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숙 아트앤라이프스타일 갤러리가 5월 30일부터 6월 29일까지 이정은 작가의 개인전 <모나드의 변주 Variations of Monad>를 연다. 이정은 작가는 전통 민화를 소재로 하여, 입체적인 도자를 활용한 저부조 평면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민화에 담긴 우리 선조들의 염원과 긍정적 메시지를 표현한 이번 전시에 대해 그녀와 이야기 나눴다. ADD 서울특별시 강남구 압구정로80길 37
이번 전시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달라. 3년 만의 개인전이다. 공백기 동안 새로운 작업 방식에 대해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꽃이 만개한 순간을 그린 <화훼도-절정>, 가정의 평화를 기원하는 <화조도-가화만사성> 등 기존에 선보인 민화 주제를 새로운 기법으로 표현했다. 인간문화재 정수화 선생님에게 옻칠, 금박 자개 등을 배우고, 이를 적용시켜 이전보다 다채로운 재료와 색감에 도전했다. 주제도 확장해 <십장생>, <오봉장생도> 등 불로장생의 염원을 담은 신작들을 함께 선보인다.
민화를 주제로 선보이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선조들의 민화에는 우리 삶을 지탱하게 해주는 그 무엇인가가 담겨 있다. 타인에게 복을 빌어주기 위해 그린 민화는 전쟁, 기근 등 고난과 역경 속에서 오히려 더 많이 그려졌다. 힘든 현실을 해학적으로 바라보고 서로를 응원하며 어려운 시기를 이겨낸 것이다. 내 작품 역시 보는 이로 하여금 희망과 위로 같은 따스함이 느껴지기 바란다.
세라믹을 평면에 구현하기 위해 고려한 부분은? 도자 작업은 입체적이고 실용성을 기반으로 한 공예적 속성이 있다. 이를 회화적 작품으로 영역을 확장하고자 저부조 평면 작업을 선보이게 됐다. 도자라는 매체는 벽면 작업을 할 때 물성 때문에 무게와 크기 제한이 있다. 작은 도자 유닛을 활용해 나다운 방식의 평면 작업을 하게 되었다.
그동안 강조해온 질감 표현과 더불어 금(은)박을 시도했다. 전업작가로 활동한 지 15년이 넘었더라. 그동안 나의 작업은 화이트가 주류를 이루었다. 켜켜이 쌓인 흙의 질감을 강조하면서도 도자 본연의 물성을 가리지 않기 위해 금(은)박을 사용하게 되었다. 내추럴한 작업을 해왔기에 이번 전시처럼 과감하게 금과 은을 사용한 작업은 용기가 필요했다. 작품의 성격과 메시지에 맞는 재료에 새롭게 도전하면서 작품 세계가 더욱 풍요로워졌다고 생각한다.
주제에 따라 금박과 은박을 다르게 적용한 이유는? 금은 세속적인 것과는 구분되는 신성하고 고귀한 분위기가 있다. 그래서 <십장생>에서 보여지는, 현실이 아닌 아름다운 꿈 속 세계의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위해 사용했다. 은은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속성을 지녔다. 이 역시 <산수도>에서 보여지는 산의 다채로움과 신비로움을 표현하기에 적합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무엇인가? 내가 정의하는 민화의 정신은 어떤 사물이나 물상에 의미와 상징을 부여하며 삶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다. 모든 물상에 깃든 길상의 의미처럼, 삶의 모든 순간 역시 복된 의미들이 반복적으로 부여되어야 가치 있고 풍요로워진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우리의 삶을 행복으로 채울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