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예술계의 살아 있는 전설인 카를라 소차니. 그녀가 건축, 예술, 디자인, 패션을 품은 수장고이자 창작자에게 영감의 샘터가 되어줄 폰다치오네 소차니의 문을 열었다.
패션 잡지 편집장 출신인 카를라 소차니 Carla Sozzani는 밀라노를 대표하는 전설적인 편집숍 10 꼬르소 꼬모 10 Corso Como를 창립한 인물이다. 최근 그녀는 이 대단한 업적을 뒤로하고 새로운 목표를 향해 나아갈 것을 선포했다. 바로 2016년 설립된 문화재단 폰다치오네 소차니 Fondazione Sozzani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 이를 문화적 교류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결심이다. 오랜 시간 단장을 마치고 새로운 출발점에 선 폰다치오네 소차니. 재단 오픈 소식과 함께 인터뷰한 그녀의 답변에선 일에 대한 진정한 사랑이 느껴졌다. 오래도록 지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힘은 계속해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주변으로부터 호기심을 품는 데서 나온다는 말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예술 세계에 새 지평을 열 폰다치오네 소차니를 소개한다.
폰다치오네 소차니 재단은 다양한 문화적 교류의 장이 될 것이라고 들었다. 소차니의 개인 오피스를 비롯해 아트 워크 작업, 갤러리, 레스토랑, 팝업 공간 등으로 이루어진 이곳에 대해 소개해달라. 새로움을 탐구하기 위한 근본은 먼저 지역을 선택하고, 그 다음으로 공간을 선택하는 데 있다. 보비사 Bovisa는 밀라노 도심 북쪽에 위치한 산업 지역으로 깊은 문화적, 사회적 역사를 지니고 있다. 도시 외곽에 위치한 이 산업 지역은 철저한 변화의 시기를 겪었으며, 현재 밀라노 공과대학의 존재 덕분에 디자인과 예술의 ‘용광로’로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건축가 렌초 피아노 Renzo Piano에 의해 버려진 이 산업 지역은 학생들을 위한 대규모 과학 공원, 혁신 허브로 변화하고 있다. 폰다치오네 소차니는 1960년대 지어진 건물로 수십 년 동안 포장공장과 차고로 사용되었다. 그 때문에 공간 규모가 매우 크고 다양하다. 이러한 공간적 특성은 우리의 다양한 프로젝트 계획을 유연하게 수립할 수 있다. 패션과 사진, 그리고 도서관 등 재단의 대형 아카이브도 호스팅할 것이다.
이곳은 어떠한 가치관과 철학을 가지고 운영되나? 폰다치오네 소차니는 2016년 카를라 소차니, 크리스 루스 그리고 사라 소차니 마이노 Sara Sozzani Maino에 의해 설립되었다. 사진, 패션, 순수미술, 응용미술을 통한 문화 진흥에 헌신하고 있다. 이 재단은 갤러리아 카를라 소차니의 후원을 맡아 1990년부터 갤러리가 지원해온 모든 관련 공공 역할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다. 폰다치오네의 목표는 전시, 출판, 컨퍼런스 등의 만남을 통한 현대 문화적, 예술적 활동을 장려하고 확산하는 것이다. 또한 사회적으로 책임을 부여받은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교육 및 지속 가능한 프로그램을 구현하여 차세대 창작자들에게 인식을 심어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카를라 소차니의 파트너이자 미국 화가 크리스 루스 Kris Ruhs의 역할이 크다고 들었다. 크리스 루스는 30년 넘게 우리와 함께한 많은 프로젝트, 특히 10 꼬르소 꼬모의 이미지 창출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초기부터 그는 폰다치오네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으며 그의 재능과 무한한 상상력, 창의력은 독특한 상징을 갖고 있다.
이곳의 모든 오브제와 아트 작품들은 크리스 루스의 손길로 완성된다. 이토록 장인정신을 고수하는 이유가 있나? 궁극적인 목표는 오직 장인정신만이 달성할 수 있는 완전한 건축의 개념이다. 화가이자 조각가, 디자이너인 크리스 루스는 건물의 복합적인 특성을 커다란 하나의 개체와 작은 개별 부분으로서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그의 아틀리에와 작업장은 이 공간의 일부이며, 그는 장인정신의 중요성을 차세대 창작자들과 공유하고 그들이 우수성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크리스는 장인과 예술가 사이의 장벽을 허물기 위해 A×A(Art for Artisans, Artisans for Art) 운동을 창설했다.
고유한 스타일을 창조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가 있나? 재료, 색상, 실루엣 혹은 다른 어떠한 것이 있나? 창의성은 하나의 관점에서 비롯되어야 하며 무언가를 만들거나 편집할 때 모든 선택은 하나의 시선을 가져야만 강한 힘을 얻을 수 있다. 그 시점에서 비로소 재료, 색상, 형태는 모두 자연스럽게 하나의 비전으로 합쳐진다.
가장 큰 영감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 예를 들어 여행, 문화, 자연 등이 영향을 미치나? 주변의 모든 것이 나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창의성의 뿌리이며 아름다움은 어디에나 있다. 예를 들어 자연만큼 창의적인 것은 없다. 창작 과정은 꿈과 끊임없는 호기심으로 이루어진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디자인 산업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계속해서 발견하고 이를 현실로 구현하는 데 가장 큰 도전이 있다면? 오늘날에도 예전과 마찬가지로 개성 있는 목소리를 유지하고, 자신이 생각하고 말하는 것을 믿으며, 진정성과 헌신의 마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유행을 따르지 말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폰다치오네 소차니의 오픈을 기념해 크리에이티브 푸드 스튜디오 ‘위 아 오나 We Are Ona’와 협업한 스페셜 다이닝을 선보였다. 이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해달라. 루카 프론차토 Luca Pronzato가 이끄는 위 아 오나는 요리뿐 아니라 환경과 예술적 접근을 통해 독특한 미식 경험을 제공하는 스튜디오다. 위대한 사진작가 마크 보스윅 Mark Borthwick이 그의 영상, 시, 음악을 담은 설치 작업을 통해 마법 같은 경험을 선물했다.
유행을 좇지 않고 변치 않는 아름다움을 유지한다. 요즘 트렌드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이 있나? ‘트렌드’는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매우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반면 ‘아름다움’을 생각하고 추구하는 것은 평화를 가져다 주며 궁극적인 자유를 가져다 준다. 즉, 트렌드보다는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빠르게 변화하는 디자인 산업에서 이토록 오랜 시간 자신만의 감각을 유지하고 관리할 수 있는 비결이 궁금하다. 에너지의 원천은 무엇인가? 자신의 스타일을 찾는 것. 이 과정은 시간이 걸리고 수차례 실수를 겪어야 하지만, 한 번 찾으면 멋진 해방감을 준다. 내 에너지의 원천은 항상 삶에 대한 다음 단계에 열린 마음과 호기심을 갖는 것이다. 내 미래는 사랑하는 많은 일로 가득 차 있어 싫어하는 일을 저절로 잊게 만든다.
폰다치오네 소차니는 앞으로 어떻게 운영될 것이며 어떠한 모습을 기대해봐도 좋겠나? 주로 패션과 사진 분야의 교육 프로그램에 매우 열중하고 있으며, 책임감과 인식을 높이는 순환 패션을 장려하고 있다. 다음 세대의 재능 있는 인재들과 공유할 수 있는 방대한 사진 및 패션 아카이브를 보유하고 있는 것 또한 큰 행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