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미니멀리즘의 대가라 불리는 피에로 리소니.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그는 단순한 색과 형태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창조하는 뛰어난 능력을 지녔다. 3년째 B&B 이탈리아의 아티스틱 디렉터를 역임하며, ‘집은 문화(Home is Culture)’라고 말하는 그의 철학 속으로.
이번 2023 밀란디자인위크 동안 기하학과 다채로운 원색을 활용한 B&B 이탈리아의 매장 파사드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아티스틱 디렉터로 컨셉트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B&B 이탈리아가 지닌 창조적인 DNA의 다양한 표현을 존중하고 싶었다. 다양한 역설의 균형을 이루는 능력에 대한 오마주랄까. B&B 이탈리아는 훌륭한 고전적인 디자인으로 유명하지만, 동시에 항상 놀라움을 주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 우리는 가능한 한 더 많이 놀랍기를 원했다.
다양한 브랜드와 여러 협업을 진행해왔다. B&B 이탈리아와의 협업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B&B 이탈리아는 이탈리아와 국제 디자인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회사 중 하나다. 또한 예술 감독으로서 그 일부가 되는 것은 엄청난 영광이자 큰 도전이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B&B 이탈리아가 더욱 컨템포러리한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올해는 크게 두 가지 신제품을 선보였는데, 담보 Dambo 소파와 에리트 Eryt 의자에 대해 설명한다면?
여러 개의 큰 섬으로 이뤄진 담보 소파는 앉는 방법을 새롭게 제안하는 모듈형 시스템 가구다. 조립이 매우 간단하고 비대칭적인 움직임의 팔걸이를 가졌는데, 일상의 흐름과 그 썰물 한가운데에 있는 섬을 상상했다. 혼자 또는 회사에서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심지어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것도 즐길 수 있는 섬. 담보는 완전히 분해할 수 있고, 예상치 못한 공간을 만들어내는 동시에 더 고전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반면 에리트는 풍부한 표현력 그 자체다. 그 핵심에는 단순함에 대한 생각과 인간적인 특성에 대한 존중이 자리한다. 그 가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나무 소재를 선택했으며 강한 존재감과 개성이 있는 안락의자라 말하고 싶다.
그동안 협업해 만든 가구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아이템을 하나만 꼽는다면?
가장 애착이 가는 아이템을 하나만 선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디자인에서 시제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를 포함한 프로젝트가 아름답다. 프로토타입의 세계로 들어가면 마치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과 같다. 프로젝트의 본질뿐만 아니라 모든 결함도 발견하게 됨으로써 제품이 될 때까지 여정을 함께 해나가게 된다.
당신의 작품 세계는 건축과 인테리어, 제품 디자인을 넘나든다. 요즘 그 경계가 더욱 모호해지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건축, 인테리어, 제품 디자인에 있어 각각의 측면은 결국 훨씬 더 복잡한 그림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밀라노 공과대학 시절의 나는 휴머니즘적 비전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것은 건축, 산업디자인, 인테리어 디자인, 그래픽을 모두 결합한 디자인의 비전이었다. 결국 우리의 작품은 규율, 과학 그리고 휴머니즘의 작품이다. 사람들은 두 세계를 하나로 묶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한편으로는 매우 확실한 규율을 가져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완전한 무정부주의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디자인할 때 영감의 원천은 어디에서 시작되나?
모든 프로젝트는 과정이고 창의성이나 영감은 일상에서 나온다. 내가 아는 한 고전적인 참조 모델은 없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삶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으로부터 영감을 받는다. 그 안에는 문학, 시, 사진, 영화, 음식, 여행, 냄새, 옷 등 많은 것이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하나의 특정한 레퍼런스를 선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당신은 후대에 어떤 디자이너로 기억되고 싶은가?
솔직히, 그것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100년 정도 지나고 다시 이야기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