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디자인 페스티벌 ‘쓰리 데이즈 오브 디자인’이 올해로 11주년을 맞이했다. 4개의 덴마크 브랜드가 시작한 작은 프로젝트였으나 올해는 400개 이상의 브랜드가 함께하며 역대 가장 광범위한 박람회를 개최했다. 지난 6월 12일부터 14일까지 코펜하겐 전역을 뜨겁게 달군 축제의 장면을 모았다.
Exclusive Masterpieces
칼한센앤선은 한스 베그너 Hans J. Wegner의 탄생 110주년을 기념한 가구전 <셰이핑 더 퓨처 Shaping the Future>를 선보였다. 그의 대표적인 걸작들을 모아보는 동시에 어린이용으로 새롭게 출시한 CH24 위시본 체어를 만날 수 있었다. 한스 베그너에게 많은 영향을 준 카레 클린트 Kaare Klint의 가구 컬렉션도 선보였다. 1930년대 첫선을 보인 잉글리시 체어 The English Chair와 스페리컬 침대 The Spherical Bed다. 간결한 디자인처럼 보이지만 뛰어난 디테일이 숨어 있어 칼한센앤선의 장인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핸드 크래프트의 가치
1911년 설립된 이래 뛰어난 장인정신을 계승해온 프레데리시아는 풍부한 디자인 유산과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크래프팅 더 프레젠트 Crafting the Present> 전시회를 개최했다. 디자이너 마리아 브룬 Maria Bruun이 큐레이팅한 이번 전시는 프레데리시아의 대표 작품들이 장인들의 손에서 탄생하는 과정을 주목했다. 숙련된 장인과 그들의 도구는 물론 마스터가 직접 시연하는 퍼포먼스를 통해 클래식 작품이 완성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한스 베그너의 OX 체어, 뵈르게 모겐센의 2204 윙 체어와 스페니시 체어 등 대표 가구들이 만들어지는 열정적인 공방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했다. 세대를 거쳐 전수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온 장인정신을 몸소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핀율의 유산
하우스 오브 핀율은 역사적이고 특별한 의자 두 가지를 조명했다. 먼저 핀율의 아이코닉한 의자, 치프테인 체어 Chieftain Chair가 75번째 생일을 맞았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스모크드 오크 Smoked Oak 소재로 리미티드 에디션을 출시했다. 전 세계 366개 한정판으로, 기념일을 새긴 넘버링이 각인되어 더욱 특별하다. 핀율의 미출시 디자인인 케텔후트 Kettelhut 체어도 새롭게 선보인다. 일명 SW86으로 알려진 의자로, 1951년 미국 가구 제조업체 베이커 퍼니처 Baker Furniture에 보낸 수채화 그림을 바탕으로 했다. 새로운 이름은 그림을 소유하고 있는 베이커 퍼니처의 전 마케팅 부사장 마리 엘렌 케텔후트 Mary Ellen Kettelhut를 기리는 의미를 담았다.
혁신의 요소
올해로 25주년을 맞이한 노만 코펜하겐은 브랜드의 과거, 현재, 미래를 정의한 전시 <엘리먼츠 오브 노만 Elements of Normann>을 선보였다. 컬러, 메탈릭, 우드, 네이처, 이노베이션 등 총 7가지 테마로, 다양한 소재와 미래를 위한 혁신적인 연구 등 브랜드 핵심 요소를 만날 수 있었다. 각 공간은 주제에 맞는 기존 가구와 신제품으로 다채롭게 채웠다. 다양한 주제와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공간인 ‘투게더’에 들어서면 롱테이블을 중심으로 양 옆으로 이어진 노만 코펜하겐의 의자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2층은 올해 초 출시된 맷 Mat 체어 컬렉션과 다양한 목제 가구, 액세서리를 선보였다. 특히 플라스틱 폐기물로 만든 비트 Bit 컬렉션의 사이드 테이블, 커피 테이블, 스툴이 감각적으로 디스플레이되어 있어 눈길을 끌었다.
미래를 위한 펌 리빙
펌 리빙은 <아트 오브 메이킹 The Art of Making> 전시를 통해 공예 디자인의 가치에 대해 주목했다. 이를 위해 실제 가구 디자인의 프로토타입 제작 과정을 순차적으로 보여주며 전통 수공예와 현대 기술 사이의 섬세한 긴장감을 전달하고자 했다. 그중 입으로 바람을 불어 완성한 리플 글라스는 제각기 고유한 모양을 지녔으며, 클래식한 디자인에 현대적인 느낌이 더해져 더욱 스타일리시하다. 한편 덴마크 디자인 뮤지엄의 야외 정원에서 열린 <순환 가구의 날 Circular Furniture Days> 프로젝트에서는 지속 가능성과 가구 제작자들이 지녀야 할 책임감에 관해 토론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야외 전시장이라 휴식을 즐기며 관람할 수 있도록 연출한 점이 돋보였다. 지구 보호를 위해 노력하는 다양한 브랜드의 가구와 오브제들이 서로 어우러져 편안하고 따뜻한 풍경을 만들어냈다.
빕의 여름 주방
덴마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빕 Vipp은 창립 85주년을 기념한 알루미늄 키친 V3를 선보였다. V3는 빕이 호텔로 운영 중인 굴뚝 하우스에서 영감을 얻은 주방 컬렉션이다. 앞서 선보인 V1의 기능적인 미학은 챙기되 알루미늄 소재로 세련미를 더했다. 둥글게 처리된 조리대의 가장자리와 수직적인 패턴의 캐비닛이 특징. 다양한 크기의 수납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디테일한 옵션 선택이 가능해 각종 주방용품을 보관하기에 이상적이다. 빕의 상징적인 제품인 휴지통도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로 새롭게 출시되었는데, 어느 공간에 두어도 멋스럽게 잘 어울린다. 고무 링이 부착되어 부드럽게 닫히고 휴지통 밑 부분의 고무 덕분에 생활 스크래치에 강한 것도 장점이다.