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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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한국의 멋에 주목하고 있다. 동양적 미감을 담아낸 가구, 전통 기술과 한지를 재해석한 조명 등 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한국 작가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김민재

뉴욕을 베이스로 활동하는 가구 디자이너. 미국에서 건축을 전공한 그는 공간에 녹아든 가구의 가치와 존재감을 이해한다. 유연한 곡선미의 나무의자, 유리섬유를 이어 붙인 달항아리 등 동양적 미학과 위트 넘치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그의 작품은 미국 현대 디자인 신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2023년 니나 존슨 갤러리에서 선보인 개인전 전경. © Dominik Tarabanski

현재 브루클린에서 작업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스트 윌리엄스버그에 있는 오래된 공장을 개조한 건물이다. 먼지가 나는 그라인더 작업을 위해 작은 야외 공간이 있는 지하실에 마련했다. 지난여름에 바로 옆 공간이 비어서 확장했다. 기존 공간은 쇼룸으로, 새로운 공간은 작업실로 사용하고 있다.

한국에서 10대를 보낸 뒤 미국으로 이주해 건축을 전공했는데, 가구를 처음 만들게 된 계기는? 

건축을 공부하며 자연스레 가구도 접했다. 건축과 입학 후 북유럽을 여행하며 공간에 완전히 녹아든 가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 이듬해 가구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꾸준히 배우며 작업했다. 졸업 이후엔 건축을 하면서, 상대적으로 작업 기간이 긴 건축보다 가구에 집중하게 되었다. 가구는 뚝딱 만들면 끝나니까!
예전의 양반 갓을 쓴 듯한 헬멧 램프 Helmet Lamp. © Clement Pascal

옻칠한 너도밤나무 의자, 유리섬유로 만든 달항아리 등 소재가 흥미롭다.

정확히 말하면 옻칠보다 래커칠에 가깝다. 한국 고가구를 워낙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옻칠 느낌이 나는 소재를 쓰게 되었다. 목재에 암주합색(옻) 스테인을 입히고 유광 래커를 올린다. 유연한 소재라 문지르면 반질반질하면서 깊은 마감이 되더라. 유리섬유에 사용하는 레진도 고르게 도포하지 않고 두껍게 바르는 걸 좋아한다. 둔탁한 빛깔이 가죽 같기도 하고, 유리 같기도 해서 즐겨 사용한다.

가장 애정하는 작품은?

지난해 런던에서 진행한 단체전 에 선보인 의자. 박쥐나 용의 날개를 모티브로 했는데, 참 떠나 보내기 아까웠다.
박쥐의 날개를 형상화한 배트 체어 Bat Chair. © Marta

2022년 어머니이신 아티스트 이명애 작가와 함께 협업 전시를 진행했다.

두 번째 개인전을 뉴욕에서 준비하며 내가 작품을 만들게 된 배경을 좀 더 공유하고 싶었다. 마르타에서 가진 첫 개인전에서 어머니 그림을 한 점 걸었는데, 내 작품과 자연스레 어울린 그때 감상을 이어가고 싶기도 했다. 전시 디스플레이를 마치고 어머니와 술 한잔 기울였는데, 그날은 정말 기분이 좋아 눈물이 났다.
어머니인 이명애 화백과 함께한 협업전에서 선보인 알루미늄 다이닝 체어. © Stefano Maniero

리스본의 디자인 스튜디오 가체&디모프스키와의 협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를 다닐 때 만난 친구들이다. 당시 뉴욕의 유명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일하던 그들이 독립 후 포르투갈로 가면서 협업을 제안했다. 그들이 유럽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알게 된 장인들과 작업할 기회를 준다기에 바로 수락했다.(웃음) 포르투갈을 기점으로 유럽에서 좀 더 다양한 컬렉션을 선보일 계획이다.

최근 준비 중인 전시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단체전을 준비하고 있다. ‘퓨처 퍼펙트 Future Perfect’에서 다섯 작가의 작품을 선보인다. 작고한 대작가인 이사무 노구치, 제이비 블렁크의 작품과 함께 선보이는 기회라 부담감을 한껏 안고 작업했다.(웃음)
현재 미국 디자인 신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김민재 작가. © Jesper Lund

INSTAGRAM @mnjaekim

 

오샛별

우뚝 솟은 산을 형상화한 플로어 조명 ‘베르그 Berg’.
베를린에서 한지로 만든 조명을 선보이는 오샛별 작가. 2013년 자신의 성씨인 오 Oh와 독일어로 ‘빛’을 뜻하는 리히트 Licht를 합친 오리히트 Oh-licht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조명보다 빛 조형물로 소개한다. 따스한 빛을 품은 그의 작품은 태동하는 생명체처럼 느껴진다.
작가가 가장 애정하는 작품 ‘카푸어 Kapoor’. 현대미술 작가 아니쉬 카푸어의 이름을 따 만들었다.

베를린에 정착한 이유는?

함부르크 미술대학을 다닐 때 전시를 보러 베를린을 자주 찾았다. 정돈되고 차분한 느낌의 함부르크와는 달리 베를린은 역동적이며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느낌이 좋았다. 더욱이 전 세계 어느 나라도 흉내낼 수 없는 배경이 흥미로웠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두 배경이 공존하는 곳은 베를린밖에 없으니까.

조명을 선보인 계기가 궁금하다.

처음부터 계획한 것은 아니다. 독일에서 오래 살다 보니 한국적인 것에 끌렸다. 또 무언가 나만의 이야기가 들어 있는 가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친구 집에 갔을 때 볼 수 있는, 할머니에게 물려받은 사이드보드나 책상 같은 것이 내게는 없었으니까. 그래서 한국 불교용품 전문점에서 구매한 연등 꽃잎으로 거실 조명을 만들었다. 조명을 본 친구들이 멋지다며 연이어 주문을 했고, 이를 시작으로 적극적으로 빛 조형물을 만들게 되었다.
천장에서 길게 늘어낸 설치 작품 ‘웨이 홈 Way Home’.

독일에서 만드는 한지 조명이라는 점이 특별한데, 한지를 주재료로 선택하게 된 이유는?

처음에는 일반 종이로 만들었는데, 대부분의 종이는 작업할 때 풀에 젖으면 찢어지거나 마르면서 금이 갔다. 독일에서는 빛을 통과시킬 정도로 얇으면서 튼튼한 종이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한지는 100% 닥나무 섬유질로 만들어 신축성이 좋다. 베를린에서 수제 종이 만드는 장인의 공방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한지의 가치에 대해 좀 더 배우게 되었다.

재료는 어디서 구하는가?

지금까지는 전주 한지를 직접 한국에 가서 구입한다.

작업 과정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달라.

한지와 등 나무살로 틀을 만들고, 잎의 끝 부분을 꼬아 하나하나 붙이며 모양을 잡아간다. 틀 안에 전구를 고정시킬 지지대는 황동으로 용접한다. LED 전구 불을 켜보며 잎의 전체적인 흐름을 구상해나간다.

조명의 모습이 마치 꽃잎을 겹겹이 이어 붙인 듯한 연꽃 같기도, 섬세한 깃털 같기도 하다.

한국인은 대부분 연꽃을 많이 연상시킨다. 하지만 유럽인들은 백조, 아티초크, 파인애플 등 다양한 상상의 날개를 펼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한지로 만든 잎을 직접 붙여 빛 조형물을 만드는 오샛별 작가.

기억에 남는 고객은?

첫 전시부터 지금까지 내 전시를 찾아준 노부부가 있다. 박테리아를 연구하는 저명한 박사 부부다. 해외에서 전시를 하면 그 지역에 사는 지인들에게 꼭 가보라고 추천도 해주신다.(웃음) 그리고 베를린에서 활동 중인 일본 작가 다와다 요코가 내 빛 조형물을 보고 ‘살아 있는 생명체 같다’고 표현해준 것이 기억에 남는다.

좋아하는 조명 디자이너는?

잉고 마우러의 재치와 이사무 노구치의 우아함, 드리프트의 자유로움을 좋아한다.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작품은?

종이가 플라스틱을 대신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종이의 단점을 잘 보완할 수 있는 재료를 만들어서 조명이 아닌 다른 일상 소품을 만들고 싶다.

INSTAGRAM @oh_lich

 

제레미 주

자연 소재로 미니멀하고 플랫한 가구를 선보이는 JDH 프로젝트 스튜디오.
토론토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 제레미 주. 2018년 자신의 한국 이름 주도현의 이니셜을 딴 JDH Projects 디자인 스튜디오를 설립해 미니멀하면서도 기능적인 가구와 오브제를 선보인다. 그는 토론토의 다문화적인 에너지, 한국의 문화 유산, 아시아와 아프리카 대륙을 넘나들며 음식과 예술, 그리고 디자인 분야에서 동서양을 연결하는 여정을 즐기고 있다.
이솝과 컬래버레이션한 ‘렌딩 라이트’ 프로젝트.

가구 디자인을 시작한 계기는?

내가 지향하는 삶을 표현하는 가구를 만들고 싶었다. 가구 디자인은 독학했고, 기술은 밀라노 출신의 제4세대 가구 장인 마스터에게 배웠다. 200~300년 전 가구를 복원하고 프렌치 폴리싱(목재 표면을 광택 마감하는 전통 기법)을 배우며 시작했다.

‘가구는 방을 지배해서는 안 된다’는 표현이 인상적이다.

도널드 저드가 가구와 예술 사이의 구분에 대해 이야기했다. 가구는 보기 좋을 뿐 아니라 기능성도 제공해야 한다. 우리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내 작품이 이러한 삶을 펼쳐질 수 있는 공간이자 플랫폼이 되기 바란다.
2023년 여름 가구 전시회 에서 함께 진행한 다이닝 행사. 자신이 만든 좌식 테이블에 8가지 코스요리를 선보였다.

디자인의 원동력은?

내 작품은 나에게 세상과 내 자리를 이해하는 창구다. 당연하게도 한국 문화가 내 작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을 순 없다. 정(情)과 한(恨)의 개념을 비롯해 내가 자란 방식, 먹는 음식, 언어 등이 내 작품과 디자인 철학에 깊게 뿌리 박혀 있다. 캐나다에서 성장한 과정도 그렇다. 토론토는 세계에서 가장 다문화적인 도시 중 하나다. 이곳에서 자라며 각국의 문화를 연결하는 데 자연스레 흥미를 느꼈다.

토론토의 디자인 신 Scene에 대해 소개해달라.

토론토는 현재 디자인의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다. 디자인 신은 꽤 작은 편이다. 주로 패션과 도예, 수공예품에 중점을 둔다. 다문화적인 도시로서 많은 예술가와 디자이너가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그들만의 언어로 다시 정의하고 있다.
이솝과 컬래버레이션한 ‘렌딩 라이트’ 프로젝트.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주목하게 된 이유도 궁금하다.

두 대륙 간에는 관습과 의식에서 많은 유사성이 있다. 다 함께 모여 밥을 먹는 문화나 좌식 생활 구조, 장인정신과 재료에 집중하는 것 등이 흥미로웠다. 이러한 형태와 재료, 철학을 스튜디오 작품에 녹아내려 한다.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최근 이솝과 협업한 ‘렌딩 라이트 Lending Light’ 설치 작업. 내 첫 번째 조명 컬렉션으로, 한지로 감싼 유리와 나무 프레임을 구성했다. 토론토 퀸 스트리트 웨스트에 위치한 이솝 매장에 조명과 함께 테이블, 향로, 기타 조각품을 전시했다. 우리는 토론토에서 레스토랑을 여러 개 운영하는데, 오프닝 행사에서 함께 일하는 마이키 킴 셰프의 한국식 카나페를 즐겼다. 프로젝트 과정을 담은 짧은 영화도 상영했다.
동서양을 넘나들며 한국적 정서가 녹아든 작품을 선보이는 제레미 주 작가.

좌식 문화가 낯선 북미에서 ‘낮은’ 가구들에 대한 반응은?

나는 한국에서 자랐기 때문에 바닥에 앉아 식사하는 것이 더 편했다. 땅과 가까이 앉았을 때 좀 더 많이 겸손함과 솔직함을 느낄 수 있다. 북미는 유럽의 입식 문화가 익숙하지만, 우리의 낮고 깊은 디자인에 대해 열려 있다. 지난여름 가구 전시회를 개최하며 낮은 테이블에서 다이닝 행사를 가졌다. 모두가 바닥 쿠션에 앉아 내가 만든 테이블 위의 8가지 코스요리를 즐겼다. 넓은 테이블에 지정된 좌석 없이 편안하게 자리를 옮기며 공간과 상호작용하는 모습이 좋았다.

최근 몰두한 활동이나 관심사는?

언제나 음식. 내가 선택한 공간에서 내 가구를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식사와 와인 파티를 통해 삶을 더욱 풍부하게 즐기려 한다. 셰프 친구들과 함께 다양한 식사 경험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몬트리올과 뉴욕에서도 진행할 계획이다.

INSTAGRAM @jeremy.j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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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으로 그린 바다

흙으로 그린 바다

흙으로 그린 바다
보드라운 모래를 굳혀 내면의 바다를 완성한 오다교 작가의 캔버스. 자연 소재로 만든 물결은 우아하게 굽이치면서도 힘이 느껴진다.
커다란 캔버스가 세워져 있는 작업실 전경. 오는 4월에 선보일 단체전을 준비 중이다.
거친 질감을 가졌지만 유연한 움직임이 그려진다. 투명한 모래 위로 밀려오는 고요한 물결을 그린 <스틸 Still>, 이와 대비되어 역동적인 파도의 움직임을 담아낸 <워크 온 워터 Walk on Water>. 때로는 짙은 이끼 향이 날 것 같은 숲의 잔상을 표현한 <포레스트 Forest> 등 자연 재료를 사용해 평면 작업을 선보이는 오다교 작가는 자연이 주는 에너지에 주목한다. “식물을 키우며 흙을 자주 만지곤 했는데, 무궁무진한 자연을 만들어가는 흙의 힘이 신비로웠어요. 어떤 생명이 탄생하는 자연의 재료잖아요. 그래서 이 흙으로 그림을 그리면 또 다른 생명이 탄생하지 않을까 생각했죠.” 파리 유학 시절, 작가는 생명과 예술의 근원에 대해 탐구하며 흙의 물질 개념을 다양한 매체로 표현했다. 설치 작품, 영상, 사진 등 여러 번의 과정 끝에 그는 흙에 아교를 섞어 페인팅으로 시도했다. 오랜 과거의 고분 벽화처럼 캔버스만의 생명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바다의 물결을 그린 작품이 걸린 작업실.
“흙과 모래에 아교를 배합해 마대에 뿌리거나 칠하는 방식으로 작업해요. 본드처럼 단단하게 고정되지 않고 흘러내리는데 자연스러운 느낌이 좋더라고요. 그래서 캔버스를 눕혀서 작업합니다.” 작업 과정을 듣고 보니 커다란 캔버스가 뉘여 있는 작업실이 이해되었다. 그는 오는 4월에 성남큐브미술관에서 선보일 단체전을 준비 중이다. 기후 위기를 마주한 예술가의 시선을 조망하는 전시로, 죽어가는 자연에 대해 표현하고자 했다. “환경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있어요. 작업 과정에서도 내 작품이 지구에 누가 되지 않는 방법을 고민하고요. 최대한 자연 소재에 집중하거나, 본드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도 그러한 고민 중 하나죠.”
작업실 벽면에 가지런히 정돈된 작업 도구들.
환경에 대한 고민은 멀게 느껴지다가도 일상에서 문득 크게 와닿는다. 매 순간 빛이 달라지는 가로수나 산책할 때 느껴지는 포근한 바람이 때로는 가장 큰 위안을 주는 것처럼, 작가는 자연에 대한 감상을 소중히 하며 그 필요성에 대해 말한다. 특정 시기나 계절마다 느껴지는 인상을 꾸준히 포착하려는 이유다. “스케치로 구성한다기보다는 그리고 싶은 장면을 먼저 사진으로 포착해요. 그러고 나서 확대하거나 단순화하며 프레이밍하죠. 그 순간의 감상을 섬세히 바라보려 해요.” 그런 그가 가장 애정하는 작품은 ‘물’을 표현한 시리즈다. 작업실에 걸어놓은 작품들 역시 고요한 바다나 잎이 떠다니는 물웅덩이를 그린 것이다. 작년 말 서정아트 부산에 이어 지난 1월부터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에서 진행하고 있는 개인전 ‘Oh Dakyo: Undine’는 ‘물’을 주제로 작업한 작품을 모아 물이라는 자연 요소의 평온함을 그려냈다. 서양 연금술에 등장하는 물의 정령 운디네를 타이틀로 내세워 신비로움을 더한다.
자연 소재를 평면 작업으로 선보이는 오다교 작가.
“내 안에 언제나 바다가 있다고 느껴요. 물을 표현한 작품, 특히 바다 시리즈는 그런 나의 내면을 닮았다는 생각을 해요.” 바다에서 나고 자란 그에게 물은 만물의 근원처럼 느껴졌다. 물방울처럼 고정된 형태가 없던 부드러운 흙가루가 단단한 형태를 만들어가며 물결을 이뤄내는 작업은 그에겐 내면을 채워가는 과정이다. 작가는 단단히 굳힌 흙에 이어 또 다른 여정을 준비 중이다. “흙으로 이렇게 많이 작업할 줄은 몰랐어요.(웃음) 흙이라는 소재로 충분한 작업을 했으니 다른 소재도 구상해보고 있어요. 사실 처음에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빛이었어요. 이처럼 물이나 공기, 불 등 또 다른 자연 요소를 표현해보고 싶어요. 바람이나 안개도 흥미로울 것 같아요.”  

SPECIAL GIFT

오다교 작가에게 증정한 끌레드뽀 보떼의 더 세럼은 피부 본연의 힘을 일깨워 생기 있고 매끄러운 피부를 완성시켜준다. 또한 피부에 고르게 퍼지고 빠르게 흡수되어 24시간 보습 효과를 유지시킨 후 피부의 길을 열어 다음 단계 제품의 흡수를 높여준다. 50mL, 3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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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그래퍼 류주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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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NIC OBJ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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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웨어 신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두 브랜드를 파리에서 만났다.

에르메스의 뉴 테이블웨어 컬렉션

파리에서 진행된 ‘트레사주 에퀘스트르’ 컬렉션 전시 전경. © Maxime Verret
이번 컬렉션의 컨셉트는 ‘에르메스 트레사주 에퀘스트르 Hermès Tressages Equestres’. 에르메스의 기원이 된 마구 장식과 브레딩 Braiding 기법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 새롭게 선보인 ‘할로 플레이트 Hollow Plate’ 10개를 포함해, 총 27개로 구성됐는데 면과 가죽 실이 서로 얽혀 있는 모티브는 에르메스 장인의 손길뿐만 아니라 말과 기수, 그리고 이들을 연결하는 관계까지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번 전시는 테이블웨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베누아 피에르 에머리 Benoît Pierre Emery 지휘 아래 에르메스 스카프 디자인을 주로 맡아온 비르지니 자맹 Virginie Jamin이 디자인을 맡아 화제가 됐다. 정교하고 치밀한 선으로 작품에 볼륨감을 부여하는 그녀의 디자인은 생명력 넘치는 형태로 다채로운 이야기를 전한다.  

INTERVIEW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베누아 피에르 에머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베누아 피에르 에머리. © Denis Boulze

트레사주 에퀘스트르 컬렉션은 마구 제작에 사용되는 ‘땋은 장식’에서 영감을 받아 작품마다 색상과 디자인이 모두 다른 끈의 묘사가 흥미로웠다. 무엇을 보여주고자 했는가?

이번 컬렉션 디자인은 에르메스 하우스에 있어 매우 중요한 작업이자, 에르메스를 구성하는 다양한 작업의 연결고리인 드로잉 Drawing에 대한 헌사라 할 수 있다. 특별한 효과를 가미하지 않은 선명하고 단순한 선들은 오브제에 생기를 불어넣고 특유의 아름다움을 발산시킨다. 예를 들면 때때로 말의 배 밑으로 묶여 드러나지 않는 스트랩의 아름다움 같은 것이다. 절제되고 섬세하면서도 매혹적인 드로잉은 디테일과 인내로 만들어진다. 땋은 실 Braids의 모듈 같은 유연한 구조는 볼륨감이 살아 있는 포슬린 소재 위에서 스토리텔링과 추상적 아이디어의 접점을 그래픽적으로 표현하는 데 있어 완벽하다.
파리에서 진행된 ‘트레사주 에퀘스트르’ 컬렉션 전시 전경. © Maxime Verret

이번 컬렉션은 비르지니 자맹과 함께한 협업으로 선보였다. 이번 작업을 통해 담아내고 싶었던 것은?

우리는 멋지고 유니크한 드로잉을 구사하는 비르지니 자맹과 협업하기를 오랫동안 원해왔다. 그녀는 전통과 모던함 사이에서 밸런스를 추구하며, 에르메스 고유의 스타일을 구현하는 능력이 있다.

에르메스 특유의 예민한 색채 감각이 돋보였다. 어떻게 탄생했는가?

컬러 또한 에르메스의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데 중요한 요소다. 컬러는 몇 가지 전제를 반영했다. 스트링 라인의 라이트 그레이 컬러는 연필을 떠오르게 하는데, 단순하지만 포슬린 소재와 가장 잘 어울린다. 테라코타는 대지를 연상시키며 컬렉션 전체에 리듬과 온기를 부여한다. 블루, 그린, 옐로의 활기찬 터치는 마치 문장의 구두점처럼, 신선함과 놀라움을 선사함과 동시에 시간이 지나도 제품의 멋스러움을 유지할 수 있게 한다.  

바카라와 메종&오브제의 만남

리큐르와 바카라 바 웨어의 시그니처 디자인을 조화시킨 칵테일. © Laurine Paumard Photographe
바카라 잔들이 영상 퍼포먼스로 벽과 바닥을 장식하고 있다.
창립 260주년을 맞은 바카라는 오랜 역사와 명성에 걸맞게 올해 전시 규모를 대폭 확장해, 몰입형 전시 <연금술, 몰입형 경험 Alchemy, the Immersive Experience>를 선보였다. 전시장에는 시대를 초월하는 예술품 바카라 아이코닉 컬렉션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은 매력적인 작품들이 그 자체로 존재감을 뿜어냈다. 마치 큐브를 연상하게 하는 전시 공간에서 펼쳐지는 영상 퍼포먼스는 로레인 Lorraine 공방에서 시작된 바카라의 모험과 여정, 장인정신을 차례로 소개한다. 파사드를 따라 공중 부양하는 총천연색의 바카라 잔을 보다 보면 시공간을 초월해 1764년 바카라가 탄생한 작업실로 타임슬립한 듯한 신비로운 착시 현상마저 일으킨다.  

INTERVIEW
바카라 코리아 강준구 대표

메종&오브제에서 열린 바카라의 몰입형 전시 <연금술, 몰입형 경험>.

메종&오브제 기간에 선보인 <연금술, 몰입형 경험> 전시에 대해 설명해달라.

한 편의 시와 같이 바카라의 작업실로 떠나는 여정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다. 영상을 통해 바카라 크리스털 공예의 마법 같은 전 과정을 공개함은 물론 특별한 몰입형 경험을 선사한다. 자연의 네 가지 요소인 흙, 공기, 불, 물을 유례없이 순수한 크리스털로 변화시킨 장인들의 놀라운 이야기이기도 하다. 전시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10년 전 바카라에 빠져들게 된 때가 떠올랐다. 그 경험을 많은 이들에게 간접적으로나마 전달할 수 있어서 기쁘다.

바카라 코리아의 수장으로서 창립 ‘260년’이라는 숫자를 보면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260년이라는 시간을 지내오면서 끊임 없이 새로운 기술과 함께 발전하면서도 고유의 가치를 잃지 않는 바카라와 이 순간을 함께할 수 있어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이 소중한 가치를 어떻게 잘 전달할 수 있을지 끊임 없이 고민하면서 특별한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있다.
바카라 코리아 강준구 대표.

메종&오브제 전시 작품을 한국에서도 만날 수 있다고 들었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준 영상 퍼포먼스는 2월 중순부터 메종 바카라 서울에서 재연된다. 국내에서는 ‘바카라, 연금술사의 방’이라는 부제로 공간을 꾸밀 계획이다. 혹시라도 이번 메종&오브제에서 볼 기회를 놓쳤다면 꼭 방문해 관람하기 바란다.

바카라의 유산을 하나로 이어주는 철학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260년에 걸쳐 이어진 바카라의 유산은 변함 없는 품질과 뛰어난 아름다움에 대한 우리의 약속에서 비롯됐다. 프랑스 동부 작은 마을의 명칭인 ‘바카라’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프랑스식 축하와 삶의 기쁨을 가리키는 상징이 되었다. 우리는 이를 통해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할 것이며, 이는 앞으로도 계속될 바카라의 핵심 철학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다양한 협업을 통해 삶 속의 예술적 가치를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바카라를 통한 럭셔리 라이프스타일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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