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치 럭셔리 아이콘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피에르 요바노비치가 첫 번째 뉴욕 갤러리를 오픈했다. 뉴욕의 오래된 로프트 하우스에서 프렌치의 우아한 숨결이 느껴진다.
“역사적인 건물에서 작업하는 것을 즐겨요. 이곳은 1891년 지어진 건물의 펜트하우스인데, 첫인상으로 오래된 공간에 비치는 자연광이 매력적이었어요. 건축적인 각도와 비율, 비대칭적인 벽난로, 독특한 컬러 등 공간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기에 집중했죠.” 프랑스 니스 출신의 인테리어 디자이너 피에르 요바노비치 Pierre Yovanovitch가 파리에 이어 뉴욕 첼시에 갤러리를 오픈했다. 피에르 가르댕 남성복 디자이너로 시작한 그의 프로젝트는 마치 여성의 드레스를 만드는 과정처럼 느껴진다. 내 몸에 꼭 맞는 재단, 섬세한 패턴 작업 등 각 전문가들이 협업해 예술적인 숨결을 불어넣는 하이엔드 패션의 맞춤형 접근 방식을 인테리어에 녹여낸 스타일로 이름을 알렸다.
그는 역사적인 장소에 현대적 미학을 풀어내는 여정도 즐긴다. 유럽의 뾰족한 산간주택 샬레의 형태를 살린 스키 리조트 ‘르 쿠쿠 Le CouCou’ 호텔, 17세기 프로방스 샤토의 오래된 흔적을 보존한 ‘파브레그 Fabregues’ 등 예술과 건축적 요소, 빈티지 가구를 혼합해 정제되면서도 세련된 그만의 스타일을 완성했다. 그래서 맞춤형 가구 제작은 그에게 당연한 과정이었다. 공간에 꼭 맞는 가구를 찾기 위해 목수, 도예가, 유리공예가 등과 협업한 그의 작품들은 마치 그 장소에 오래도록 존재한 듯하다. 요바노비치의 감각적인 디자인과 현지 장인들이 협업한 기술력을 담은 가구들은 뉴욕 알앤컴퍼니 R&Company 갤러리에서 두 차례에 걸쳐 선보였다. 이는 2021년 론칭한 그의 가구 브랜드 ‘피에르 요바노비치 모빌러 Pierre Yovanovitch Mobilier’의 발판이 되었다.
지난해 12월, 뉴욕 첼시 예술지구에 그의 가구를 선보이는 공간을 마련했다. 미국에서 여는 그의 첫 번째 갤러리다. 북미 디자인 프로젝트를 점차 확장해나가고 있는 그에게 전환점이 되는 순간이다. “지난 20년간 첼시 예술지구의 사무실로 사용된 공간이에요. 현대미술은 현재 제 디자인 프로젝트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이기에, 예술지구에 첫 번째 갤러리를연 것은 당연한 선택이었죠.” 사무실 형식이던 공간을 갤러리로 선보이기 위해 레이아웃을 전면 수정했다. 약 743㎡ 규모의 쇼룸은 벽이 없는 개방형 오픈 플랜으로 구성했다. 특히 가구를 선보이는 방식에 변화를 줬다. 80개가 넘는 그의 가구와 조명을 조화롭게 구성해 거실, 주방과 다이닝, 침실 등 다양한 주거 공간으로 선보인다.
“흔한 화이트 갤러리 스타일을 피하고 제 작품을 가까이서 접하게 하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어요. 주거 공간의 맥락에서 가구를 경험할 수 있는 갤러리를 구현하려 했죠. 마치 집처럼 이루어진 여러 방을 오가며 현대미술과 가구가 어떻게 어우러지는지 가까이서 보고 느낄 수 있어요.” 집에 초대받은 듯한 자연스러움은 정교한 계획과 까다로운 고민 끝에 탄생한 것. 열렬한 아트컬렉터답게 공간마다 작품도 세심하게 선별했다. 가구를 감상하며 공간을 상상하는 데에 너무 큰 존재감을 드러내며 ‘소리가 큰’ 작품보다 감상적인 작품을 찾았다. 카미유 앙로 Camille Henrot, 볼프강 틸만스 Wolfgang Tilmans, 프란체스코 클레멘테 Francesco Clemente 등 고요하고 절제된 감각의 현대미술 작품이 가구와 조화롭게 공존한다.
요바노비치의 시그니처로 자리잡은 벽난로도 빼놓을 수 없다. 석회를 바른 벽난로는 비대칭적인 곡선형으로 흐르며 뉴욕 하우스에 프렌치 감성을 한껏 더했다. 커다란 배관과 노출 천장, 오래된 나무 바닥과 함께 요바노비치의 가구들이 어우러지며 벽난로의 온기처럼 따뜻한 분위기가 머문다. “실무를 시작한 지 20년 만에 제 이름을 건 가구 브랜드를 론칭했어요. 평생의 꿈이 실현된 순간이었죠. 이곳은 미국에 오픈한 첫 갤러리이자 디자인 스튜디오로서 우리에게 전환점이 되어 줄거예요. 또 다른 꿈이 시작되는 순간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