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상륙한 디자인 마이애미

파리에 상륙한 디자인 마이애미

파리에 상륙한 디자인 마이애미
18세기에 지은 칼 라거펠트의 집에서 열린 ‘디자인 마이애미’ 파리 리뷰.
1958년에 제작된 장 로이에의 레드 컬러 북극곰 소파 세트와 1951년에 제작된 스피어 Sphere 커피 테이블로 부스를 꾸민 갤러리 자크 라코스트. © James Harris for Design Miami Paris
2005년에 시작된 컬렉터블 디자인 페어 ‘디자인 마이애미’가 미국 플로리다와 스위스 바젤을 거쳐 2023년 가을, 파리에 상륙했다. 사실 2022년에 열린 파리+아트 바젤의 첫 에디션과 함께 동시에 시작되었어야 했지만 콩코드 광장에 텐트를 세워 진행하려던 계획이 불과 3개월 전에 보안상의 이유로 정부로부터 취소 명령이 내려지면서 대치 가능한 장소를 찾지 못하고 한 해를 넘기게 된 것.
전시가 열리는 정원에서 바라본 오텔 드 메종. © James Harris for Design Miami Paris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를 두고 작년부터 장소에 대한 궁금증이 크게 증폭되었고, 지난 5월에 ‘오텔 드 메종 Hôtel de Maisons’이라는 발표가 나자 파리지앵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컨벤션 센터나 임시 텐트가 아닌 파리 7구에 위치한 18세기에 지은 저택인 데다 외부에 한번도 공개된 적 없었던 칼 라거펠트의 거주지였기 때문이다.
갤러리 파트리크 세귄은 장 프루베의 조립식 주택인 메종 데몽타블르 Maison Dèmontable 6×6을 정원에 설치했다. © James Harris for Design Miami Paris
  그리고 프랑스 정부는 이번 행사를 적극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문화부 산하기관인 모빌리에 나쇼날 Mobilier National과의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이를 기념하는 특별 전시를 기획해 무료로 시민들에게 개방하는가 하면, 영부인의 페어 방문도 이루어졌다. 파리라는 장소의 특수성을 반영한 주최 측의 치밀한 기획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렇게 프랑스 시장에 맞춰 차별화된 큐레이션으로 페어장에서 보이는 갤러리와 작품, 공간의 시너지는 과히 환상적이었다.  
프랑수아 자비에 라란 François-Xavier Lalanne의 1989년 청동 당나귀 조각작품 ‘l’Âne Attelè’을 설치한 갤러리 미테랑 Galerie Mitterrand. © James Harris for Design Miami Paris
 

가장 파리스러운 디자인 페어의 탄생

 
갤러리 크레오. © James Harris for Design Miami Paris
  파리는 메종&오브제와 파리디자인위크가 존재하지만 세계적인 갤러리와 디자이너를 갖춘 인프라에 비해 컬렉터블 디자인의 아웃풋은 늘 바젤과 런던의 위상을 따라가지 못했다. 그런 이유로 피악이 파리+아트 바젤로 교체되면서 함께 찾아온 디자인 마이애미의 출범은 업계를 들썩이기에 충분했다. 지난해부터 런던에서 파리로 이동하고 있는 현대미술 컬렉터들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관찰해온 업계 관계자들에게 ‘디자인 마이애미 파리’라는 대형 행사는 파리를 유럽의 컬렉터블 디자인 허브로 자리 잡게 하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계기와 같았다.     파트리크 세귄 Patrick Seguin이나 갤러리 다운타운 프란시스 라파누르 Gallery Downtown Francois Laffanour같이 파리를 홈그라운드로 활동하는 유서 깊은 갤러리들은 물론 뉴욕을 기반으로 한 프리드만 벤다 Friedman Benda와 살롱94, 이탈리아의 로셀라 콜롬바리 Rossella Colombari, 모나코의 르브르통 Lebreton 등 총 27개의 갤러리가 디자인 마이애미 파리의 시작을 함께했다.  
런던의 사라 마이어스코프 Sarah Myerscough 갤러리. 롱 스트라이프 체어 The Long Stripe Chair는 디자인 마이애미 파리에서 선정한 베스트 컨템포러리 디자인상을 받았다. © James Harris for Design Miami Paris
  참여 업체 수가 60개인 마이애미, 70개인 바젤에 비해 27개라는 부스는 다소 의외일 수도 있다. 하지만 페어의 책임자인 제니퍼 로버츠 Jennifer Roberts는 “도시마다 장소의 특성을 고려해 운영 방식이 달라지는데, 파리는 그 경계를 특별히 넓혔다”고 밝혔다. 베르사유 궁의 실내장식을 담당한 피에르 카이유토 Pierre Cailleteau가 1706년에 완공한 금 몰딩으로 장식된 2,000㎡ 크기의 건물과 모던/컨템포러리 디자인 제품의 조화를 충분히 보여주기 위해서는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으니 참여 갤러리의 수를 제한하는 것은 당연했다. 대신 파티션을 사용하지 않고 두세 개의 갤러리를 한 공간에서 전시하도록 하는 큐레이션으로 공간과 작품 간의 조화를 최상으로 끌어올렸다.     1층 대형 리셉션의 경우 갤러리 자크 라코스트 Galerie Jacques Lacoste를 주스 앙트르프리즈 Jousse Entreprise와 함께 엮어 장 로이에의 레드 컬러 북극곰 Polar Bear 소파와 막땅 세클리의 블루 스톨레뤼 Stoléru 소파 세트가 한 공간에 놓이는 멋진 장면이 연출되었다. 프랑스 국기 컬러인 블루, 화이트, 레드를 연상시키는 컬러 매치가 의미심장했으며, 갤러리 크레오 Kreo와 파트리크 세귄이 공존하는 곳에는 샬롯 페리앙과 마크 뉴슨, 하이메 아욘의 작품이 묘하게 어우러진 모습도 훌륭했다. 작은 방을 배정받아 미테랑 대통령의 테이블과 북케이스를 배치해 집무실로 꾸민 폴랑 폴랑 폴랑 Paulin, Paulin, Paulin, 복층 구조의 도서관을 활용해 위아래로 기다란 노구치 조명을 배치한 갤러리 데스프레-브르에레 Desprez-Breheret까지 18세기와 공존하면서 더욱 빛이 나는 모던 디자인이라는 피드백이 남겨졌다.  
론 아라드의 AYOR(At Your Own Risk).
  미국 갤러리들은 파리 시장에 처음 진출하는 입장이라 작품 선정에 신중을 기해야 했다. 살롱94의 경우는 장소가 가진 힘을 역이용해 영국 디자이너 맥스 램 Max Lamb의 은빛으로 반짝이는 핸드메이드 소프트 소파를 메인으로 선보이는 대신 크리스털 샹들리에를 칼더 모빌로 교체하는 기발함을 보여줬다. 반면에 내년 파리 지점 오픈을 준비 중인 프리드만 벤다는 영국 디자이너 파예 투굿의 나무 테이블, 안드레아 브란지 Andrea Brazi의 체어, 라파엘 나보의 소파, 다니엘 아샴의 테이블 등 최대한 많은 소속 작가와 작품을 나열하는 쇼케이스 방식을 선택했다. 유럽 고객을 직접 만나는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작가들 리스트를 최대한 보여주겠다는 전술이었다. 넓은 정원은 야외 전시가 가능한 작품들로 채워져 조각 공원으로 변모했다.  
파우스토 본템피 Fausto Bontempi의 의자 세트. © Galleria Rossella Colombari
  장 프루베의 조립식 주택인 메종 데몽타블르 Maison Démontable 6×6와 필립 스탁의 메탈 의자 라 빌레트 La Villette는 관람객들이 직접 방문하고 앉아볼 수 있어 늘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정원의 반대쪽에는 하마나 카즈노리 Hamana Kazunori의 대형 세라믹 화병 ‘츠보 Tsubo’ 세 점이 전시되었고, 위쪽에는 마크 레셸리에 Marc Leschelier의 퓨처리스틱한 ‘파빌리온 Pavilion X’가 전시되어 20세기와 글로벌 모던디자인을 심도 있게 다룬 큐레이션이 야외에서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물론 입구와 앞에서 관람객을 가장 먼저 맞이한 작품은 2021년 베르사유에서 열린 라란 Lalanne 회고전에 전시되었던 실물 크기의 청동 당나귀 상이다. 여기는 파리임을 상기시켜야 하니까 말이다.  
사뮤엘 로스 Samuel Ross의 벤치 ‘Expression. Service. Essence’. © James Harris for Design Miami Paris
 

WEB designmiami.com

 

컬렉터블 디자인의 메카를 꿈꾸다

 
© James Harris
  27개로 참여 갤러리의 수를 한정하다 보니 디자인 마이애미에서 부족했던 점을 뽑자면 다양성의 결여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런 현상을 미리 대비해 소규모 갤러리 및 디자이너들은 다른 방식의 외부 행사를 기획했다. 그렇게 하나, 둘씩 탄생한 훌륭한 기획의 로컬 디자인 행사는 파리 컬렉터블 디자인 신에 감초 같은 역할을 하면서 풍성한 스펙트럼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올해 얻은 긍정적인 피드백 덕분에 내년에 치러질 외부 행사의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테마 Thema

 
© James Harris
  디자인 마이애미가 열리는 장소 바로 반대편에 위치한 또 다른 저택 오텔 드 귀즈 Hôtel de Guise에서는 윤리적 디자인을 주제로 하는 컬렉터블 디자인 박람회 ‘테마’가 열렸다. 파리의 유명 편집숍 레클레어 l’Eclaireur의 대표 미카엘 하디다 Michaël Hadida가 설립한 ‘테마’는 건축, 예술, 공예 분야의 디자이너와 예술가 커뮤니티를 한자리에 모아 새롭고 혁신적이며 책임감 있는 창작물의 소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산업 폐기물을 아트 퍼니처로 재탄생시키는 벨기에 디자이너 리오넬 자도 Lionel Jadot의 그로테스크한 작품부터 재활용한 유리 위에 대리석과 석영 가루를 코팅해 완성된 디자이너 소피 드리 Sophie Dries의 서정적인 페트라 Petra 거울까지 지속가능성이라는 트렌드에 부합하는 50명이 넘는 디자이너의 작업물이 이곳에 전부 모인 것이다. 덴마크 갤러리 에타주 프로젝트 Etage Projects와 뉴욕의 슈퍼하우스 Superhouse 갤러리도 참여해 국제적 면모까지 갖췄다.

INSTARGRAM @thema

 

게니우스 로키

 
© Adrien Dirand
  큐레이터 마리옹 비그날 Marion Vignal에 의해 2021년에 시작된 <게니우스 로키 Genius Loci>는 매해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은 장소를 발굴해 건축물과 작품과의 연결고리를 전시로 보여주고 있다. 올해는 파리 14구에 있는 르 코르뷔지에와 피에르 잔느레의 첫 번째 건축물인 아틀리에 오장팡 Atelier Ozenfant에서 전시가 열렸는데, 화가 아메데 오장팡 Amédée Ozenfant을 위해 1923년에 지은 작업실에는 빌라 메디치의 레지던시를 거친 젊은 프랑스 작가 베누아 메르 Benoît Maire의 회화, 조각, 가구, 조명 등의 작품으로 채워졌다.     2021년부터 2022년까지 레지던시 기간에 만든 작품은 이탈리아와 프랑스 장인들의 도움으로 제작된 의자부터 알루미늄 조각품까지 다양한데, 건축물이 가진 곡선과 직선이 가구의 형태와 상호작용함으로써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INSTARGRAM @geniusloci_experience geniusloci-experience.com

 

컨트리뷰션 Contributions

 
© Sinople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안나 카라뒥 Anna Caradeuc과 파리의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빌뒹 Bildung이 론칭한 독립 디자인 이벤트 ‘컨트리뷰션’도 주목해야 한다. 파리에서도 주로 6구에 위치한 갤러리, 성당, 아틀리에 등 다양한 공간을 무대로 펼친 전시는 대중에게 비교적 포괄적이고도 쉬운 접근성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 Sinople
  뉴욕, LA, 밴쿠버, 코펜하겐 등에서 16명의 디자이너가 참여했고, 특히 현지에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뉴욕 출신의 소피 루 제이콥슨 Sophie Lou Jacobsen, 런던의 자인 알리 Zain Ali, 리스본의 코니 발레즈 Conie Vallese가 합동 전시 을 통해 멋진 파리 데뷔를 알렸다. 갤러리 시노플 Sinople은 조지아 아티스트 마리아나 츠코니아 Mariana Chkonia의 펠트 작업을 19세기에 지은 스테인드글라스 아틀리에에서 선보이며 드라마틱한 미장센을 연출했다.  
© Here between It All, Pauline Chardin
  조지아의 전통 펠트 기술을 기반으로 천연 양모만 사용하는 그녀의 작업은 색상, 빛, 풍경을 의미하는 기하학 패턴이 특징인데, 색다른 문화와 장인 정신이 더해진 특별함으로 컬렉터들의 관심을 얻었다.

INSTARGRAM @contributions.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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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양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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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올라렌티의 라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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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올라렌티의 라운지
강렬한 존재감을 내뿜는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 파올라렌티가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한 이탈리아의 현대 미술 페어 아르티시마 Artissima의 라운지 공간을 연출했다.

지난 11월, 토리노 지역에 위치한 박람회장인 오벌 링고토의 라운지에 브라질 출신의 디자이너 페르난도&움베르토 캄파나 형제가 디자인한 메타모르포시 Metamorfosi 시리즈를 선보인 것.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메타모르포시는 인류와 환경에 대한 깊은 존중을 표하면서 원자재의 낭비를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구성된 5개의 소파로 구성된다. 마치 만개한 꽃잎이나 활기찬 해초 표면을 연상시키며 자유분방한 라운지 공간이 연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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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적인 크리스마스 선물

매혹적인 크리스마스 선물

매혹적인 크리스마스 선물

예상치 못한 디자인으로 매번 놀라움을 안기는 이탈리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포르나세티가 1년 중 가장 매혹적인 순간을 기념하기 위해 다양한 신제품을 공개했다. 무한한 상상력으로 마치 꿈의 장면을 포착한 듯한 포르나세티의 크리스마스 컬렉션은 테이블웨어부터 조명, 쿠션, 우산, 케이크 박스 등 다채롭다.

고혹적인 빨간색 립스틱을 칠한 여성을 그려 넣은 레드 립 플레이트, 연극 무대에서나 사용될 법한 멋스러운 우산 시리즈, 밀라노의 다비데 롱고니 베이커리와 협업해 만든 스페셜 크리스마스 케이크 박스 등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아이템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포르나세티의 독창적인 세계가 깃든 크리스마스 컬렉션으로 1년간 수고한 나를 위해 선물하고 싶다.

WEB www.fornasett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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