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파편이 머무는 집

브라질 아티스트의 파리 아파트

브라질 아티스트의 파리 아파트
  브라질 아티스트 다니엘라 부사렐로의 파리 아파트.  

  로댕 뮤지엄을 지나 조용한 벨샤스 Bellechasse 길 중간에 위치한 그녀의 아파트를 찾아가는 여정은 조금 특별하다. 예술가의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충만한 예술적 영감이 길에서부터 존재하니 말이다. 아름다운 정원에 자리한 로댕의 조각상을 멀리 훔쳐보며 걷다 보면 전형적인 파리의 카페가 눈앞에 나오고 벨샤스 길의 고풍스러운 오스마니안 건축물이 양 옆으로 펼쳐진다. 그중한 건물의 4층에 위치한 아파트에 브라질의 햇살을 뒤로하고 파리로 이주한 혹은 브라질의 햇살을 선물처럼 끌어안고 파리로 찾아온 다니엘라 부사렐로 Daniela Busarello가 살고 있다.     자국에서 성공한 건축가로 지내다 불현듯 2007년 에콜 뒤 루브르에서 현대 미술을 공부하기 위해 파리로 이주한 그녀는 안정적인 직업을 뒤로하고 자신이 진짜 원했던 다른 방식으로 창작의 길을 선택했다. “주로 클라이언트를 위한 프로젝트를 오래 하다 보니 나를 위한 작업을 할 기회가 없다는 것이 아쉬웠어요. 머릿속과 마음속에 있는 모든 창작의 기운을 클라이언트가 아닌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쏟아내고 싶었고, 낯선 도시에서의 도전이 쉽지는 않겠지만 더 늦기 전에 한번 시도해보자고 결심했죠.” 그렇게 결정한 파리행은 공부와 일을 병행하는 걸로 시작되었고, 10년이 지난 2017년부터는 본격적인 전업 아티스트로의 행보를 걷게 되는 성과를 이뤘다. 2012년부터 살기 시작한 이 집은 거주 공간이자 작업실로도 사용 중이다. 침실이 있어야 할 가장 큰 방을 아틀리에로 사용하고 대신 침실은 5층 다락방을 따로 임대해서 쓰고 있다. 4층에서 하루의 일과를 마치면 문을 잠그고 아파트 계단으로 한 층 올라가 5층 원룸에서 휴식을 취하는, 일반적이지 않은 거주 방식이지만 이 또한 아티스틱하다. 따로 작업실을 마련하지 않고 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넓은 작업실은 누구나 꿈꾸는 일이에요. 저도 최근 1년간 파리를 벗어나 좀 더 넓은 공간으로의 이사를 고민해봤는데 막상 집을 소개 받고 그곳을 방문했을 때 아무도 모르는 새로운 장소에서 혼자 동떨어져 지내는 것이 에너지 적으로 작업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어요. 어떤 좋은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고나 할까요. 그리고 반면에 파리가 가진 장점이 오히려 나의 생활에 더 맞는다는 사실도 깨달았죠. 컬렉터들이 방문하기에도 편하고 사람들을 만날 때 이동 거리가 짧으니 당연히 시간도 절약할 수 있고요. 대신 파리에서 산다는 것은 엄청나게 많은 정보와 인간관계의 연속이라 지혜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야 해요. 특히 아티스트는 밖에서 일어나는 일보다 내면에 집중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이 아파트는 작지만 식물을 키울 수 있는 발코니도 있고 공동 정원도 있어 가끔 이곳이 파리의 중심이라는 사실을 잊을 만큼 고요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저에겐 더없이 완벽해요.” 실내 건축가라는 이력 때문일까, 집을 채우고 있는 가구가 많지는 않지만 공간마다 놓인 작품들과 함께 모두가 조화롭고 아름답다. 작품이 가진 따뜻한 에너지가 집 안 분위기를 움직인다고 해석할 수 있는데, 그녀가 작업하는 과정과 재료를 살펴보면 이해가 간다.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하는 다니엘라는 정기적으로 여행을 떠나 그곳에서 수집한 식물, 돌, 물, 흙 등을 작업실로 가져와 직접 손으로 안료를 제작한다. 이탈리아의 해변, 프랑스의 섬, 브라질 숲의 파편이 그렇게 그림에 담긴다. 이런 특별한 작업 과정과 창의적인 질감 표현법으로 완성된 작품은 마치 자연이 캔버스 위에서 살아 숨 쉬는 듯하다. 말린 식물, 돌, 아마존의 강물이 담긴 유리병이 가지런히 놓인 작업실은 신기하게도 어떤 화려한 장식품으로 꾸민 방보다 우아하고 편안하다. 어떤 사람은 예술가의 집답지 않게 너무 정리 정돈이 잘되어 있는 게 아니냐며 핀잔을 주기도 했다는데, 그녀는 깨끗한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집중력을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하다고 얘기한다.  
아마존에서 영감받아 제작 중인 대형 작품과 다니엘라 부사렐로가 아마존 숲을 방문했을 때 영감받은 거대한 자연의 역동성이 작품에서 느껴진다.
 
한창 작업 중인 팔레트와 물감 그리고 다양한 도구. 작업할 때는 늘 맨발을 선호한다.
    많지 않은 가구와 소품 모두 자연의 재료가 사용되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나무, 세라믹, 유리 등이 사용된 가구는 경매 혹은 앤티크 시장에서 구입했거나 선물 받은 것인데, 거실의 나무장과 커피 테이블에 담긴 사연이 재미있다. 이탈리아의 대배우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가 말년에 파리에 머물며 영화감독 안나 마리아 타토를 위해 마련한 집이 있다. 그 집이 매매 시장에 나오자 구입을 결심한 클라이언트가 다니엘라에게 실내 공사를 의뢰했고, 그 프로젝트를 통해 매도자인 안나 마리아 타토를 만나 함께 파스타를 요리해 먹으며 이탈리아 영화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웠던 놀라운 경험이 있었다고. 그리고 2년 후 집이 또다시 팔리게 되면서 당시 매도자가 된 클라이언트는 가구 두 점을 다니엘라에게 기념이라며 선물했다. 마스트로얀니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세상에 하나뿐인 가구를 클라이언트와의 특별한 인연으로 물려받게 된 것이다. “파리에 살면서 겪는 놀라운 일 중 하나는 상상도 못했던 인연이 생긴다는 거예요. 마스트로얀니가 사용했던 가구를 내가 물려받을 줄이야 누가 알았겠어요. 문화의 중심지인 이곳에는 늘 사람들이 모여들어요. 물론 외국인으로서 처음에는 적응하기 어려웠지만, 그 시기를 잘 견디면 도시가 나를 받아들이는 타이밍이 오기 마련이에요. 파리 사람들은 호기심이 많거든요. 나처럼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에게 열려 있고 궁금해해요. 그래서 그 순간 나도 열려 있다면 좋은 인연과 기회가 찾아온다고 믿어요.”  
아파트의 공동 정원으로 난 창문으로 초록의 풍경을 볼 수 있는 작은 부엌. 이곳에도 그림과 말린 식물이 빠질 수 없다. 조명은 빈티지 시장에서 구입한 것.
    장소가 간직한 정신과 에너지, 내면성, 예술의 영원에 대해 탐구하는 다니엘라가 현재 집중하는 장소는 브라질 아마존이다. 그래서 지금 아틀리에 바닥에는 아마존의 파편이 숨 쉬고 있고, 벽의 큰 캔버스에는 아마존의 색이 울렁인다. 파리의 햇살을 받으며 캔버스로 옮겨지는 파편은 그대로 영속화되어 멈춘 시간 안에 머문다. 작가의 열망처럼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자연은 이렇게 영원히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CREDIT
에디터

writer 양윤정
photographer 임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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