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통 공예 기법에 자신들만의 예술 언어를 더해 새롭게 풀어낸다. 해외 디자인 신이 주목하고 있는 한국 디자인 스튜디오 위켄드 랩을 소개한다.
밀라노 전시장 곳곳에 분포되어 있는 한국 작가의 작품들을 통해 코리아 디자인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을 깊이 체감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디자인 플랫폼 알코바의 보르사니 빌라 전시장에서 만난 위켄드 랩 WKND Lab이 기억에 남는다. 전은지, 이하린 작가로 결성된 위켄드 랩은 “전통적인 한국 예술의 가치를 현대적인 맥락에서 보존하는 것을 넘어서, 문화유산을 현대 가구 디자인과 융합하여 전통적인 공예 기술에 존경을 표하고, 동시에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라며 자신들의 당찬 포부를 밝혔다. 서양 문화가 짙게 묻어 있는 보르사니 빌라에서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을 자신 있게 드러낸 위켄드 랩을 인터뷰했다.
밀란 디자인 위크에 앞서 지난해 12월에 열린 마이애미 알코바에도 참여했다고 들었다. 지난해와 차이점은 무엇이었나? 마이애미에서 있은 전시 <소원을 묶다 Tying Wishes>는 기존 2022년 디자인 마이애미/바젤에서 선보인 매듭 작업을 조금 더 확장시켜 다양한 소재와 형태로 풀어낸 전시였다. 반면 보르사니 빌라에서 선보인 <선의 깊이 Depth of a line>에서는 지난 작업을 포함해 옻칠과 칠보 기법을 이용한 조명을 추가로 선보였다.
전시 주제인 <선의 깊이>에 대해 설명해달라. 우리나라 전통과 문화 유산에 대한 깊은 헌신을 담았다. 수많은 점이 하나의 선으로 연결되듯이, 위켄드 랩의 창의적 여정은 점에서 시작된다. 이번 컬렉션은 비유적으로 각 측면의 다양한 점을 연결해 선으로 만들어가는 것에 대해 다룬 작품이다.
각각의 작품들은 어떠한 의미를 담고 있나? 가장 먼저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범종’ 조명은 한국의 전통 종 모양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위켄드 랩은 종의 소리가 평화와 생명의 에너지를 상징한다고 여기며 그것을 빛의 파동으로 전달하고자 했다. 표면은 칠보 기법을 사용해 마감했으며, 다양한 재료의 시각적 대체 가능성을 보여준다. ‘구슬’은 여러 기법을 사용해 만든 실험적인 천장 조명이다. 이는 나무, 구리, 삼베, 아크릴 등 다양한 요소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각 옻칠, 나전, 칠보 등을 활용해 제작했다. 마지막으로 매듭에서 영감을 얻은 스툴과 캔들 홀더는 매듭의 형태적 아름다움을 배가시키고 현대적인 재료를 더해 스케일을 키운 작품이다.
‘구슬’ 작품은 마치 용이 하늘로 승천하는 듯한 모습을 떠올리기도 하고 어딘가 신앙적인 의미도 담겨 있는 듯하다. 구슬은 디자인과 예술, 그 경계에 있는 ‘컬렉터블 디자인’ 또는 ‘기능 예술’의 장르를 표현한 작품이다. 보는 이에 따라 단순히 구의 집합과 나열이라 생각하는 이도 있고, 질문처럼 신앙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고 느끼는 이들도 있다. 이처럼 구슬은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되고 사고하게 만드는 예술의 특징을 보여준다. 또한 실제 천장 조명으로 사용이 가능하며, 환경에 맞게 길이를 조절할 수 있는 비스포크 작품이라는 점에서 디자인의 특성 또한 내포하고 있다.
매듭, 옻칠, 자수 등 장인정신이 필히 동반되는 기법을 주로 사용한다. 위켄드 랩은 3대에 걸쳐 실력을 쌓아온 에나멜 장인과 협력하며 77세에 이르러도 여전히 장인 활동을 이어가는 활동가들과 협업한다. 그들의 기술에 대한 끊임없는 헌신을 보여줌과 동시에 전통이 그저 옛것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인 방향으로 발전하여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지속 가능성을 시사한다.
관람객들의 반응은 어땠나? 동서고금 모두에서 이색적인 작업이다 보니 주의를 기울이고 관심있어 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중 흥미로웠던 부분은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관람하는 이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전시자로서 우리 이야기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닌 소재와 기법, 개인의 경험 등을 공유하며 관람객과 쌍방으로 소통했다는 점이 기억에 남는다.
앞으로 예정된 전시나 협업이 있나? 일본 디자인 스튜디오 타수 Tasu가 생산하는 직조 패브릭으로 만든 가구 컬렉션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오는 12월 디자인 마이애미에서 주관하는 야외 공간에 설치될 작품에 대해 논의 중에 있다. 파이널리스트 5인 안에 올랐으며 최종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