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이 작가는 농부가 정성을 다해 밭을 일구듯 흙을 덮고 갈아내고 칠을 입히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녀의 작품에 변화하는 계절감이 담겨 있는 이유다.
옻칠에 담은 계절
박수이 작가는 농부가 정성을 다해 밭을 일구듯 흙을 덮고 갈아내고 칠을 입히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녀의 작품에 변화하는 계절감이 담겨 있는 이유다.
간략한 소개를 부탁한다.
올해 초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한 후 산업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평일에는 회사에서, 주말에는 커뮤니티와 개인 작업을 통해 다양한 프로젝트와 생각을 쌓아가고 있다.2022 렉서스 크리에이티브 마스터즈에서 최종 위너 4인에 선정됐다. 당시 버려진 스티로폼을 소재로 사용했는데,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나?
조금은 가벼운 관심에서 시작했다. 뉴스에서 추석 명절 선물로 사용된 스티로폼 박스들이 쌓여 있는 장면을 봤는데 꽤나 충격적이었다. 멀쩡하고 깨끗한 박스들이 사람 키보다 높이 쌓여 있는데 마치 절대 녹지 않을 설산 같았달까. 항상 새로운 물건을 기획하고 만드는 디자인 산업에 있는 입장에서 버려지는 것에 대한 관심과 책임감을 자각하는 순간이었다. 조금씩 스티로폼 소재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고 실험하기 시작했다.당시 처음 만들었던 작품에 대해 소개해달라.
처음에는 소재적인 측면에 집중해서 작업을 진행했다. 스티로폼을 아세톤에 융해하게 되면 스티로폼의 원료인 폴리스티렌이 점액질 형태로 나오는데, 이는 다양한 제품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플라스틱의 일종이다. 형태적으로 자유로운 점액질의 플라스틱을 일정한 형태의 틀에서 건조시키는 과정을 통해 독특한 질감의 화병을 만들었다. 같은 플라스틱이라도 손으로 가공하는 제품이다 보니 강도가 조금 떨어지는 특성이 있어 처음에는 오브제 성격이 강한 제품을 만들게 되었다. 사진 제공: 렉서스코리아가구처럼 보이는 작업도 있던데?
가구보다는 트레이에 가까운 기능을 하는 작품이다. 스티로폼은 일반적으로 포장재로 완충의 기능을 하게 되는데, 물건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한 특징적인 구조와 형태를 작품에 담아내고 싶었다. 다양한 형태의 스티로폼을 조합해 안정적인 구조를 만들었고, 겉면에 점액질을 발라 굳히는 방식으로 작업해 새로운 질감의 플라스틱 트레이를 만들 수 있었다.작품 제작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나?
당시에 작업실이 따로 없어서 학교 작업실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코로나19가 심해지면서 학교를 폐쇄하는 바람에 추운 겨울에 보일러도 안 나오는 창고에서 떨면서 작업했다. 또 스티로폼을 구하려고 폐기물 처리장을 뒤지는 등 고생한 기억이 많다. 관련 자료가 많이 없다보니 과정 하나하나를 직접 실험하다 보니 순간순간이 도전이었던 것 같다.평소 작품을 구상할 때 가장 염두에 두는 것은?
구상 단계에서 가볍게 스케치하듯 최종 단계에서의 모습을 상상하고 처음의 시드와 과연 같은 맥락과 가치를 지녔는지에 대해 생각한다. 프로젝트에 따라 전시가 될 수 있고 사람들의 일상에 담긴 모습, 촬영된 이미지 등 다양한 결과가 나올 수 있지만, 프로젝트의 마지막을 가볍게 그리는 것만으로도 어떻게 진행해 나갈지, 가장 중시되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찾는 데 있어 좋은 나침반이 된다고 생각한다.작년에는 우주 쓰레기에 대한 담론을 제기한 프로젝트 <홈커밍>에도 참여했다. 어떤 전시였나?
우주 쓰레기 문제를 예측하고 재활용 연구를 진행한 가상 단체의 결과물이라는 컨셉트였다. 사소할 수 있는 우주 쓰레기의 요소에 집중한 전시랄까. 우주에서 역할을 끝내고 지구로 돌아와 재활용된 우주 쓰레기가 그들의 연구 결과물을 통해 우리 일상에 담겼을 때 어떤 모습일지 보여줌으로써, 개인과 우주 쓰레기라는 거대한 아젠다의 간극을 줄이고 지속적인 관심을 통해 변화의 시작점을 갖자고 제안했다.초기 기획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시작된 프로젝트 팀으로 대중에게 우주 쓰레기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와 경각심을 주고자 시작했다. 다양한 범지구적 환경문제 중 우주 쓰레기는 너무나도 거대한 아젠다이지만, 개인의 입장에서 관심을 갖고 의견을 내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지구에서의 쓰레기 문제를 경험하고 있으며, 이러한 지구적 문제의 해결과 변화는 개인의 작은 관심이 모여 시작된다고 생각한다.지속가능한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지속가능함이 갖는 가치를 잘 담아내는 동시에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는 매력을 지녀야 한다고 생각한다. 친환경적이고 윤리적인 가치를 갖더라도 그 디자인이 널리 쓰이지 않는다면 의미가 퇴색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스티로폼으로 작업할 때도 의미와 제작 과정과 생각이 모두 좋지만 과연 사람들이 쓰고 싶고 갖고 싶은 물건일까라는 고민이 항상 따랐다. 가치를 품고 있는 것과 가치 있게 쓰이는 것은 너무나도 다른 문제인 것 같다.디자인계의 지속가능성 이슈가 대중에게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나?
디자인을 통해 이야기하는 지속가능성은 목소리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작품과 전시를 통해 대중의 생각을 변화시키고 여러 분야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WEB whitecub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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