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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예술과 사회 문제에 대해 탐구하는 프랑스 개념미술가 클레어 퐁텐.

플라스틱으로 만든 레몬 작품 <이민자들>.

LED 라이트박스 작품.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의 주제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

‘클레어 퐁텐 Claire Fontaine’. 이름만 듣고 여성 작가이리라 짐작하면 큰 오산이다. 이들은 남, 여로 이루어진 듀오 아티스트 그룹이다. 2004년, 프랑스 파리에서 결성된 클레어 퐁텐은 스스로 레디메이드 Ready-made 아티스트임을 표방하며 후기 자본주의 시대의 예술과 정치적 상황을 비판적으로 성찰해왔다. 이들은 이름을 통해서도 작가의 특수한 정체성을 보여준다. 풀비아 카르나발레 Fulvia Carnevale와 제임스 손힐 Jamese Thornhill이 유명한 문구 브랜드에서 이름을 차용해 설립한 클레어 퐁텐은 이 두 조력자에 의해 운용된다. 여기서 ‘조력자’라 지칭하는 이유는 작가 스스로를 개성화된 독단적인 예술가가 아니라 타협과 토론, 타인과의 교류를 통해 변화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작가가 견지하는 사회 정치적 입장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한 영어로 ‘맑은 샘’을 의미하는 클레어 퐁텐은 마르셀 뒤샹의 작품 <Fountain>에 대한 직접적인 경의를 표하는 동시에 레디메이드의 가능성, 즉 우리 모두를 소외시키는 주체성의 정해진 역할을 거부하고 자유의 공간을 상상해보는 새로운 제안을 제시한다.

아틀리에 에르메스의 전시 전경.

클레어 퐁텐을 이끌고 있는 작가 폴비아 카르나발레와 제임스 손힐.

아틀리에 에르메스에서 열리는 클레어 퐁텐의 개인전 <아름다움은 레디메이드: Beauty is a Ready-made>는 작가의 아시아 첫 개인전이라 더욱 의미가 깊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대표작 10점은 동시대 시각 문화는 물론, 긴급한 정치적 의제를 다룬다. 특히 2024년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 주제로 채택되어 관심이 더욱 집중되는 네온 작품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 Foreigners Everywhere>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우리 안 타자의 문제를 강렬한 메시지로 전달한 작품이다. 이번 한국 개인전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한글도 발견할 수 있다. 어두컴컴한 전시 공간에서 유난히 빛을 내는 네온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대형 작품 여러 개와 마주하게 된다. 이는 깨진 액정 화면을 통해 바라본 이미지를 라이트 박스 광고판으로 치환해 동시대 시각 문화에 대한 통찰은 물론, 약자와 기후 재앙, 재난 등 우리 시대의 제반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또한 이번 전시의 관전 포인트이자 신작인 <컷업: Cut-Up>은 작가가 거주하는 이탈리아 팔레르모의 이주 역사와 문화적 복합성을 보여주는 몰입형 바닥 설치물이다. 맞다. 바로 관객이 밟고 서 있는 바닥재가 바로 작품인 거다. 그뿐만 아니라 전시 동선을 따라 걷다보면 자연스레 발에 치이는 레몬 역시 작품의 일부. 이 레몬은 경제적으로 열악한 유럽 남부의 상징이자, 쓸모 없고 거추장스러운 이민자를 비유한 것이다. 클레어 퐁텐은 단순히 작품 감상을 넘어서 관람객을 참여와 탐구의 여정으로 이끌며 전시 공간의 경계를 넘어 현실과 예술, 정치와 사회적 문제를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신선하고도 풍부한 경험을 안긴다.

전통 수공예와 현대 미니멀리즘의 정수를 선보이는 아트 갤러리 스튜디오트웬티세븐이 뉴욕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다.그들만의 미감을 담아낸 갤러리는 고요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활기차고 열정적이다.

토크와세 다이슨 Torkwase Dyson의 그림 아래에 피에르 오거스틴 로즈 Pierre Augustin Rose의 소파와 프란체스코 발자노 Francesco Balzano의 커피 테이블을 배치한 갤러리 입구.

“몇 년 전 마이애미에 첫선을 보인 이후, 뉴욕의 열렬한 아트 시장은 우리가 나아갈 다음 스텝이라는 것을 언제나 알고 있었어요. 오랜 시간 딱 맞는 장소를 물색하고 있었는데, 집 바로 맞은편에서 발견했죠.” 현대적이고 컬렉터블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아트 갤러리 스튜디오트웬티세븐 STUDIOTWENTYSEVEN이 뉴욕 트라이베카에 새로운 프라이빗 갤러리를 오픈했다. 2018년 마드리드 출신의 갤러리스트 나초 폴로 Nacho Polo와 파트너 로버트 오누스카 Robert Onuska가 함께 론칭한 스튜디오는 마이애미에 위치한 여느 사우스비치 스타일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 었다. 질감이 살아 있는 미니멀리즘 디자인과 전통적인 수공예의 미학을 선보인 것. 열정적인 컬렉터이기도 한 그들이 직접 큐레이션한 작품들은 뉴요커들의 관심을 끌었다.

소파와 암체어는 샬럿 빌트겐 Charlotte Biltgen, 커피 테이블은 루이스 릴젠크란츠 Louise Liljencrantz.

오타니 워크숍 Otani Workshop의 청동 조각 <부엉이와 소년: Owl and Boy>. 조각 뒤로 보이는 브라스 벽등은 얀 가른차레크 Jan Garncarek.

크림색의 아치홀 너머로 보이는 입구. 소파는 피에르 오거스틴 로즈, 커피 테이블은 프란체스코 발자노. 테이블 앞에는 막심 부티리에 Maxime Boutillier의 프라하 체어.

뉴욕의 플래그십 스토어는 그들의 반응에 부응하기 위한 당연한 과제였다. 오랜 시간 장소를 물색한 끝에 그들에게 운명 같이 찾아온 공간은 재미있게도 바로 그들의 집 맞은편이었다. “2년 전 갤러리 자리를 찾고 있었는데, 우리에게 가장 완벽한 공간을 집 바로 건너편에서 찾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웃음) 우리는 뉴욕시의 상징적인 현대 건축물 중 하나인 헤르조그 앤 드 뫼롱 Herzog&de Meuron이 설계한 건물에 살고 있어요. 하지만 우리를 끌어들인 건 창문으로 마주 보이는 1900년대 초반의 클래식한 네오 르네상스 양식의 빌딩이었죠. 어쩌면 역사적인 이 곳에 자리 잡은 것은 당연했는지도 몰라요.” 뉴욕 처치 스트리트 모퉁이에 자리한 이 건물은 1901년 당대 최고의 건축가 헨리 J 하덴버그 Henry J Hardenbergh가 설계한 곳이다. 그는 더 플라자 호텔 The Plaza Hotel, 다코타 Dakota 등 뉴욕시의 아이코닉한 랜드마크를 설계했다.

청동 테이블 위로 거대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샹들리에는 프라티크 야인 Prateek Jain&고탐 세스 Gautam Seth.

4.8m 높이의 층고가 인상적인 갤러리 전경. 문 옆의 새하얀 조각품은 제네시스 벨랑거 Genesis Belanger. 안쪽 코너에는 프란체스코 발자노의 데스크와 앙토니 게레 Anthony Guerrée의 알버틴 체어 Albertin Chair를 배치했다. 펜던트 조명은 루카 스테파노 Luca Stefano의 LS08E.

갤러리 가장 안쪽에 자리한 엠마누엘 시몬 Emmanuelle Simon의 라쿠 야키 바 캐비닛 Raku Yaki Bar Cabinet.

철거되어 컴컴한 1층을 만난 폴로와 오누스카는 이곳이 과거의 화려함을 되찾을 수 있으라는 것을 알았다. 약 650㎡의 광대한 공간 역시 기념비적인 규모의 개인 컬렉션과 거대한 조각 작품을 선보이기에 적합했다. “고요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했어요. 우리가 대표하는 작가와 디자이너들의 아름다운 작품을 강조할 수 있도록. 그러면서도 개인적인 디자인 미학을 반영하고자 했죠. 전형적인 ‘화이트 박스’가 아닌 강력하면서도 일관된 분위기예요.” 2년간에 걸쳐 꼼꼼하게 인테리어 디자인 과정을 거쳤다. 폴로와 오누스카는 디자인을 직접 디렉팅하며 원하는 공간을 완성했다. 마치 자신의 집을 확장한 듯한 느낌이었다. 고전적이면서도 정교하게 조각된 건물 외관과 아름답게 복원된 기존 삼중 문으로 이어지는 돌 입구의 계단은 갤러리 내부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킨다. 거대한 문을 열면 가장 먼저 따스한 햇볕이 반긴다. 갤러리를 둘러싼 4.8m 높이의 여덟 개 창문 너머로 하루 종일 내부 깊숙이 자연 채광이 들기 때문이다. 벽과 천장을 채운 어두운 아이보리색과 바닥의 천연 참나무 마루는 햇빛을 받으며 더욱 깊고 따스한 색감을 자아낸다. 내부에는 지중해에서 영감을 얻은 곡선형의 벽과 원형 홀, 3.6m 높이의 아치형 통로로 부드럽게 만들었다.

바닥 가장자리를 따라 이어지는 은은한 조명은 내부 작품을 강조하기 위해 조명 디자인 스튜디오 로저바토레 L’observatoire와 협업했다.

콘솔은 에르베 랑글레스 Hervé Langlais의 사일로 Silo. 패브릭 체어는 마틴 마스 Martin Massé의 아가타 Agatha.

곡선형의 코너에 자리한 엠마누엘 시몬의 바 캐비닛.

추상적인 형태의 회화는 캐서린 버나드 Katherine Bernhardt의 <DR. TEETH+DORITOS>. 베이지 컬러의 암체어는 벨론부요 Bellonbouillot의 포 Paw 체어.

갤러리를 채우는 수많은 디테일 중 가장 신경 쓴 요소는 레바논 베이루트의 장인들과 협업한 나무 문이다. 3m 높이의 밤나무 문을 직접 조각했다. 섬세하게 조각된 디테일은 하루 종일 자연광을 반영하며 움직임을 더한다. 문 너머에는 갤러리만의 미감을 담은 비밀 도서관이 숨어 있다. “우리는 클래식과 컨템퍼러리 요소 섞는 것을 좋아합니다. 작은 서재는 고전적인 도서관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클래식한 아이덴티티를 강화하기 위해 보르도 톤의 빈티지 책들을 채워 넣었죠.” 이와 함께 갤러리 대표 작가들의 현대적인 조명과 가구를 배치했다. 마지막으로 정면 벽에는 개인 소장품인 프랑스 예술가 아나스타샤 베이 Anastasia Bay의 그림을 걸었다.

둥근 형태의 바 캐비닛은 로라 곤잘레스 Laura Gonzalez의 그란치오 바 캐비닛 Granchio Bar Cabinet.

프라이빗 라이브러리. 호주 조명디자이너 로즈 가담 Ross Gardam이 제작한 캐스트 크리스털 테이블 램프, 플라스틱 의자를 단단한 청동으로 재해석한 프랑스 예술가 루나 파이바 Luna Paiva의 체어 등 현대 작품을 추가했다.

동물 다리처럼 생동감 넘치는 벤자민 푸코 Benjamin Foucaud의 콜로라도 캐비닛 Colorado Cabinet.

폴로는 예술에 대한 깊고 친밀한 대화를 펼 수 있는 공간을 꿈꿨다. 그 때문에 새롭게 오픈한 공간에는 그의 개인 아트 컬렉션을 다수 선보였다. 아나스타샤 베이, 알렉스 프래거 Alex Prager, 케이티 스타우트 Katie Stout 등 그가 개인적으로 모은 컬렉션은 뉴욕 갤러리 오프닝을 위해 독점적으로 제작한 작품들과 자연스레 어우러진다. 이 예술 작품은 개인뿐 아니라 클라이언트와 함께 즐기고자 함이다. “초대 전시회는 우리를 대표하는 다양한 작가와 디자이너들을 만날 수 있는 무대입니다. 이곳에서만 독점적으로 만날 수 있으며, 한 가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보다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것의 우리의 큐레이션을 더 잘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죠.”

WEB studiotwentysev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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