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하는 2024년의 문화예술계
한 해를 시작하는 지금, 다가올 새해 아트씬을 조망해본다.
2023년 아트씬은 소유보다 경험이었다. 2021년부터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던 아트마켓 열기가 급속하게 식었다. 상하이 롱 뮤지엄의 소유주이자 세계적 컬렉터인 류이첸과 왕웨이 부부의 소더비 홍콩 경매는 36%에 가까운 10여 점이 유찰되었으며, 추정가에도 못 미치는 저조한 성과로 마무리되었다. 지난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전 세계가 유동성 위기를 맞아 중국 경제가 어려워진 점, 특히 예상하지 못했던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 대 하마스 전쟁의 영향을 피하지 못한 점이 크다. 하지만 예술에 대한 관심, 그리고 그 세계에 속하려 하는 열망은 더욱 커졌다. 2023년 2회차를 맞은 키아프 프리즈 서울 공동개최 시즌인 9월에는 곳곳에서 연일 아트와 함께하는 파티로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런던과 파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흥미로운 현상은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에서 열린 포켓몬 컬래버레이션 전시(2023년 9월 28일~2024년 1월 7일)가 대히트를 기록한 것이다. 전시된 작품은 반 고흐의 그림 속 인물에 피카츄를 그려 넣은 6점이 전부였지만, 컬래버레이션 굿즈를 사려는 사람들로 상점은 북적이었다. 무료로 나눠주는 포켓몬 캐릭터 카드를 받기 위해 줄을 서고, 미술관 곳곳에서 보물찾기 게임을 하고, 세컨 마켓에서 값비싼 가격에 판매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점점 인기를 끌고 있는 캐릭터 산업이 순수미술 영역에 성공적으로 잠입한 사례가 아닐까. 저 먼 역사 속 반 고흐가 내 경험의 포켓몬과 결합해 강력한 힘을 발휘한 것이다. 2024년에도 문화예술을 경험하고, 또 그 속에서 소셜라이징을 강화하려는 현상은 심화할 것이다.
유럽에서는 베니스 비엔날레 아트(4월 20일~11월 24일)와 파리 올림픽(7월 26일~8월 11일)이 기다리고 있다. 베니스와 파리는 모두 꿈의 관광도시인데다, 파리 올림픽은 도심 곳곳에서 야외 경기를 펼치겠다고 밝힘으로써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예를 들면 콩코르드 광장에서 브레이크 댄스를, 세느 강변에서 수영대회를 여는 식이다.
아시아에서는 아트바젤 홍콩(3월 26~30일)이 242개 갤러리 참여를 약속하며 팬데믹 이전 규모를 회복하려는 야심을 펼치고 있다. M+뮤지엄, 그리고 세계적인 컬렉터 에이드리언 쳉이 이끄는 K11 뮤제아(Musea) 등이 대규모 이벤트를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도쿄 겐다이 아트페어(7월 5~7일)와 도쿄 아트위크(11월 첫째 주), 아트 컬래버레이션 교토(11월 첫째 주) 등의 빅 이벤트가 열리며 일본 내 자리 잡은 글로벌 갤러리, 브랜드와의 시너지를 강화할 것으로 본다. 서울에서는 프리즈 기간(9월 4~7일)에 광주 비엔날레(9월 7일~12월 1일)와 부산 비엔날레(9~11월)가 오프닝 시기를 맞추기로 했다. 이로써 국내로 유입하는 글로벌 인사들의 규모는 아트마켓을 넘어서 기관 및 국가 차원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여러 가지 정치 경제 상황을 고려해보았을 때 아트마켓에 대한 극적 반등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같다. 하지만 문화예술과 함께하는 이벤트 속에서 지속적으로 예술 애호가군을 확보하고 토양을 다지는 시기가 될 듯하다. 해외에서 ‘한국 문화’가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던 시기인 2023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필라델피아 미술관 등지에서 한국 현대미술이 널리 소개된 것처럼, 2024년에도 K 컬처(Culture)에 대한 무드가 계속 이어지리라 크게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