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고하고도 정교한 패브릭 아트의 세계. 다채로운 색감과 소재를 엮는 퀼트 아티스트 3인과 이야기를 나눴다.
헬싱키, 유슬린 마우눌라
간단하게 자기 소개 부탁한다. 로라 유슬린 Laura Juslin과 릴리 마우눌라 Lilli Maunula. 우리는 핀란드 알토 대학교에서 각각 패션과 건축을 전공했다. 둘의 이름을 합쳐 2015년 론칭한 유슬린 마우눌라는 공간에서 제품까지 이어지는 입체적 경험을 만들고자 한다. 최근에는 업사이클링된 원단을 활용한 패션 및 홈웨어 아이템을 선보이고 있다.
자신의 스타일을 키워드로 정의하자면?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그렇지만 현실적인.
패브릭 아이템뿐 아니라 공간 설치 작업도 많이 선보인다. 패션과 건축, 두 분야를 새로운 방식으로 융합하는 것이 우리 디자인의 핵심이다. 의류, 홈웨어, 또는 공간 설치물 등 작업의 한계를 두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규모나 재료도 제한하지 않는다. 주변에 보이는 것을 이용해 자유롭게 실험하며 영감을 받는다. 평범한 물 파이프나 단열재도 우리에겐 보석이 될 수 있다.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나? 우리는 디자이너로서 문제 해결에 가장 중심을 둔다. 버려지는 패브릭을 활용하게 된 이유 역시 우리 지향점을 잘 보여준다. 핀란드 인테리어 텍스타일 업체 간의 미팅을 통해 수십 년간 폐기된 텍스타일 문제를 알았다. 주로 이탈리아에서 생산된 고품질의 업홀스터리 원단이다. 폐기된 재료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음으로써 각각의 조각에 진정한 이야기를 부여했다.
아르텍과의 협업도 궁금하다. 2016년부터 아르텍과 함께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자체 컬렉션 출시는 물론 설치 작업물이나 팝업 스토어 등을 작업하고 있다. 최근 진행된 헬싱키 디자인 위크에서 우리는 지속 가능한 미학과 재료에 대해 깊은 논의를 했다. 한 번 생산된 원자재는 그 자체로 가치가 있으며, 그것을 가능한 한 널리 사용함으로써 더 지속 가능한 디자인의 길을 열고자 한다.
점블 Jumble 푸프와 함께 패브릭 기둥이 돋보였다. 건축의 주요 요소이자 견고한 기초 역할을 하는 기둥에 초점을 맞췄다. 폐기된 재료로 재해석해 지속적인 존재감을 부여하고자 했다. 부드러운 재료로 자유로운 자립 구조의 기둥을 만드는 것이 관건이었다. 재료 그대로를 존중하는 방법을 고민했고, 최소한의 추가 재료를 사용하여 자연스러운 형태를 살릴 수 있도록 패브릭을 매달아놓기로 결정했다.
가장 좋아하는 아이템은? 우리의 시작점인 바닥용 푸프. 2년 동안 개발해서 완성했다. 제품 내부도 재활용되었다. 앉기에는 충분히 부드러우면서도 푸프를 쌓아 사이드 테이블로 활용할 수 있을 만큼 단단한 핀란드 재료를 찾았다.
기억에 남는 작업은? 도전을 즐기기 때문에 이상한 재료로 도전한 모든 프로젝트들이 기억에 남는다. 한번은 좋은 향이 가득한 비누 욕실을 만든 적 있다. 컨셉추얼한 설치 작업물이었는데,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신경 썼다.
INSTAGRAM @juslinmaunula
덴마크, 조 퀼트
간단하게 자기 소개 부탁한다. 라인 멜드가르드 휘드 Line Meldgaard Hviid. 덴마크의 대형 패션 회사에서 디자이너 및 마케팅 매니저로 일하던 중 핸드메이드 제품에 매력을 느꼈고, 2019년 브랜드 조 퀼트 Jou Quilts를 론칭했다.
자신의 스타일을 키워드로 정의하자면? 컬러풀, 하지만 단순함, 타임리스.
패브릭 제품을 선보이게 된 계기는? 첫아이를 임신했을 때, 여러 합병증으로 병원에 오랜 시간 입원했다. 병원 침대에서 아이를 위한 퀄트 패치워크를 만든 것이 시작이다. 친구에게 멋진 프린팅이 된 리버티 원단을 부탁했다.
첫 번째 컬렉션도 패치워크 퀼트였다. 그렇다. 첫 번째 컬렉션은 벽에 걸 수 있는 행잉 패치워크 퀼트였다. 이후 컬렉션에는 플레이스 매트와 커튼을 추가했다. 그와 함께 쿠션, 냄비 홀더, 티 워머, 담요 등 기능적인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어떤 패브릭을 사용하는가? 제품에는 대부분 시그니처 오가닉 면을 사용한다. 이 면은 색을 입혔을 때 매우 아름답다. 또한 부드러운 촉감이 어떤 아이템으로 풀어내도 어울린다. 가끔 정원에서 꽃을 따 직접 염색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따뜻한 파스텔 컬러가 돋보인다. 컬러 작업을 좋아한다. 나 자신을 제한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웃음) 매 시즌 새로운 컬러 팔레트를 만들려 한다. 여러 가지 색을 겹쳐 보며 완벽하게 어울리면서도 새로운 색상 조합을 찾아낸다.
일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패브릭 아이템은? 매일 가족들을 위한 멋진 식탁을 차린다. 플레이스 매트, 테이블보, 그리고 멋진 냅킨과 다양한 접시, 그릇, 컵 등으로 테이블을 꾸미는 시간이 즐겁다. 수년 동안 빈티지 텍스타일도 수집해왔다.
기억에 남는 작업은? 최근 어머니와 이모에게 빈티지 패브릭을 선물 받았다. 할머니가 오랜 시간 간직한 가방 안에는 오래된 식탁보와 침구가 가득 들어 있었다. 이를 활용해 작업 공간에 커튼을 만들었는데 나에게 매우 특별하면서도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최근 관심사는? 지속 가능한 디자인. 생산 과정에서 생긴 자투리 천 조각을 이용해 만드는 새로운 제품을 항상 고민하고 있다. 최근에는 천 조각을 활용해 고양이 모티브의 작은 패브릭 작품을 완성했다. 앞으로 꾸준히 만들 계획이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프로젝트는? 과거 의류업계에서 일했고, 지금도 여전히 의류 작업을 그리워한다. 언젠가 내 브랜드의 지향점을 담은 의류 컬렉션을 출시하고 싶다.
INSTAGRAM @jouquilts
시카고, 에밀리 반 호프
간단하게 자기 소개 부탁한다. 에밀리 Emily. 시카고에 사는 예술가이자 디자이너. 고양이 ‘라즐로’와 함께 살고 있다. 2020년 팬데믹 이후 본격적으로 개인 작업을 시작했다. 내 전문 분야는 그래픽 디자인이며, 요즘에는 손으로 퀼트 아트를 만드는 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자신의 스타일을 키워드로 정의하자면? 현대적, 예상치 못한, 형태적인 퀼트.
퀼트 아트에 매료된 계기는? 팬데믹 초기에는 집 주변에 있는 재료로 무언가를 만들며, 나를 행복하게 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어릴 적부터 바느질을 즐겨 했고, 다양한 퀼트 방식을 탐구했다. 그것이 내 첫 번째 작품 스퀴글 Squiggle로 이어졌다. 벽에 걸 수 있는 형태의 퀼트 아트로, 나무 막대에 매달린 유선형의 작품 끝에 작은 원형이 달려 있다.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나. 내 작업 대부분은 디지털 디자인으로 시작해 가능한 한 그대로 원단에 재현한다. 디지털을 아날로그로 변환하는 과정은 정말 마법 같다. 훨씬 생동감 있고 활기찬 느낌이다.
컬러 배치가 인상적이다. 새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색상을 결정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디지털로 먼저 색을 조합해본 뒤, 원단을 작게 잘라 구성해본다. 한 조각 한 조각 연결해가며 색이 흘러가는 느낌을 확인한다. 밝은 색과 어두운 색을 조합하며 다양성을 통합하는 것도 좋아한다.
작은 조각들을 엮은 ‘미니’는 어떻게 작업하나? 작은 패치워크 조립물인 미니도 많이 만든다. 작업 중 발생한 잔해들을 활용해 색상 조합과 손으로 하는 스티칭을 실험하는 작업이다. 기존 작업보다 자유로운 편이라 즐겁게 할 수 있다.
어떤 패브릭을 사용하는가? 면 퀼팅 원단. 내가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는 코나 Kona와 벨라 솔리드 Bella Solids. 때로는 벨벳이나 캔버스 같은 다른 원단을 섞어 사용하기도 한다.
작업실도 궁금하다. 내 집 스튜디오에서 일한다. 창고 건물을 개조한 곳이라 사실상 하나의 큰 방이다. 스튜디오를 깨끗하고 아름답게 유지하며 내 공간이 압도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한다. 집에서 일하기 때문에 작업하는 과정은 내 삶과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을 정말 좋아한다.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내리고 전날 작업하던 일을 시작한다. 일하는 동안 산책이나 장보기를 할 수 있고, 자기 전 또는 TV를 보며 일할 수도 있다.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다면? 시카고 시내 호텔의 아티스트 레지던스를 위해 디자인한 아르데코식 벽걸이. 그 호텔은 1920년대 아르데코 건물에 있었다. 그곳에 머무르며 건축물의 형태와 색상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고, 그 과정 자체가 흥미로웠다. 그곳이 아니라면 만들지 못했을 작품이다.
최근 작업 중인 프로젝트는? 퀼팅 원단 회사와 협업 프로젝트. 패턴이 있는 패브릭을 디자인했는데, 그것이 실현된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INSTAGRAM @emilyvanhof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