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영국 런던 킹스턴 대학에서 프로덕트&퍼니처 디자인을 공부했다. 당시 자연 소재를 이용해 바이오플라스틱을 만드는 과정을 배워보거나, 우유 찌꺼기를 고체화시켜 작품을 만드는 워크숍 환경과 관련된 다양한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지속가능한 소재가 너무나 익숙한 유럽의 디자인 환경이 당시 우리와 많이 달라서 생경하게 다가왔다.특히 비닐 소재로 작업을 많이 하는데, 작업의 시초가 무엇이었나?
한국으로 돌아온 뒤, 처음에는 페트병을 소재로 다양한 실험을 했다. 당시 많은 작가가 페트병을 녹여 치약을 짜내듯 압출기로 성형해 재가공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었다. 다른 방식을 고민하던 중 페트병과 같은 폴리에틸렌 비닐 소재가 눈에 들어왔다. 주위를 돌아보니 버려지는 비닐이 너무 많았다.소재를 만드는 과정에 대해 설명해줄 수 있나?
옷을 만드는 과정과 흡사하다. 비닐을 겹친 뒤 열로 압착해 특수한 패브릭을 만든다. 그 후 1대1 종이 패턴을 패브릭 위에 붙이고 따라 잘라준다. 작업에 따라 두께나 색상은 다르다. 평면의 조각들이 나오면 열을 이용해 서로 이어 3D 입체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소재는 원하는 것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어서 참 매력적이다. 조명을 넣어 빛을 아름답게 보이게 할 수도 있고 천장이나 벽을 위한 설치물이 될 수도 있다.사용하는 비닐은 어디에서 오는 것들인가?
주로 모아놓은 것을 사용하는 편이고, 기업에서 기증 받아 사용하기도 한다. 삼성, 이솝, 무신사 등 지속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기업과 협업을 진행해왔다. 사진 제공: 김지선8월 6일까지 한지문화산업센터에서 열린 <울림과 재생 Resonance of Renewal>전에서 한지와 비닐이라는 이질적인 소재가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았다.
이전부터 닥종이의 결 같은 무늬 때문에 폴리비닐 소재를 보고 한지냐고 물으시는 분이 많았다. 이 두 가지 소재를 잘 어우러지게 표현하고 싶어 하나하나 이어 붙이고 접어 나가는 주름 기법을 적용했다. 과거와 현재, 개인과 문화 사이, 간과되고 버려진 것 안에 내재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었다.지금까지 선보인 작품 중 가장 애정하는 작품을 하나만 꼽는다면?
조명을 넣었던 블루밍 시리즈다. 폴리 소재가 빛을 만나면 더욱 감성적이고 살아 있는 듯한 생동감이 느껴진다. 빛의 투과가 자연스럽게 보이기 위해서는 굉장히 섬세하고 까다로운 작업 과정이 요구된다.지속가능한 소재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일반적으로 소재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는데, 그 한계를 넘어 새로운 가능성과 시각을 전달할 수 있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주변에 흔히 널려 있는 이런 것들도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의 출발점이 다양해진달까. 또한 생명이 끝났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새로운 생명력을 얻게 되는 영원성 또한 큰 매력인 것 같다.지속가능한 디자인이란?
재생 소재를 사용하는 것을 넘어 다음 세대까지 지속될 수 있는 구조와 환경, 시스템을 만드는 것. 예를 들면 미래를 위해 재생 소재에 대해 천착하는 국제 단체 매테리움(materiom.org)이 그렇다. 과학자와 엔지니어, 건축가, 디자이너 등을 위해 바이오 기반의 새로운 자재의 구성 요소와 제조 방법을 공유하는 오픈 소스 플랫폼으로, 옥스퍼드나 MIT 같은 대학과도 협업한다.요즘 가장 주의 깊게 보는 관심사는 무엇인가?
디자인과 작품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일이다. 활동하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공예 쪽으로 전시를 몇 번 하다 보니 나도 모르는 새 공예 작가라는 타이틀이 붙여졌다. 그런 틀에 갇히기보다 디자이너나 아티스트로 각인되고 싶다. 그 연장선에서 포르마판타스마 Formafantasma의 작업을 좋아한다. 작품 안에 사람과 소재, 디자인, 공예, 메시지가 한데 잘 버무려져 있다.작업 중인 작품 이야기를 해준다면?
다가올 프리즈 기간에 금호 알베르에서 공개될 작품인데,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의 지속가능성 라인과 협업해 제작한 아트 피스다. 본드를 사용하지 않고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재활용한 소재를 이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