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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으로 만든 노스탤지어 캐릭터

흙으로 만든 노스탤지어 캐릭터

유년 시절에 대한 회상과 그리움을 담아 감각 놀이하듯 흙을 매만진다.
이아련 작가는 도자의 다양한 가능성을 탐구하는 심미적 탐험가다.

 

지난해 12월, 디자인 마이애미에서 선보인 기획 전시 <Curious Creatures>.

 

애니메이션 <몬스터주식회사>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떠올리기도 하고 뾰족뾰족한 형태가 선인장을 닮아 있기도 하다. 이는 독일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아련 작가가 기억 속 간직하고 싶은 다양한 존재를 흙으로 만든 작품이다. “어렸을 때 보통 여자아이들이 좋아하는 바비 인형이나 사람 형상의 인형에서 묘한 공포감을 느꼈어요. 주로 동물 모양의 인형을 가지고 놀았던 것 같아요. 또 부모님한테 듣기로는 공갈젖꼭지에 굉장한 애착을 가졌다고 하더군요. 항상 손과 입안 감각을 일깨우는 행위에서 안정감을 느꼈던 기억이 있어요. 이러한 행위가 지각 활동에 큰 영향을 준 게 아닌가 싶어요.” 그녀는 현재 흙을 만지게 된 것도 어쩌면 유년 시절의 성향과 묘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말을 꺼냈다.

 

 

상상 속에서나 나올 법한 동물 친구들은 치열한 유학 생활을 거쳐 해외에 정착하면서 느꼈던 고독과 유년 시절에 대한 그리움, 감성적인 노스탤지어를 각각의 캐릭터로 치환해 표현한 것이다. 주변의 특정 인물, 친구, 가족 등 인생에서 영향을 미치고 스쳐 지나간 인물들을 상징적으로 남기고자 했다. 그 예로 영국에서 만난 데이비드 보위의 광팬인 친구를 오브제로 표현한 작품 ‘보위’, 전설적인 디자이너 에토레 소트사스를 오마주한 작품 ‘챠오 미스터 에토레!’ 등 각각의 작품에 담겨 있는 저마다의 스토리가 흥미롭다.

 

돌체앤가바나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DG Gen’D’ 시리즈의 일부.

 

가장 최근에는 돌체앤가바나와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젊은 디자이너를 발굴해 돌체앤가바나 까사 컬렉션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고자 시작한 프로젝트에서 유일한 한국 디자이너로 발탁되는 영광을 누렸다. “작품 제작을 위해 시칠리에 위치한 레지던스에 머무는 기회가 주어졌어요. 시칠리의 따스한 햇살과 바다 냄새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 풍경이 기억에 남아요. 돌체앤가바나가 추구하는 화려한 문양, 톡톡 튀는 발랄한 색감이 어디에서부터 왔는지 확인할 수 있었죠.” 그렇게 탄생한 작품 ‘DG Gen’D’는 강한 생명력을 뿜어내는 시칠리 나무와 선인장, 식물의 형태를 차용해 만들어갔고 돌체앤가바나만의 패턴과 색감을 입혀 완성했다. 여기에 무언가를 소망하고 기도한다는 동양적인 관점을 담아 초를 꽂을 수 있는 촛대로써의 기능을 더했다.

 

독일에 거주하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이아련 작가.

 

“저는 기능성만 목적인 디자인은 그 속에 담긴 예술가의 창의적인 영혼을 가린다고 생각해요. 아마 ‘Less is More’를 선호하는 미니멀리스트보다는 개인적으로 ‘More is More’를 표방하는 맥시멀리스트 성향에 더 가깝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겠지만요. 제 작품 중 화병이나 머그 형태를 지닌 것도 물론 있지만, 어떤 오브제를 만들 때 최대한 저만의 정체성과 표현을 중시하며 최소한의 기능만 부여하고자 노력해요.” 이아련 작가는 오는 9월, 서울에서 열릴 키아프 아트페어에 프랑스 갤러리 바지우를 통해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후 11월에는 뉴욕의 제이로만 갤러리에서 신작을 공개할 예정. 새롭게 탄생할 재기 발랄한 표정의 동물 친구들이 기대된다.

 

SPECIAL GIFT

 

 

이아련 작가에게 증정한 끌레드뽀 보떼의 더 세럼은 피부 본연의 힘을 일깨워 생기 있고 매끄러운 피부를 완성시켜준다. 또한 피부에 고르게 퍼지고 빠르게 흡수되어 24시간 보습 효과를 유지하고 피부의 길을 열어 다음 단계 제품의 흡수를 높여준다. 50ml, 3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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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 부처의 슬기로운 작가 생활

안드레 부처의 슬기로운 작가 생활

안드레 부처의 슬기로운 작가 생활

 

독일 미술가 안드레 부처를 두아르트 스퀘이라 갤러리에서 만났다.
컬렉터라면 누구나 갖고 싶은 사랑스러우면서도 강렬한 작품 속에 어떤 이야기가 담겼는지 그에게 직접 들어보자.

 

지난 7월 15일, 포르투갈의 두아르트 스퀘이라 갤러리에서 열린 <안드레 부처> 전시 오프닝 전경. 사진 속에 안드레 부처와 두아르트 스퀘이라 대표의 모습도 보인다. 오른쪽 컬러 필드 회화가 이번 전시에서 첫 선을 보인 새로운 연작이다.

 

안드레 부처 Andre Butzer의 작품은 왜 인기가 있을까? 마치 어린아이가 그린 것 같지만, 보면 볼수록 매혹적인 그의 작품은 지금 전 세계 네 곳의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전시하고 있을 정도로 관심받고 있다. 마드리드의 국립 티센 보네미자 미술관, 슈반도르프의 케벨빌라 오버펠더 쿤스틀러하우스, 베를린의 살롱 달만, 브라가의 두아르트 스퀘이라 갤러리 Duarte Sequeira에서 동시에 그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안드레 부처는 그의 모든 전시 기획을 큐레이터에게 일임하는 작가는 아니다. 그의 개인전은 언제나 세계 각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리지만 그는 직접 전시를 준비한다. 작업 과정에서 발현하는 감각을 본능적으로 전시에 반영하는 것이다. “마드리드의 미술관 전시는 지난 25년간의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회고전입니다. 반면에 슈반도르프의 미술관 전시는 그간 항상 생각해왔던 그림이 없는 전시예요. 이렇게 물리적 역사와 정신의 변화를 보여주는 두 개의 전시가 합쳐져 미술가로서의 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안드레 부처는 역사와 정치, 예술사와 대중문화 등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을 선보인다. © 안드레 부처 아카이브

 

그의 작품이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1999년 비엔나의 갤러리 에스더 프랜드에서 열렸던 첫 번째 개인전의 제목 <나는 뭉크이다 Ich bin Munch>가 힌트가 될 것이다. 절규하는 그림으로 유명한 노르웨이 미술가 뭉크와 자신을 동일시한 도발적인 제목은 그의 작품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짐작하게 한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그는 미술사의 영향을 받았을 수밖에 없었고, 뭉크뿐 아니라 세잔, 마티스,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 월트 디즈니 등의 선배 작가들은 세상을 떠났지만 사라진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남아 있는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윤회와 같다. 마드리드의 미술관은 영리하게도 그의 전시장으로 가는 길목인 상설 전시관에 뭉크 그림을 걸어 회고전을 더욱 빛나게 했다. 그는 작가이기 이전에 미술 애호가로 미술사에서 영감을 받고 있으며, 현대인을 둘러싼 역사와 정치, 대중문화와 애니메이션에서도 자연스럽게 아이디어를 얻는다.

 

마드리드의 국립 티센 보네미자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회고전 전경. © 안드레 부처 아카이브

 

그의 이름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외계인 같은 귀여운 캐릭터들에 대해 물었다. 예를 들어, 별 모양의 얼굴에 이빨이 귀여운 원더러 Wanderer는 뭉크와 독일 SS에서 비롯된 인물이며, 눈이 보이지 않는다. 월트 디즈니처럼 그가 만든 캐릭터들은 트레이드마크가 되었지만, 그는 캐릭터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림 속 캐릭터가 아니라 그림에 관심이 있습니다. 형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그릴 뿐입니다. 어딘가에서 보았던 어떤 것에서 영향받기는 했지만 정확히 어떤 것은 아닙니다. 물론 작품 속 캐릭터들에는 이름과 특징이 있었지만, 이미 내 안에 들어와 그려진 그림에 대해 다시 설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내가 이에 대해 여러분에게 잘 말할 수 있다면, 아마 그림을 안 그렸을 것 같아요.”

 

 

두아르트 스퀘이라 갤러리 전시의 특징은 처음 선보이는 컬러 필드 연작이 있다는 것이다. 마치 하늘에서 형형색색의 비가 내리는 듯한 이 아름다운 연작은 강렬한 붓 터치나 캐릭터 없이 전시장을 서정적으로 물들였다. “이 새로운 연작은 오래전 종이에 그렸던 수채화 작품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때 많은 이가 캔버스에 유화로 그리라고 조언했는데, 15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자연스럽게 때가 되어서 캔버스에 그린 스트로크 작업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슈반도르프의 케벨빌라 오버펠더 쿤스틀러하우스에서는 회화 작품이 하나도 없고, 그의 정신 세계를 보여주는 특별한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 안드레 부처 아카이브

 

좋아하는 작가인 폴 세잔으로부터 받은 영향 때문인지, 당시에는 컬러 블록을 독립적으로 그리는 작업을 했었다. 그림은 점점 검게 변해서 블랙 페인팅 연작에 이르렀고,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흰 바탕의 컬러 스트로크 연작은 안드레 부처 작품 세계 안의 요소가 서로 교류하는 듯한 느낌이다. 단순한 컬러와 붓 터치이지만, 그의 모든 작품의 DNA를 추출한 것 같은 존재감이 매력적이다. 또한 이 작품은 눈에 보이지 않는 파장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그는 세상 모든 것을 파장이라고 생각한다. 그와 동석한 미술 사학자 크리스티안 말리차 Christian Malycha는 안드레 부처에 대해 현대인이 삶의 지상과 천국 사이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탐구하는 작가라고 평했다. “그는 어떻게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인지 고뇌하는 작가입니다. 인간과 사회, 팝아트와 예술사의 개별성과 연속성을 캔버스에 펼쳐놓는 것이 바로 그의 작업이지요.”

 

두아르트 스퀘이라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에서는 4m가 넘는 대형 작품들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하지만 그는 일부러 큰 작품을 그리려는 의도는 아니고 눈앞에 있는 캔버스에 그릴 뿐이라고 설명한다. 작은 작품도 강한 존재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유머러스하면서도 엽기적인 그의 작품에 이러한 고민이 들어 있다니 재미있다. 또한 그는 베를린에서 활동하고 있는 독일 작가답게 ‘SF 표현주의’라는 사조로 자신을 설명했는데, 이는 우리나라 단색화와 연결되는 부분도 있다. “SF 표현주의는 내가 오래전 조합한 단어입니다. 독일 표현주의가 구식이 되어버렸기에, 이를 다시 한번 매혹적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표현주의의 과거와 미래를 함께 이야기하고 싶어서 SF와 조합한 것이지요. 표현주의는 삶의 원천이자 열쇠입니다. 단순한 미술 사조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표현이며, 요즘과 같은 AI 시대에는 더욱 표현이 중요합니다.”

 

마드리드의 국립 티센 보네미자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회고전 전경.

 

SF 표현주의는 1920년대의 미술 사조에 멈추어 있지 않고, 반복의 고리를 뚫고 들어가서 우리와 같이 살아가는 것이다. 그의 작품은 반복적으로 비슷한 작품을 찍어내는 팝아트가 아니라, 단색화와 같은 종교적 수행의 반복이다. 예를 들어, 블랙 페인팅 연작은 검은색을 반복적으로 칠해서 완성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저 블랙 회화로 보일 뿐인 것. 안드레 부처는 거대한 작품 스케일로도 알려져 있다. 두아르트 스퀘이라 갤러리에서의 전시에서도 4m의 거대한 작품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그는 크기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큰 캔버스가 앞에 있으면 크게 그리는 것일 뿐 큰 작품을 그리려고 의도하는 것은 아니다. 거대한 작품은 관람객을 포용하는 느낌이 있다면, 작은 작품은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다만 회사가 아니라 가정에 그의 그림을 걸기 위해서는 공간이 커야 하기 때문에, 작품 크기에 관심을 가진 수집가들이 많다. “나는 그림이 삶의 원천 중 하나라고 믿습니다. 인생이 그림으로 표현된다기보다는, 그림이 삶을 일으킨다는 것이죠. 항상 빛처럼 말입니다.” 안드레 부처는 그가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림이 그에게 자연스럽게 들어왔다고 했다. 대리석을 조각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들어 있는 형상을 드러냈다고 하는 미켈란젤로의 명언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세계의 미술 애호가들이 왜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지 알게 된 흥미로운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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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

photographer

김욱, 두아르트 스퀘이라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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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명작

칼한센앤선의 장인 정신

칼한센앤선의 장인 정신

 

1955년 덴마크 건축가이자 디자이너 폴 키에르홀름이 처음으로 출시한 PK1 체어는 이제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브러싱 처리한 스틸과 라탄 소재, 적층 가능한 디자인은 많은 이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했다. 칼한센앤선은 이번 시즌 PK1에 또 하나의 장인 정신을 더한다. 숙련된 장인이 15시간 동안 수작업으로 짠 페이퍼 코드 제품으로 선보이는 것. 오리지널 디자인을 완전히 고수하면서도 시간이 흐를수록 아름다운 고색이 감도는 페이퍼 코드 PK 1 체어. 친근하면서도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며 오는 9월부터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WEB www.carlhansen.co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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