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과 순수성을 바탕으로 한 브랜드 트루투타입 True to type이 오랜 시간 준비를 마치고 모습을 드러냈다. 인스파이어링 브랜드를 표방하며 가구 컬렉션과 출판물을 동시에 선보이는 트루투타입은 아트 컬렉터이자 하이엔드 가구 편집숍 덴스크의 김효진 대표와 김진식 디자이너가 합심해 출범했다. 대체 불가한 것을 만들고 싶다는 두 사람에게 브랜드의 시작과 정체성에 관해 물었다.
트루투타입은 ‘인스파이어링 Inspiring’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우고 있는데, 왜 ‘영감’에 주목하게 되었나요?
김진식(이하 진식) 필요한 물건을 쉽게 사서 쓸 수 있는 시대가 되었는데, 합리적으로 사는 지금의 우리가 과연 행복한지 되묻게 되었어요. 논리적인 모더니즘에서 왜 건조함을 느낄까 하면 감성적인 측면에서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요가나 명상 등 정신적인 부분을 채우려는 움직임도 점차 강해지고 있듯 현시대적으로 영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정신적 풍요에 대한 태도를 브랜드의 메시지로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복제와 참조가 만연한 시대인지라 새로운 컨셉트 방향과 비주얼을 보여준다는 게 쉽지 않았을 거 같아요. 이전에 없던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어떤 고민을 했나요?
김효진(이하 효진) 김진식 작가와 2년 동안 브랜드 철학과 정서에 관한 이야기만 했어요. 각자의 생각에서 접점을 찾은 것이 쌓이고 쌓여서 이제는 결과물이 나와도 될 것 같다 싶을 때 디자인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서로에 대한 존중이 있었고 손발이 잘 맞아서 우리의 생각이 고루 반영된 결과물이 나오게 된 것 같아요.
진식 둘 다 지적 호기심이 많아서 생각이 잘 통했어요. 결국 우리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인간다움’에 관한 것이더라고요. 객관화할 수 없는 추상적인 가치를 담아내고 ‘매력’이라는 단어로 귀결될 수 있는 결과물을 떠올렸어요.
내 물건을 만드는 사람은 세상에 자기 마음에 드는 물건이 없어서라죠. 그동안 온갖 좋은 물건을 많이 접해왔는데, 어떤 물건이 있었으면 하고 바랐는지요?
효진 저는 가치 소비에 중점을 둬요. 일상의 물건을 도구로 여기고, 필요에 의해서만 사는 게 아니라 가치를 지닌 존재로 나의 일부분을 함께한다고 보는 거죠. 그러면 더 예쁘고 질감이 좋은 것,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고 아름다운 것을 가까이 두고 싶어요. 함께 나이 들어가고 싶은 물건만 들이는 거죠. 진심으로 저는 예쁜 물건에 둘러싸여 있고 싶어요. 저는 김진식 작가의 감성이 좋았고 그걸 반영하면 이 세상에 없는 아름다운 무언가가 탄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삶을 풍족하게 해주는 물건, 새로운 무드의 오리지널리티가 있는 물건이요. 사람을 좋아할 때 그냥 좋아지는 것처럼 이유 없이 손이 가는 물건이 있어요. 그건 완벽에 가깝게 나를 충족시켜주기 때문이거든요. 트루투타입 컬렉션도 누군가에게 감성까지 꽉 채워주는 물건이 되었으면 해요.
브랜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컬렉션에 어떻게 녹여냈는지 궁금합니다.
진식 촉감만큼 은밀하고 사적인 경험이 없는데요. 손으로 물건을 집어 들고 움직이거나 앉았을 때 다양한 감각이 느껴지도록 구성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사물을 이루는 재질을 합리적으로 사용하기보다 소재가 갖고 있는 본래의 아름다움과 감촉, 무게감을 고스란히 드러내려고 했습니다. 나무, 금속과 같은 재료가 매력적으로 느껴지게 만드는 게 가장 우선이었어요. 원재료의 색과 질감을 강조하기 위해 도장이나 칠을 전혀 하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에요. 통원목, 통알루미늄으로 만들어서 묵직한데 손의 압이나 팔 근육의 움직임을 느끼고 중력을 체감할 수 있죠. 제품의 라인이나 형태는 제가 생각하는 느낌을 솔직하게 투영하고, 제가 지닌 미감을 반영했습니다. 단순하고 명료하게요. 그래서 트루투타입 컬렉션을 보면 제품의 형태가 눈에 띄기보다 재질이 먼저 인식되어요. 어떤 기능을 지녔는지도 한눈에 알아채기 어려운데 사물을 천천히 알아가는 즐거움을 느꼈으면 했습니다.
쓰임새나 제품의 규격에 대한 고민을 하다 보면 그것이 놓이는 환경에 관한 고찰로 이어질 텐데요. 우리 시대의 공간에 대한 견해가 어떤지 듣고 싶어요.
진식 트루투타입 가구 컬렉션은 묵직한 무게에 비해서 작고 콤팩트해요. 예전 가구가 사이즈가 커서 공간을 꽉 채웠다면, 컨템포러리한 가구의 역할은 크기가 아담해서 공간에 여백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죠. 구체적인 기능을 부여하는 것도 현시대적이지 않다고 봤어요. 쓰임은 추상적으로 두되, 제품 스펙은 콤팩트하게 만들어 공간과 사물 간의 관계를 새롭게 하고 싶었어요. 공간 레이아웃과 사용자 방향성에 대한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게끔요. 한 가지 기능만 잘 수행하는 가구는 이미 많잖아요. 새로운 생활양식을 받아들이고 다른 방식으로 필요한 사물을 제시하고자 했죠.
효진 공간 컨설팅을 하면서 늘 생각했던 바는 ‘공간은 동경하기보다 나를 투영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그러려면 내가 누구인지 돌아볼 수밖에 없죠. 고정관념을 버리고 내가 진정 행복한 방식을 찾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봐요. 세상에 다양한 성격의 사람이 있는 것만큼 공간의 장면도 다양해졌으면 해요.
두 분이 직관력이 좋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직관력의 원천은 무엇인가요?
효진 타고난 거예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을 자연에서 보낸 사람들이 감각의 촉이 좋더라고요. 자연에서는 오감이 열리거든요. 어릴 때 자연과 가까이 지내면서 느꼈던 경험을 생각해보면 아직까지 강렬해요. 소리, 냄새, 감촉, 비례, 색깔 등 자연은 모든 것이 완벽하고 우리에게 최고의 선물이죠.
좋은 물건, 아름다운 물건이 우리의 정신을 위로할 수 있을까요?
효진 그럼요. 그건 경험해보지 못하면 몰라요. 아름다운 물건이 내 옆에 있으면 나와 내 삶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간다는 기분이 들고 행복해져요. 개인적으로 패션이 주는 만족감보다 리빙 아이템이 주는 만족감이 오래가고 중독성이 강하다고 생각해요. 삶의 본질에 관해 깊은 충만감을 느낀다고 할까요. 좋은 것에 대한 감각을 깨우치는 인라이트먼트 Enlightment를 체험하는 길이죠.
마지막 질문입니다. 가장 꾸며지지 않은 나의 본모습은 어떤가요?
효진 있는 그대로예요. 누구에게나 똑같거든요. 가면을 쓰지 않고 일관성 있는 모습으로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건 나를 위해서예요. 저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면 상대방에게 ‘축복 Blessing’이고 싶어요. 트루투타입 컬렉션도 누군가에게 축복이었으면 해요. 같이 있어서 참 행복하다, 볼수록 괜찮네 하는 거요.
진식 답하기가 어렵네요. 형식이나 규범으로부터 자유롭고 엉뚱한 면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