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때보다 패션 하우스의 리빙 확장세가 활발한 요즘, 패션 하우스의 독창적인 전시와 신제품들은 이제 밀란 디자인 위크의 주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2024년 밀라노 시내 곳곳을 뜨겁게 달군 15곳의 베스트 신을 한자리에 모았다.
BOTTEGA VENETA
보테가 베네타는 올해 카시나 Cassina, 르 코르뷔지에 재단과 손을 잡았다. 협업을 통해 밀라노 팔라초 산 페델레 Palazzo San Fedele에 대규모 설치 작품 <온더 록스 On the Rocks>를 선보인 것. 르 코르뷔지에의 디자인과 카시나 목공방 기술을 집약한 LC14 타부레 카바농 Tabouret Cabanon 스툴을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재탄생시킨 점이 특히 돋보였다. 르 코르뷔지에가 카바농 해변에서 발견한 나무 위스키 박스에서 영감을 받은 타부레 스툴은 견고한 나무 단면이 서로를 연결하고 직사각형 형태의 구멍을 통해 쉽게 이동이 가능한 제품. 각각의 제품 위에는 몬테벨로 지역 하우스 아틀리에 장인들이 보테가 베네타의 인트레치오 풀라드 기법의 가죽으로 하나씩 덮었으며, 컬러 페인트를 칠하고 블랙 페인트를 덧입힌 뒤 일부 벗겨내 독특하면서도 질감 있는 마감을 구현해냈다. 레더 에디션은 레드, 옐로, 블루, 레인트리 그린의 네 가지 색상으로 60개 한정 판매할 예정이다.
THOM BROWNE
톰 브라운의 밀라노 가구 박람회 데뷔 신고식이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19세기에 지어진 나폴레옹의 아레나 홀 팔라치나 아피아니 Palazzina Appiani에서 프레떼 Frette와 함께 선보인 이번 컬렉션. 프레떼 침대 리넨 세트와 함께 톰 브라운의 상하의를 입은 모델들은 컬렉션을 축하하러 온 손님들을 맞이하고 ‘…TIME TO SLEEP…’ 퍼포먼스를 통해 환영했다. 퍼포먼스가 시작되면 프레떼 침구가 놓인 여섯 개의 침대 옆으로 잠옷을 입은 모델들이 들어오지만 그들은 침대에 눕지 않는다. 대신, 꿈을 꾸기 위해 옷을 입는다. 그들이 회색 정장을 입고 있을 때만 꿈의 세계로 항해할 준비가 되어, 아름다운 소리와 자장가가 그들을 이번 여정으로 이끈다. 톰 브라운이 2009년 플로렌스에서 선보인 예술 퍼포먼스에서 영감을 받았다. 40개의 동일한 책상과 그 책상에서 타자를 치는 40명의 직원 모두가 동일한 룩과 행동을 보여준 퍼포먼스다. 새롭게 선보이는 톰 브라운 컬렉션은 침구와 목욕용 리넨, 로브 등으로 만날 수 있다.
HERMÈS
올해 에르메스는 ‘시대적 한계를 넘어서는 자유’라는 컨셉트 아래 시간을 초월한 오브제들을 선보였다. 하우스의 헤리티지가 오롯이 담겨 있는 클래식한 제품들과 새롭게 선보이는 제품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 것. ‘대지 Ground, the Earth’ 테마에 맞춰 꾸며진 전시장은 벽돌과 석재, 슬레이트, 목재, 압착한 흙처럼 가공되지 않은 원자재가 놓여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무엇보다 새롭게 선보인 오브제들에는 과거 에르메스의 유산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점이 돋보였다. 1960년대 기수 블라우스의 기하학 패턴은 가죽으로 만든 버킷과 바스켓 디자인에 영감을 주었고, 1950년대 코튼 소재의 웨빙 로프 스트랩은 트레사주 에퀘스트르 Tressages Équestres 식기 표면에 아름다운 패턴으로 자리를 잡았다. 1980년대에 제작된 날렵한 사냥용 채찍은 고도로 숙련된 가죽 장인의 손길을 거쳐 가죽 파이핑이 돋보이는 세련된 볼티주 데르메스 Voltige D’Hermes 램프로 재해석됐다. 주목할 점은 블랙킷과 바스켓, 버켓, 테이블 센터피스 등에 최초로 에르메스 마구 제작 노하우를 직접적으로 활용했다는 것. 더비 Derby 바스켓의 가죽 스트립은 손으로 직접 구멍을 내고 스티칭을 했으며, 센터피스는 가죽 상감 세공 기법으로 마무리한 뒤 그래픽 모티브를 가미해 완성했다. 연한 가죽을 견고한 오브제로 변신시키기까지 에르메스 장인들의 유서 깊은 노하우를 엿볼 수 있었다.
DOLCE&GABBANA
신진 디자이너를 꾸준하게 지원해온 돌체앤가바나는 이번 밀란 디자인 위크에서 디자인과 가구 제작 분야의 젊은 피를 모아 ‘Gen D Vol. 2’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큐레이터 페데리카 살라는 전 세계에서 40세 미만의 10개 팀, 총 11명의 디자이너를 선정했다. 가장 중요한 선정 기준은 그들이 사용한 소재와 장인정신과의 연결성. 혁신을 통해 오래된 전통을 이어가려는 이탈리아 장인들의 헌신에서 영감을 받은 기준이다. 전시장에는 한국 전통 자개 기술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은 디자이너 김병섭을 비롯해 멕시코의 다양한 화려한 수공예를 보여준 메스티스 Mestiz, 목공예를 재해석하고 반어적인 느낌을 주입한 오스트리아 디자이너 라우리츠 갈레 Laurids Gallée, 런던을 기반으로 중국의 문화 유산에서 영감을 받아 창의적인 작품을 선보이는 지에 우 Jie Wu 등이 만든 다채로운 작품들이 놓였다. 돌체앤가바나의 전시는 이탈리아 전역에 퍼져 있는 기술 장인의 문화적 가교를 형성하고 새로운 시각을 던지기에 충분했다.
LORO PIANA
로로피아나는 올해 이탈리아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치니 보에리 Cini Boeri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를 선보였다. 밀라노 본사가 자리한 코르틸레 델라 세타 Cortile della Seta에서 ‘치니 보에리에게 바치는 헌사(A Tribute to Cini Boeri)’를 의미하는 설치물을 세우고 그에게 경의를 표한 것. 통로는 방문객들이 작품을 경험하고, 만지고, 앉아볼 수 있도록 상호작용을 고려해 설계했는데, 가구는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적응하고 진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치니 보에리의 가르침을 따른 것이다. 그의 아이코닉한 가구들은 치니 보에리 기록보관소 Archivio Cini Boeri와 공동으로 디자인하고 로로피아나의 최고급 패브릭을 사용해 알플렉스 Arflex가 제작을 맡았다. 가장 유명한 작품이자 1979년 황금콤파스(Compasso d’Oro)상을 받은 모듈식 스트립스 시스템부터 페코렐레 Pecorelle 소파 및 암체어, 보보 Bobo 및 보보릴락스 Boborelax 암체어, 보톨로 Botolo 체어를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보톨로 체어는 캐시미어와 실크를 함께 조합해 부드러운 캐시퍼 Cashfur 소재로 재해석해 100개 한정의 스페셜 컬러 시리즈로 선보여 이목을 끌었다.
LOEWE
공예의 장인정신과 협업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로에베는 팔라초 치테리오 Palazzo Citterio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로에베 램프 LOEWE LAMPS’를 공개했다. 하우스와 오랜 인연을 맺고 있는 전 세계 24명의 아티스트와 함께 작업한 조명 컬렉션이다. 아티스트들은 자신만의 작업 방식으로 빛을 수용하고 플로어 램프부터 테이블, 펜던트 조명 등의 결과물을 도출해냈다. 무엇보다 놀란 점은 대다수 아티스트들에게 조명 제작이 처음이었다는 것. 조명에는 유연한 대나무부터 자작나무 가지, 말총, 종이, 옻칠, 유리, 가죽, 세라믹 등 다양한 소재가 적용돼 눈길을 끌었다. 2019년 로에베 재단 공예상을 받은 옻칠 공예가 이시즈카 켄타 Ishizuka Genta는 여러 겹의 옻칠로 마감하되 살짝 벗겨진 부분에서 금색 마감이 드러나도록 해 은은한 빛이 돋보이는 펜던트 조명을 선보였다. 케냐 도예가 막달레나 오둔도 Magdalene Odundo는 뾰족한 봉우리에 가죽 소재를 조합해 행잉 조명을 만들었다. 말총 공예로 2022년 로에베 재단 공예상을 받은 정다혜 작가와 지승 공예를 선보이는 이영순 작가의 작품도 한데 어우러져 빛을 발했다.
INTERVIEW
이영순 지승 공예가
2019년에 로에베 재단 공예상 파이널리스트에 오른 뒤로 2022년 밀라노 바구니 전시, 올해는 조명 전시까지 연이 이어져 오고 있다. 로에베와의 협업은 어떤 의미인가? 로에베는 작가에 대한 존중이 무척 섬세하다. 무엇보다 ‘팔릴’ 디자인에 연연해하지 않고 작가의 히스토리나 작업 방식을 존중해주며, 공예에 대한 깊은 이해도를 지녔다고 생각한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조나단 앤더슨은 작업실에 직접 몇 번씩이나 찾아올 만큼 늘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램프 컬렉션에 대해 소개를 부탁한다. 이전에 진행한 작업 중에 여성의 자궁을 형상화해 만든 ‘레인보우 레이디’ 오브제에서 한 단계 발전한 조명이다. 조나단이 작업실에 왔을 때 그 오브제를 보고서 먼저 제안해왔다. 다섯 개의 펜던트 조명이 한 작품이다. 이름은 ‘반딧불 Firefly’. 어릴 적 시골에서 한밤중에 날아다니던 반딧불 모습이 떠올라서 그렇게 이름을 붙였다. 안에는 해녀들이 물바가지로 쓰던 박이 실제로 들어 있다. 기존 오브제에서 빨간 선은 혈관을 상징하기 때문에 전선도 빨간색으로 직접 칠해 완성했다. 종이 소재는 열에 약하기 때문에 발열이 없는 LED 전구를 사용했다.
안에 실제 박이 들어 있을 줄은 몰랐다. 요즘에는 박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골동품 가게를 뒤져서 겨우 찾아낸 통박들이다. 특히 일정하지 않고 비정형적인 모양의 박은 더욱 구하기 어렵다. 갓 수확한 박은 안을 긁어낸 뒤 소금물에 넣고 끓이고 말리기를 반복해야 한다. 그 후로도 몇 년을 말려야만 두드렸을 때 땅땅한 소리가 난다.
작업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물리적 거리가 있다 보니 아무래도 소통이 쉽지 않았다. 특히 조명은 전자 제품이기 때문에 부속품과 설치가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전기 코드와 사이즈 등은 영상 통화를 이용해 소통했다. 직접 설치된 작품을 보고 나서 어떤 감정이 들었는지 궁금하다. 디자이너 필립 스탁이 직접 디자인한 전시장으로 10m 가까이 되는 높은 천고가 돋보이는 장소였다. 여러 조명이 한데 모여 있어 참 아름다웠고, 전시장 앞에 문닫기 직전까지도 긴 줄이 늘어서 있는 것을 보고 감회가 새로웠다. 또 오픈 첫날 작품이 팔렸다는 소식을 듣고 굉장히 뿌듯했다.
그동안 로에베와 함께한 전시에서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2022년 함께 진행한 바구니 전시가 유독 기억에 남는다. 당시 작품 손상이 걱정돼 도저히 화물칸으로 가져갈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핸드 캐리로 가져가기 위해 작품을 위한 비즈니스 좌석 티켓을 사비로 끊었다. 크기도 크고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기에 기장의 허락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완벽한 상태로 밀라노까지 도착했고, 전시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ARMANI CASA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이번 밀란 디자인 위크를 맞아 브랜드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팔라초 오르시니 Palazzo Orsini를 오픈했다. 클래식한 팔라초 내부에는 이국적이면서도 화려한 디자인으로 채워졌다. <전 세계의 메아리 Echoes from the World>라는 주제로 선보인 2024 아르마니 까사 컬렉션은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에게 영감을 준 여행지들을 추억하며 패션과 가구의 결합을 표현했다. 팔라초 각 공간은 유럽, 일본, 중국, 아라비아, 모로코 등 그가 애정하는 지역으로 구성되었다. <아라비안 나이트>에서 영감을 받아 블루 톤의 가죽으로 장식한 클럽 바 캐비닛, 화려한 골드 컬러로 중국을 표현한 거울의 방, 일본 고유의 도검 카타나 Katana 형태로 표현한 손잡이와 다다미식으로 내부를 마감한 베르투 캐비닛 등 이국적인 정취의 컬렉션이 이어졌다. 동시에 이탈리아에서 생산된 소재와 뛰어난 기술력으로 장인정신을 그려낸 아르마니 까사의 브랜드 정신을 담았다. 이 외에도 아르마니가 여행 중 수집한 오브제들과 패션 디자인이 어우러지며 공간 전체를 아우르는 풍부한 경험을 선사했다.
GUCCI
구찌는 이탈리아 디자인의 황금기와 장인정신을 담은 유산에 주목했다. 마리오 벨리니, 토비아 스카르파, 난다 비고 등 세계적인 디자인 거장들과 이탈리아 브랜드의 가치를 재조명하며, ‘이탈리아다움 Italianity’ 더 나아가 ‘밀라노다움 Milananness’을 상징하는 다섯 가지 오브제를 특별 에디션으로 선보였다. 상징적인 디자인들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사바토 데 사르노 Sabato De Sarno가 구찌의 새로운 챕터를 기념하며 재해석한 레드 컬러 로소 앙코라 Rosso Ancora 색상으로 구현되었다. 1960년 토비아 스카르파가 디자인한 오파키 화병, 가에 아울렌티와 피에로 카스티글리오니가 1980년 디자인한 파롤라 테이블 램프 등 고전적이면서 지금 보아도 세련된 작품들이다. 이번 디자인 앙코라 프로젝트는 밀라노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P:S의 설립자 미켈라 펠리차리 Michela Pelizzari가 공동 큐레이터로 참여했으며, 스페인 출신 건축가 기예르모 산토마 Guillermo Santoma가 전시 공간을 디자인했다. 오브제가 놓인 각 전시실은 사바토 데 사르노가 선택한 선명한 그린 빛의 곡선형 벽으로 이루어졌다. 앙코라 에디션들이 어떠한 의미와 기능을 표현하지 않고, 오직 모양과 형태, 색상만으로 독보적인 가치를 선보이며 아이코닉한 존재감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MCM
올해 처음으로 살로네 델 모빌레에 진출하며 대담한 컬렉션을 선보인 MCM. 밀라노의 디자인 스튜디오 아틀리에 비아게티 Atelier Biagetti와 협업한 웨어러블 카사 컬렉션은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도전적인 오브제들을 제안했다. 몽글몽글한 구름 같은 곡선형의 채티 소파 Chatty Sofa, 데이베드부터 매트까지 변형 가능한 모듈식 가구 타타무 Tatamu, 행성과 우주 탐사에서 영감을 받은 스페이스 캐비닛 시리즈 등 형태와 기능에 다양한 변주를 줄 수 있는 7가지 제품이다. 또한 패션과 리빙을 넘나드는 디자인도 돋보였는데, ‘집을 입을 수 있다’는 컨셉추얼한 테마를 적용해 실제로 착용 가능하게 디자인한 오브제 매직 질레 Magic Gilet, 램프셰이드를 모자로 활용할 수 있는 클랩시드라 Clepsydra 랜턴 등 무한한 가능성을 펼쳐 보였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는 평행우주처럼 설계된 현실과 메타버스, 두 가지 세계로 구현되었다. 17세기의 팔라초 쿠사니에서 선보인 전시는 온라인을 통해 다시 한 번 컬렉션을 경험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현실과 가상 세계를 자유롭게 여행하는 디지털 노마드의 여정을 완벽히 구현해냈다.
VERSACE HOME
메두사를 필두로 과감한 패턴과 아이코닉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베르사체가 올해도 도발적인 홈 컬렉션을 내세웠다. 메두사, 바로코, 그레카 같은 대표적인 디자인 코드를 재해석해 전체 홈웨어 컬렉션에 고루 적용했다. 메두사 ‘95 컬렉션은 베르사체에서 처음으로 발표된 메두사를 모티브로 했다. 광택이 있는 금속 디테일 사이에 높이 위치한 메두사의 얼굴이 특징이다. 큰 침대를 연상시키는 컨버세이션 소파와 볼드한 비율의 섹셔널 소파는 바로코 문양을 대담하게 적용해 클래식하면서도 럭셔리한 감각을 더했다. 또 다른 강력한 아이콘, 그레카는 고전적인 건축 구조 장치인 그리스의 기둥 ‘그릭 키 Greek Key’를 말한다. 무한하게 이어지는 패턴을 통해 베르사체의 지속성을 상징하는 그레카는 퀼트 작업으로 표현했다. 라 그레카 스몰 암체어와 베드는 장식적인 퀼트 패턴과 금색 지퍼 디테일로 이탈리아 장인정신을 담았다. 이 외에도 팔라초 베르사체에서는 팔라초의 다양한 문화와 디자인을 소개하는 맞춤형 오디오 체험인 ‘베르사체 홈: If These Walls Could Talk’를 선보였다. 패션을 넘어 좀 더 넓은 문화에 대한 의미를 담아내 풍부한 브랜드 경험을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RALPH RAUREN
밀라노 중심부에 위치한 랄프 로렌 팔라초에 세련된 빈티지 카가 등장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자동차 수집가 중 한 명인 랄프 로렌이 자동차의 미학에서 영감을 얻은 2024 가을 ‘모던 드라이버 Modern Driver’ 홈 컬렉션을 선보인 것. 속도와 스타일, 아름다움을 고루 겸비한 자동차의 미학은 시대를 초월한 진정성과 모던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랄프 로렌의 디자인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이번 컬렉션은 랄프 로렌의 우아함으로 자동차 디자인을 연상시키는 디테일을 담았다. 마호가니 목재와 폴리싱된 스테인리스 스틸, 카본 파이버 같은 뛰어난 소재를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 컬렉션의 중심인 RL-CF1 체어는 랄프 로렌의 상징적인 디자인이다. 미스터 로렌이 소유하고 있는 맥라렌 F1 경주용 자동차에서 영감을 받아 2003년에 선보인 의자다. 가벼우면서도 견고한 내구성의 캔틸레버 프레임을 구현하기 위해 포뮬러원 F1 경주용 자동차와 동일한 하이테크 섬유를 사용했다. 이와 함께 선보인 카본 파이버 사이드 테이블, 새들 가죽으로 감싼 RL-CF1 다이닝 체어 등 탄소 섬유를 독창적으로 활용한 가구들은 랄프 로렌의 혁신적인 기술력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번 컬렉션은 랄프 로렌과 하워스 라이프스타일 디자인 Haworth Lifestyle Design 간의 첫 번째 컬래버레이션이다. 하워스 라이프스타일은 이탈리아 하이엔드 가구를 제조 생산하는 기업으로서, 섬세한 장인정신과 전문 기술을 바탕으로 랄프 로렌만의 아이코닉한 감각을 선보일 것이다.
DIESEL LIVING
브레라 디스트릭트에 위치한 디젤 쇼룸은 그야말로 대담한 컬러 팔레트의 향연이었다. 상징적인 레드와 실버로 구성된 <레드 테이크오버와 실버 돔 Red Takeover and Silver Dome>을 공개한 것. 디젤은 올해도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리빙 브랜드 모로소 Moroso, 로데스 Lodes, 아이리스 세라미카 Iris Ceramica, 스카볼리니 Scavolini와 함께하며 폭넓은 리빙 라인을 선보였다. 디젤 레드에 푹 빠진 듯한 첫 번째 공간은 래커칠한 멜트 Melt 세라믹 타일과 붉은 카펫으로 벽과 바닥을 마감하고, 오직 로데스와 협업한 조명으로 채웠다. 미래 지향적인 튜브 모양의 행잉 램프 모듈러, X자 형태의 원뿔형 셰이드를 가진 크로스 램프, 실버 톤의 그러데이션 유리 테이블 램프인 메가폰 등이 공간을 밝혔다. 아이리스 세라미카의 바이닐 Vynl 레드 타일로 완성한 터널을 지나면 실버 돔으로 이어졌다. 입체적인 3D 형태로 벽과 천장을 채운 모습은 디젤의 트렌디하고 미래적인 분위기를 단숨에 표현해냈다. 모로소와 함께한 더플 D-uffle 소파는 빨간색 캔버스를 사용해 단연코 눈에 띄는 존재였다. 유틸리티 벨트로 베이스에 고정한 팔걸이가 특징이다. 새로운 퍼프 D Puff-D 의자는 70년대 스타일의 캐주얼하면서도 관능적인 실루엣을 담았다. 하이라이트는 스카볼리니와 함께한 주방이다. 메탈릭한 소재로 완성한 주방 위로 천장의 대형 거울이 공간을 비추며 몰입감 있는 경험을 선사했다.
SAINT LAURENT
생로랑은 이탈리아 건축가 지오 폰티의 빌라 플란카르트 세냐포스토 Villa Planchart Segnaposto 플레이트 컬렉션을 선보였다. 지오 폰티는 1953년 아날라와 아르만도 플란카르트를 위해 아방가르드한 빌라를 설계했는데, 독창적인 구성 요소와 장엄한 전망, 밝은 색상과 예술작품이 가득한 집을 완성했다. 내부 장식 역시 꼼꼼하게 신경 썼는데, 이 과정에서 그가 몸담았던 지노리 1735와 이탈리아 장인들과 협업한 세라믹 식기 세트를 제작했다. 아날라와 아르만도를 위한 문자 ‘A’를 새기고 태양, 초승달, 북극성 등을 반복적으로 그려내 그의 예술적 재능과 디테일을 고스란히 담은 컬렉션이다. 그중 오리지널 플레이트 12개를 재출시했으며, 지노리 1735의 이탤리언 전통 수공업으로 페인팅이 된다. 생로랑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안토니 바카렐로가 큐레이팅한 이번 컬렉션은 밀라노 산 심플리차노 회랑 Chiostri di San Simpliciano에 자리한 생로랑 파빌리온에서 공개되었다. 거대한 기둥 사이로 선보인 플레이트에서 지오 폰티의 우아한 미학이 느껴졌다.
ETRO HOME
이번 시즌 에트로는 레트로 맥시멀리즘을 테마로 60~70년대에서 영감을 받은 홈 컬렉션을 선보였다. 에트로만의 맥시멀한 패브릭 디자인과 간결한 실루엣이 어우러지며 과거와 현 시대의 스타일 코드에 대한 탐구를 보여주었다. 밀라노의 파빌리온 15에서 마련된 전시 공간은 풍부한 컬러 팔레트를 입은 컬렉션으로 채워졌다. 더스트 셰이드의 그린과 핑크, 골드 디테일을 담은 베이지 색 등을 사용해 아늑한 분위기를 완성한 리빙 공간부터 페이즐리 패턴과 미드나잇 블루 컬러의 브로케이드로 강렬한 인상을 준 블루 룸, 에트로 아카이브에서 선별한 플로럴 고블린 패브릭을 특징으로 빈티지한 매력을 가미한 공간까지 다채롭게 선보였다. 이 외에도 최근 패션 런웨이에서 선보인 패브릭, 질감 있는 소재, 풍성한 프린트를 사용한 퀼타나 Quiltana 컬렉션이 돋보였다. 우아한 라인과 누빔 처리한 듯한 카피토네 스타일의 사각 퀼팅 장식이 부드럽고 편안한 분위기를 완성했다. 함께 선보인 파이핑 컬렉션은 튜브 형태의 요소가 의자와 테이블의 구조와 프로파일을 구성하며, 우드 에센스와 패브릭의 결합이 돋보인다.
FENDI CASA
매년 쏟아지는 컬렉션에서 브랜드의 아이코닉한 요소를 신선하게 재해석하는 과정은 가장 큰 고민일 것이다. 펜디 까사는 2024 컬렉션에서 독특하고 엉뚱한 방식으로 브랜드 모티브인 FF 로고와 페퀸 패턴을 새롭게 선보였다. 스칼라 광장에 자리한 펜디 까사 부티크에는 콘트로벤토 스튜디오와 협업한 시스루 파티션이 가장 먼저 반겨주었다. FF 로고를 반복적으로 사용해 건축적인 구조미를 샇리고, 화이트 컬러로 화사하면서도 뉴 컬렉션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파티션 앞 펜디 F-어페어 모듈러 소파는 F를 입체적인 3차원 형태로 표현했다. 두 개의 F가 마치 퍼즐처럼 서로 맞물린 모습이 위트 넘쳤다. 이 외에도 처음으로 사선 형태를 적용한 이포 Efo 테이블, 셔츠 커프스링처럼 디자인되어 소파에 원하는 대로 배치할 수 있는 작은 사이드 테이블 준토 Junto 등 패션 브랜드를 넘어 홈 영역까지 구현하고자 하는 펜디 까사의 미학을 엿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