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디자인 스튜디오 발레리 오브젝트의 대표 베를레 웨네스. 집과 갤러리를 오가며 일상의 예술을 향유하고 있는 그의 삶 모습.
정제된 디자인과 컬러풀한 색감으로 많은 주목을 받는 발레리 오브젝트 Valeire Object. 첫 가구를 디자인한 벨기에 디자인 스튜디오 뮬러 반 세베렌 Muller Van Severen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린 이가 바로 베를레 웨네스 Veerle Wenes다. 건축학을 전공한 뒤 그래픽 사무실을 운영하던 그는 2010년 벨기에 앤트워프에 발레리 탄 Valerie_traan 갤러리를 오픈했다. 이후 다양한 예술가들과 소통하고 후원하며 앤트워프의 아트, 디자인, 건축 전시를 기획해왔다. “2011년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인 파인 뮬러 Fien Muller와 하네스 판 세베렌 Hannes Van Severen에게 실용적인 가구를 디자인해달라고 부탁했어요. 나는 기능적이면서도 경쟁력 있는 상업 제품 컬렉션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그게 바로 발레리 오브젝트의 시작이었죠. 세락스 Serax의 CEO에게 연락해서 함께해보자고 제안했고, 그가 수락했어요. 이후 마틴 바스 Maarten Baas와 함께 커틀러리 시리즈를 디자인해 2015년 파리 장식미술 박물관에서 전시도 했죠.” 이후 2022년에는 그와 정원 가구 컬렉션을 선보이기도 하며 홈 액세서리, 가구, 조명, 테이블 웨어로 점차 제품군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베를레 웨네스는 1970년대 가구 쇼룸이던 공간을 개조해 갤러리 겸 집으로 사용한다. 19세기 벽돌로 지은 오래된 건물과 콘크리트로 지은 모던한 건물을 합쳐서 만든 공간. 평범한 것을 특별한 방식으로 재구상하는 그의 창의성을 엿볼 수 있다. 두 건물 사이에는 넓은 창으로 인근 대성당이 보이는 밝은 아트리움이 자리하는데, 하얀 벽과 대비되는 헤링본 패턴의 석조 바닥이 눈에 띈다. 흰색 벽이 점차 회색빛으로 물드는 늦은 오후가 되면 비로소 전시 공간에서 온전한 그의 집이 될 시간이다. 집 안 곳곳에는 디자이너들과 함께 만든 생활 제품이 놓여 있다. 오피스뿐 아니라 거실과 주방에서 직접 만든 제품을 사용하고 요리하는 시간이 그에겐 더없이 뜻 깊다.
“나는 일하는 곳에서 살고 싶었어요. 전시에 많은 에너지를 쏟기도 하지만 그 일부가 되고 싶었거든요. 일상 속에서 사람들과 이야기, 조각에 둘러싸여 있고 싶었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개념, 새로운 전시회, 새로운 회의, 새로운 사물을 창조하기에 최적인 장소 같아요.” 발레리 오브젝트는 뮬러 반 세베렌과 처음으로 계약을 맺은 뒤 빅 게임, 넨도, 마틴 바스 등 다양한 디자이너와 협업해왔다. 테이블, 찻주전자 등 함께 만든 제품을 들여다보면 각각의 디자이너가 지닌 뚜렷한 개성을 느낄 수 있다. 이 부분이 바로 베를레 웨네스가 추구하는 이상향이기 때문이다. “우리 개념은 매우 간단해요. 강력한 아이덴티티를 지닌 창작자들과 독특하면서도 접근하기 쉬운 일상용품을 개발하는 거죠. 나는 자신의 스타일을 개발하려는 디자이너의 의지와 자신의 취향에 맞게 신중한 선택을 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모두 이해합니다. 물건이 사적인 이야기의 일부가 될 때 점점 더 애착을갖게 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