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자연이 공존하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상반되는 두 단어의 조화로 탄생한 이 새로운 영역은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한 메종&오브제의 주된 테마였다. 이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트렌드관은 ‘바다, 사막, 열대’라는 3가지 주제 아래 펼쳐졌다. 올해의 디자이너로 선정된 마티유 르아뇌르는 미래의 생활방식을 제안하는 가상공간을 공개했다. 여기에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페클러스 파리가 선보인 다감각적 몰입형 유토피아까지 더했다. 기술과 자연이라는 공통된 주제 아래 새롭게 피어난 신비로운 세계를 탐험해보기 바란다.
Under the Sea
바다 속 해저 생태계에서 영감을 받아 신선하고 화려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청록, 터쿼이즈, 산호핑크 등의 색조로 해저 식물의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또 형형색색의 산호 모양 데코 아이템과 반짝이는 강물을 닮은 벽지 등으로 심연의 신비로움과 바다의 평온함을 담아냈다. 자연의 웅장함을 강조하는 동시에 해저 생태계의 다양성과 특유의 매력을 집 안으로 들여온 색다른 삶의 장면을 보여준다. 고요한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실내에서도 감상할 수 있는 인테리어다.
Mineral Desert
사막에 자리한 움막의 한 장면을 담아낸 듯한 공간. 사막의 광활한 풍경에서 영감을 받은 벽돌, 모래와 같은 얼시 Earthy한 색조, 그리고 거친 돌과 테라코타 소재를 중심으로 따스하고 고요한 인상을 남긴다. 또한 거친 질감의 돌로 제작한 탁자와 테라코타로 마감한 가구와 소품들로 하여금 자연의 원재료가 지닌 강렬함과 따스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사막을 닮은 인테리어는 현대적이면서도 자연스러운 디자인을 선호하는 이들에게 적합한 선택일 터. 따뜻하고 안정된 분위기 속 모던한 감각 또한 즐길 수 있으니 말이다.
To the Tropics
열대 지역의 활기찬 색채가 시야를 가득 채운다. 트로피컬 무드는 이번 전시회 곳곳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특히 프랑스 브랜드 산타노 Santano의 거대한 야자수 조명이 이 트렌드를 대표하는 하이라이트 중 하나였다. 화려하고 환상적인 분위기의 정글은 열대 생태계의 아름다움과 다채로운 생명을 표현하며 원시 숲의 활기찬 열기를 실내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열대 색상 팔레트의 무성함은 공간에 활력과 생명력을 부여해 인테리어에 새로운 활기를 더하는 중요한 움직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마티유 르아뇌르가 만든 유토피아
메종&오브제에서 올해의 디자이너로 선정된 프랑스 디자이너 마티유 르아뇌르 Mathieu Lehanneur. 그는 <월페이퍼>가 선정한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100명의 디자이너 중 한 명으로 실내 건축부터 가구, 접이식 자전거, 하이브리드 모터보트까지 다양한 영역을 아우른다. 특히 올해 열리는 파리 올림픽 성화봉과 성화대 디자인을 맡으면서 프랑스를 대표하는 디자이너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미니멀한 삶의 생태계를 보여주는 프로젝트 ‘아우토노미 Outonomy’를 공개했다. 몽환적인 노란색 설치물에서 마티유 르아뇌르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프로젝트의 주제인 ‘아우토노미’ 단어가 생소하다. 무슨 의미인가?
이 프로젝트는 모든 소음과 복잡함에서 벗어나기 위한 독립과 자유에 대한 갈망에서 시작됐다. 아우토노미 Outonomy 는 내가 만든 합성어로, 공동 생활을 긍정적인 측면에서 재고하기 위해 고안된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사는 것과 아름다움, 편안함을 추구하는 도전적이고 낭만적인 공간을 뜻한다.
현실과는 거리가 멀지만 분명 집의 형태를 갖추고 있는데, 미래의 집을 상상해본 것인가?
이 공간은 새로운 삶에 대한 방향 제시로 방문객에게 암묵적인 질문을 던지고자 했다. ‘당신은 새로운 생활 방식을 받아드릴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고 말이다. 분명한 것은 지하 깊은 벙커로 가는 길이나 종말에 대해 의문을 갖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앞으로 살고 싶은 미래의 삶에 대해 질문하는 것이다.
노란색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허구와 다큐멘터리 사이의 교차로에 서 있는 우리 모습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란색을 선택했다. 설치물 전체가 단색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건축물과 그 안을 채우는 물건들의 앙상블이 모두 이 반짝이는 노란색을 통해 연결되어 있다. 노란색은 이 프로젝트에 낙천적인 요소를 가져다 주기도 한다.
천장에 달린 열기구는 무얼 의미하는가?
집에 묶인 헬륨 드론 같은 것이다. 인간을 모니터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환경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해주는 장치다. 이는 우리가 주변을 다른 관점에서 보고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어떠한 메시지를 던지고자 했는가?
탈출하고, 숨쉬고, 어디에서든 살아가기. 이는 삶에 대한 프로젝트로, 앞서 말했듯이 방문객에게 암묵적인 질문을 던진다.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고. 우리는 우리 삶에 필요한 것에 대해 생각해보고 이를 기술과 결합하여 새로운 생활 방식을 창조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인간의 잊힌 본능에 기술을 결합하는 데 관심이 많다. 역설적이게도 기술이 우리의 인간성을 되찾게 해주는 경우 더욱 흥미를 느낀다. 발전된 기술 덕분에 더욱 잘 숨쉬고, 더욱 잘 자고, 더욱 잘 먹게 될 경우 말이다.
디자이너로서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단순히 ‘아름다운 작품을 창조’하는 것을 넘어서 사용자가 진정으로 바라는 ‘핵심’을 통해 문제해결하는 디자이너가 되려고 한다. 내게 병원의 호스피스 병동을 위한 프로젝트를 요청해오거나, 교회 성가대를 만들어 달라고 하거나, 하버드 대학과 협력하여 실내 정화를 위한 공기청정기를 개발할 때 비로소 디자인의 영향이 얼마나 강력한지,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깨닫게 된다.
Tech Eden
미래를 향한 새로운 관심사인 바이오필리아 Biophilia(자연과 생명을 사랑하는 인간의 본능)를 주제로 펼쳐낸 새로운 웰빙 세계, 테크 에덴.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이자 이 테마를 연출한 페클러스 파리 Peclers Paris는 테크 에덴을 통해 과학과 자연 사이의 관계에 깊은 발전을 강조하는 동시에 자연을 지속 가능하고 바람직한 미래 속에서 보여주고자 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다감각적 몰입형 설치물이 연출됐다. 냄새, 소리, 빛, 그리고 가상현실 공간으로 관람객을 안내해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 것. 관람객은 신화적이고 신비로운 풍경에 금새 몰입되어 미래 지향적인 유토피아를 현실 공간에서 경험하는 시간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