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폐기물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 디자이너 오세정. 5Vie와 선보인 그녀만의 독창적 디자인에 귀 기울여보자.
올해로 11회째를 맞이하는 5Vie의 주제는 <언리미티드 디자인 오케스트라 Unlimited Design Orchestra>였다. 음악, 특히 오케스트라의 요소에서 영감을 받은 이번 전시는 조화로운 관계를 위해 서로 상호작용하는 물리적 장소, 문화, 협업과 지속 가능성에 대해 탐구했다. 그중 시애틀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디자이너 오세정의 작품은 단연코 돋보였다. 디자이너로서 무책임하게 버려지는 폐기물에 대해 고민하던 그녀는 이를 모아 독창적인 형태로 재구성하고, 그 위로 겹겹이 가죽을 입혀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고 있다. 들여다볼수록 내면의 오브제를 상상하게 만드는 그녀의 작품은 미래를 위한 비전과 무한한 가능성이 느껴진다.
이번 전시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달라. <Unlimited Design Orchestra>라는 전시 타이틀에 맞게 드럼, 프렌치 혼, 바이올린, 트렘펫 같은 다양한 악기들을 의자 전반에 넣어 제작했다. 전시장에는 음악이 깔리고, 반복적으로 조명을 바꿔 관람객들이 보았을 때, 마치 그 의자에서 음악이 나오는 것 같은 착각이 들게끔 의도했다. 궁극적으로 관객들에게 보고, 듣고, 만지고, 느끼면서 디자인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기획이었다.
5Vie와의 협업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5Vie 창업자인 에르네스타 델 콜리아노 Ernesta del Cogliano와 엠마누엘레 테사롤로 Emanuele Tessarolo에게 연락을 받았다. 작년에 영국에서 참여한 <Mirror Mirror: Reflections on Design at Chatworth> 전시에서 내 작품을 보고 이번 전시 기획에 영감을 받았다며 살로네 5Vie 전시 협업을 제안해주었다. 기획도 아주 마음에 들었고, 5Vie는 이전에도 훌륭한 디자이너들과 멋진 작업을 해서 기쁜 마음으로 응했다.
버려진 가구와 폐기물에 집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미국 크랜브룩 미술 아카데미 Cranbrook Academy of Art에서 산업디자인을 공부할 당시, 캠퍼스에 늘 쌓여가는 프로토타입과 기숙사에서 엄청나게 버려지는 물건들을 매일 접하며 고민이 많았다. 우리는 왜 끊임없이 사고 버리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솔루션을 항상 새 제품이나 서비스에서만 찾으려고 하는 걸까?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버려지거나 외면받는 오브제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비정형적이고 곡선적인 형태가 독특하다. 작품의 특징을 설명해달라. 형태, 소재, 색상이 각자 모두 다른 오브제들이 서로 얽힌 구조라 독특한 형태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듯하다. 얽힌 구조 위를 가죽으로 한꺼번에 덮어 또 다른 하나의 새로운 형태를 구현한다.
제작 과정이 궁금하다. 추상적인 형태를 머릿속으로 구상하고 시작하는가? 그렇다. 기본적으로 가구 유형이 정해지면 머릿속으로 먼저 구상한 뒤, 그 형태에 맞춰서 기본 구조를 설계하고 들어갈 오브제들을 선택한다. 튼튼하게 조립해 가구의 전반적인 형태를 완성하고 나면, 구조 위에 올라갈 가죽 패턴을 디자인한다. 패턴에 맞춰 모든 표면을 수작업으로 감싼 다음 코팅을 올리면 작품이 완성된다. 원오프 ONE-OFF 형식이라 똑같은 형태를 제작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항상 오리지널 형태는 3D 스캔 작업을 거친다. 에디션 작업은 스캔 파일을 통해 실제 사이즈로 3D 프리팅해 제작된다.
가죽 끈을 꼼꼼히 감싼 부분이 오래된 나무의 나이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주로 천연가죽을 사용하기 때문에 가죽 본연의 색깔이 조금씩 다르다. 그래서인지 사진으로만 작품을 접한 많은 분이 나무로 제작된 작품인줄 알았다고 말씀해주시더라.
형태를 구현함에 있어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가구에 쓰이는 오브제들의 의미와 형태. 그리고 다양한 오브제가 들어가기 때문에 내구성에 많이 신경 쓰는 편이다. 가구는 눈으로만 보는 예술작품이 아닌, 사람들이 실제로 앉고 접촉하며 오랜 세월 함께 살아가야 한다. 형태가 조금 복잡해도 가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튼튼하고 편안한 가구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이 무엇을 느끼거나 경험하기 바랐는가? 전시 타이틀과 같은 맥락으로, 관객들이 디자인의 무한한 가능성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다.
앞두고 있는 프로젝트나 전시가 있는가? 5월 말에 열리는 디자인 마이애미 LA를 앞두고 있고, 지금은 홍콩 M+ 뮤지엄의 영구소장품 커미션 작업하고 있다. 이 작품 전시는 오는 11월 예정이다. 현재 뉴욕 쿠퍼 휴잇 스미스소미언 디자인 뮤지엄에서 진행 중인 내셔널 디자인 컬렉션 전시는 9월까지 열릴 예정이다. 샌프란시스코와 뉴욕, 밀란 등 개인전을 포함해서 올해 상반기에만 전시를 5개 진행하느라 팀 전체가 새 디자인에 많은 시간을 들이지 못했다. 다가올 후반기에는 전시보다는 새로운 제품과 가구를 디자인하는 데 몰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